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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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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이 의심될 땐

자가격리의 모든 것 ㅣ 보건 당국 전화 받으면 마스크 착용하고 일단 집으로
등록 2020-02-15 15:00 수정 2020-05-03 04:29
중국 우한에서 3차 전세기로 귀국한 교민과 중국 국적 가족들이 경기도 이천에서 격리 생활에 들어간 가운데, 2월12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어린이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중국 우한에서 3차 전세기로 귀국한 교민과 중국 국적 가족들이 경기도 이천에서 격리 생활에 들어간 가운데, 2월12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어린이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어둠 속에서 전화벨이 울립니다.
“보건소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접촉자로 분류됐습니다. 자가격리 조처를 해주세요.”
이렇게 자가격리를 통보받으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요?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나 자신이 겪을 문제라고는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부 ‘운’ 없는 사람의 ‘불행’ 정도로만 여길 뿐이죠. 이웃이 의심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면 해당 이웃과 접촉을 피하고 외출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해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몇 달씩 진행되는 바이러스 유행 기간에 전혀 외출하지 않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한국에서만 1만6천 명 넘는 국민이 자가격리를 경험했습니다. 코로나19도 자가격리자 수가 2월13일 오후 현재 기준, 1천 명에 이릅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새로운 감염병은 찾아올 수 있고, 우리는 격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감염병 격리 매뉴얼’을 준비했습니다. 의심증상이 나타날 때부터 격리가 해제될 때까지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질의응답 형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마련된 서울 은평구보건소. 한겨레 박종식 기자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마련된 서울 은평구보건소. 한겨레 박종식 기자

Q. 갑자기 체온이 오르고, 기침이 나면서 통증이 있어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어도 지금은 기침과 의심증상만으로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의료기관을 방문해 “코로나19에 걸린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병원에서도 크게 당황할 것입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전체 감염환자 186명 중 25명(13.4%)이 의료진이었습니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의료진도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합니다.

꼭 질병관리본부가 운영하는 ‘1339 콜센터’에 먼저 전화해주세요. 1339 콜센터 접속자가 많아 통화가 지연될 때도 다급하게 병원을 찾기보다는 가까운 보건소에 전화해 상담받아야 합니다.

상담 뒤 선별진료소에 문의하라는 안내를 받으면 선별진료소에 연락해 현재 몸 상태와 과거 여행국가, 동선 등에 대해 상담받고 방문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합니다. 진료와 검체(가래와 침 등) 채취를 위해 선별진료소를 방문할 때는 꼭 마스크를 써주세요.

코로나19 17번째 환자(37)는 1월24일과 25일 설 연휴 동안 KTX를 타고 고향인 대구를 다녀왔지만 그가 다녀간 곳에선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는데요. 17번째 환자가 감기몸살이 있어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동선은 최대한 짧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보건소에서 전화가 와 ‘자가격리’ 대상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자가격리 대상으로 분류되고 보건 당국에서 통보를 받으면 하던 일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의심환자로 분류됐기 때문에 이동할 때는 역시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일단 격리되면 외출할 수 없습니다. 자가격리를 통지받고 격리를 거부하거나, 격리 해제 기간까지 격리를 지키지 않으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법의 효력을 강화하기 위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격리가 시작되면 지역 보건소가 하루에 한 번 이상 전화해 증상을 확인합니다. 격리자는 아침저녁으로 체온을 재고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지 스스로 확인해야 합니다. 기간은 확진환자와 접촉한 지 14일이 경과할 때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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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함께 사는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가장 큰 위험에 처하는 사람들은 가족입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전체 감염환자 186명 중 63명(33.9%)이 가족이나 보호자, 방문객 등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 사람들에게서 전염됐습니다. 이번 코로나19에서도 10번째(54), 11번째(25), 14번째(40), 18번째(20), 20번째(41), 22번째(46) 환자 등이 함께 생활하는 가족에게서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자가격리 때는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혼자 생활할 것’을 권합니다. 아울러 △방문은 닫고 창문을 열어 자주 환기할 것 △식사는 혼자서 할 것 △화장실과 세면대는 가능한 한 혼자서 쓸 것 △가족 등 동거인과 대화 및 접촉을 삼갈 것(불가피한 경우, 얼굴을 마주 보지 말고 마스크를 쓴 채 2m 이상 거리를 유지할 것) △개인 물품(수건, 식기 등) 따로 쓸 것 △의복과 침구류 단독 세탁 등을 지켜야 가족 내 감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지키기 어렵고, 가족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많은 격리자가 친척이나 이웃의 도움을 빌립니다. 격리 기간에 떨어져 지내는 거죠.

집이 좁아서 독립된 공간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때에는 가까운 보건소나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해주세요. 지자체에서 병원 등에 적절한 공간을 마련해 시설격리를 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Q. 자가격리를 할 때 어려움은 무엇이 있습니까?
A. 격리 상황에 대한 ‘답답함’과 확진 판정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큽니다.

2015년 메르스 이후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연구진이 자가격리자 81명에게 설문조사를 해 발표한 논문 ‘메르스 전파에서 감염병 자가격리의 실태와 제안점’을 보면 “격리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답한 41명 중 13명(31.7%)이 “답답해서 격리 지침을 지킬 수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은행, 관공서, 직장 등의 업무 때문에 지침을 지킬 수 없다”고 답한 경우도 9명(22%), “격리 지침을 신경 쓰지 않았다”고 답한 경우도 5명(12.2%) 있었습니다.

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은 “평균 5.32일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해 불편함이 나타났다”고 했고, “증상에 대한 불안감이 나타난 것은 5.7일째”라고 답했습니다.

Q. 함께 사는 자녀와 어린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자가격리가 되면 어린 자녀에게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을까 걱정돼도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같이 격리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16번째 환자(42)가 확진 판정을 받았던 광주광역시에서 최근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던 한 시민은 2월12일 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근처에서 수백 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일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이 모두 문을 닫아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었다. 불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같이 격리된 채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격리 수용될 때 가족 구성원 중 아동·노인·장애인에 대한 돌봄노동에 공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보건복지콜센터(129)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Q. 출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나요?
A.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사업주는 자가격리 기간에 유급휴가를 줘야 합니다.

사업주가 지급하는 유급휴가 비용은 정부가 지원합니다. 사업주는 가까운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원액은 격리된 노동자의 임금을 기준으로 하며 1일 상한액은 13만원입니다. 증빙서류로 자가격리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니, ‘자가격리 통지서’를 버리지 말고 보관해주세요.

실업 상태여서 유급휴가를 받을 수 없거나 자가격리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생활지원비’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보건소장, 검역소장이 발부한 격리 통지를 받은 자가·입원 격리자 중 격리 조치를 잘 따르고 유급휴가를 받지 못한 사람에 한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14일 이상 격리된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123만원을 지원받습니다. 2월17일부터 주민센터에서 신청받습니다.

Q. 자가격리는 아니지만 회사가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을까요?
A. 휴업수당은 사업주의 재량에 달렸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할 경우에만 휴업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실시하는 휴업은 귀책사유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지급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휴업 보상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직장에 다니는 분들은 휴업수당이 지급되는데, 휴업 처리를 해도 (사업주에게) 손실이 없도록 비용을 보상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1인 사업장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추가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Q. 택배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회사 쪽에서 유급휴가를 줄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광주 우편집중국에서 인력관리 등의 업무를 맡았던 22번째 환자(46)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광주 우편집중국은 임시 폐쇄됐고 직원 350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는데, 이 중 121명이 특수고용으로 일하는 택배노동자였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노동자에게 유급휴가를 실시한다고 밝히면서도 택배노동자에 대해서는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가 전국우체국택배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 없는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뒤 우정사업본부는 택배노동자에게도 유급휴가를 제공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메르스 사태에서도 발생했던 문제가 이번에도 똑같이 발생했다”며 “비정규직 위탁 계약직 노동자에 대해 휴업수당 등의 기준이 없어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Q. 개인사업자에게는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까?
A. “자가격리도 해제됐고, 임시 폐쇄도 풀렸는데 손님이 오지 않습니다. 매출이 평소 30%밖에 되지 않아요.”

광주 남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2월12일 에 임시 폐쇄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습니다. 해당 슈퍼마켓은 역학조사 결과 16번째 환자(42)가 1월25일 방문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슈퍼마켓에는 임시 폐쇄 조치가 내려졌고 관계자들은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2월10일부터 임시 폐쇄와 자가격리가 해제돼 영업을 재개했으나, 언론 보도로 상호가 전국에 공개됐습니다. 사람들의 방문이 줄었고,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정부가 감염환자의 동선을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은 ‘투명한 정보공개’ 원칙을 위한 것이지만 이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것도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마스크 드립니다’ 문자메시지 조심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 말씀을 더 드립니다. “마스크 무료로 받아가세요”라는 문자를 통해 인터넷 주소가 오면 절대 접속하면 안 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당부한 내용을 보면 최근 코로나19 감염 사태와 관련해 9482건의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사기(스미싱) 신고를 접수했는데, 이 중 99%(9438건)가 마스크를 무료로 받아가라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신고된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인터넷 페이지는 범행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 사이트로, 개인정보를 유출하기 위해 추가 가입을 유도할 목적으로 제작된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전자기기에 악성코드가 설치돼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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