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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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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여성

등록 2004-09-03 00:00 수정 2020-05-03 04:23

[몸살리기]

▣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술은 잘 마시면 자기 수명보다 오래 살 수도 있지만, 잘못 마시면 제 명을 다하지 못한다. 역사적으로 술의 음용은 기원전 6천년께 이집트와 바빌론 시대의 기록에 있으며, 고대인들은 술을 신이 내려주신 선물로 여겼다. 옛날에 마신 술은 맥주와 포도주처럼 발효작용으로 생산된 알코올 함량이 적은 저도주(低度酒)였으나, 중세기 아랍에서 증류법을 개발해 고도주를 만들었으며 이는 곧 유럽으로 전파됐다. 당시 술은 모든 질병의 치료제로 여겨져 위스키를 생명수라 일컫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1933년에 세종대왕이 ‘계주교서’를 발표해 술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을 백성들에게 주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 1758년 영조대왕이 나라의 흥망이 금주에 달려 있음을 백성들에게 알리는 ‘계주윤음’을 창덕궁 돈화문에 나와서 직접 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근래에 와서 우리나라는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 술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 그리고 술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 특히 독한 술의 소비량이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스스로 마시는 술보다 먹이는 술의 양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우리나라 성인남자의 1인당 평균 술 소비량은 한해에 소주 57병, 맥주 81병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술 남용 및 의존자 수는 600만명이 넘는다. 이 중 의존자는 348만명 정도이며,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1:20이다. 근래에는 여성 음주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점잖고 우아한 모습으로 술을 마시는 여성의 모습도 전보다 많이 눈에 띄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쏜살같이 술집으로 달려가는 여성의 모습을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대로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여성을 발견할 수 있고, 음주단속에 걸린 여성 음주자들도 적지 않다.

술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서·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음식물이면서 약물이다. 제대로 마시면 보약이 되지만 잘못 마시면 독약이 되는 기호물이다. 약물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 남성과 다른 여성이 술을 마실 때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알코올이 임신과 수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같은 양을 마셔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술에 대한 피해가 더 크다는 연구보고가 많이 있다. 미국 국립알코올연구소에서는 성인남자는 하루에 2잔, 임산부를 제외한 성인여자는 1잔 이상은 마시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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