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리기]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최근 우리나라의 불고기와 김치 등이 세계인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한번 한국의 맛을 느낀 사람들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주식으로 삼는 서양 사람들이 같은 재료로 만든 불고기와 김치를 특별히 좋아하는 까닭은 고유의 양념에 있다. 한국의 문화는 양념의 문화이다. 우리나라 음식은 그 종류는 적어도 양념의 종류와 다양성은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한다. 불고기도 이름은 다 같은 불고기지만 양념에 따라 수없이 많은 종류의 불고기를 만들어낸다. 김치도 쉽게 수십 가지로 나뉘지만 거기에 사용하는 양념과 만드는 방법에 따라 세분하면 수백 가지, 심지어는 1천여종의 김치로 구분할 수도 있다.

이렇듯 한국의 맛을 내는 주요한 구실을 하는 게 양념이다. 양념은 오미(五味)를 조화시키는 구실을 한다. 우리 조상의 전통적 사고방식 속에는 음식을 만들 때 비록 똑같은 재료를 사용한다 해도 양념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음식의 강한 양성을 약화하거나 중화할 수 있으며, 반대로 강한 음성의 음식을 약화하거나 중화함으로써 음양을 조화시켜 몸에 좋은 음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우리 조상의 특별한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원래 양념이라는 말이 약염(藥念)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즉, 양념에 ‘생각이 들어 있는 약’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양념을 먹기 위해 음식을 먹는지도 모른다. 우리 몸에 필요한 다섯 가지 맛(단맛, 쓴맛, 신맛, 짠맛, 매운맛)을 조화롭게 섭취하려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김치에는 이런 맛이 골고루 들어 있기에 바야흐로 세계적인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골고루 먹는 게 최고의 식단임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비빔밥’이나 각종 ‘탕’도 골고루 섞어 먹기 위한 음식이다. 비빔밥과 탕을 즐겨먹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우리나라 사람들밖에 없다.
음식을 골고루 섞어먹는 데 가장 필요한 도구가 숟가락이다. 식사 도구로 숟가락을 주로 사용하는 것도 우리의 고유한 습관이다. 우리와 이웃한 일본만 해도 숟가락은 별로 안 쓰는 편이며, 중국도 수프를 먹을 때만 움푹 들어간 스푼을 가끔 쓸 뿐이다. 김치도, 비빔밥도, 탕도, 숟가락도 다 음식을 조화스럽게 먹기 위한 우리조상의 지혜의 산물이다. 밥과 김치와 두부 섞은 된장국을 기본으로 삼는 우리나라 가정식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건강식이다. 이런 건강식을 두고 ‘정크 푸드’라 불리는 패스트푸드에 입맛을 길들일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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