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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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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는 ‘인공기’가 없다

등록 2002-08-28 00:00 수정 2020-05-02 04:22

인공기는 남한에서 임의로 붙여 부르는 북한 국기 이름이다. 북한에서는 ‘공화국기’, ‘남홍색기’, ‘홍람오각별기’ 또는 ‘삼색기’라고 한다. 삼색기는 붉은색, 푸른색, 흰색이 어우러져 인공기를 구성하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다. 탈북자들은 이 가운데서도 ‘공화국기’가 가장 널리 불리는 이름이라고 말한다. 푸른색은 평화, 붉은색은 불굴의 사회주의 혁명의 투쟁정신, 흰색은 주권과 이상의 순수성을 뜻한다. 오각별은 로동당의 지도 아래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인민들의 행복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기는 북한 정권 수립 전날인 48년 9월8일 사회주의 헌법 초안과 함께 공포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북한 정권도 해방 이후 인공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태극기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태극기는 상하이 임시정부나 광복군뿐 아니라 좌익계 독립운동가들도 국기로 썼기 때문이다. 그 뒤 북한 정권은 남한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려는 듯 전혀 다른 모양의 국기를 선보였다. 일각에서는 인공기 안 오각별을 품고 있는 흰색 둥근 원형은 태극기에 새겨진 음양 상징을 본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흰색 바탕에 푸른색 한반도를 그린 이른바 ‘한반도기’가 처음 쓰인 때는 91년 일본 지바에서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이 단일팀으로 참가하면서부터다. 이때 한팀을 이룬 남북한의 현정화-이분희 쌍이 중국을 2 대 1로 꺾고 우승함으로써 시상식장에서 ‘아리랑’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한반도 단일기가 게양됐다. 같은해 6월, 한국 청소년축구단일팀이 한반도 단일기를 앞세우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나가 8강에 오르기도 했다. 2000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도 단일기를 들고 남북 선수단이 함께 입장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바 있다. 남북한은 9월7일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열리는 남북 친선축구경기 때 각자의 국기와 국가 대신 ‘한반도 단일기’와 ‘아리랑’을 쓰기로 뜻을 모았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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