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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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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 시간대’ 달래기

등록 2004-10-14 00:00 수정 2020-05-03 04:23

[몸살리기]

▣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아침에는 맑은 정신으로 번개같이 일을 해치웠는데 오후만 되면 전신이 늘어져서 맥을 못 추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무슨 심각한 병에 걸린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한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심각한 병은 아니다.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스스로를 안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오후 녹초 현상’은 우리 몸에 있는 생체시계 때문이다. 생체시계에 따르면 오후 1~3시가 ‘졸음 시간대’다. 이때 주의하지 않으면 일에 능률이 오르지 않거나 교통사고 또는 산업재해를 당할 수도 있다.

때론 졸음 시간대의 문제로 전문의를 찾아가서 진찰과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규칙적으로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오후 피곤이 지속되거나 오후 피로감이 잠시 생겼다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오후 늦게나 심지어 밤까지 이어질 때다. 이런 증상이 2주일 이상 지속되면 상태가 심각해진다. 병원에서 특별한 병의 원인이 발견되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집에서 혹은 직장에서 혼자 무엇인가를 하면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오후만 되면 맥을 못 추는 사람이라면 나름의 자가 요법을 적용해볼 만하다. 우선 산책을 하는 게 좋다. 한 십분 정도 빠르게 걸으면 체내 에너지 레벨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서 2시간쯤 지속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즉, 기운이 솟는 것을 느낀다. 낮잠도 효과적이다. 짧은 낮잠(30분 이내)이 긴 낮잠보다 더 유익하다. 오후 4시 이후에는 안 자는 게 좋다. 물론 밤에 잠을 규칙적으로 충분히 자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상 스케줄을 재조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에는 운전하기, 읽기, 서류 정리하기 등 조용한 일을 주로 하고, 이른 오후 시간대에는 활동적인 일을 한다.

아침식사를 챙겨 먹는 것도 오후의 활동성을 높인다. 아침은 굶고 점심을 많이 먹은 사람들이 오후에 피곤을 더 느끼기 마련이다. 점심식사는 ‘균형식’을 먹어야 한다.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채식을 곁들여 단백질과 당질의 균형을 이루는 게 좋다. 피로를 쫓는다고 점심 반주를 곁들이는 것은 금물이다. 당분이 많은 간식은 피해야 한다. 설탕 같은 단맛의 간식은 잠시 기운을 북돋우지만 더 심한 피곤을 느끼게 할 뿐이다. 대신 커피나 탄산 음료수를 적당량 마시는 건 괜찮다. 아침에 넉잔 이상 마신 사람들은 오후에 피곤을 더 느끼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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