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저자로 잘 알려진 허균은 조선시대 미식가였다. 연합뉴스
(屠門大嚼)은 조선 중기의 반항아 허균이 저술한 음식 품평서다. 1611년 전라도 함열로 유배당해 조악한 식사에 시달리던 시절, 과거에 먹었던 맛있는 음식을 그리며 써내려간 글이다. 유교 문화에 젖어 있던 당시 사회에서는 선비가 먹는 것에 관해 논하는 것을 금기시했다. 그래선지 허균은 서문에서 “식욕과 성욕은 사람의 본성이다. 더구나 먹는 것은 생명에 관계되는 것이다. 선현들이 먹는 것을 바치는 자를 천하게 여겼지만 (…) 어떻게 먹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것이겠는가”라며 당시 풍조를 통박하고 있다.
허균은 명문가의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 허엽은 동인의 영수로 대사성과 경상감사를 지낸 인물이다. 형들인 허성과 허봉도 당대를 빛낸 인물이고, 누이 허난설헌은 세상이 다 아는 조선 최고 여류 시인이다. 허균은 천재 문장가이자 자유분방한 시대의 이단아였고, 따라서 정치 역정도 순탄치 않았다. 그는 형조판서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결국 50살 나이에 반란죄로 능지처참을 당해 생을 마감했다. 허균에 대한 그 시절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여기서 그의 정치철학은 논외로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생애를 관통하는 음식 사랑이다. 허균의 아버지 초당 허엽은 강릉의 명물 ‘초당두부’ 개발자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가풍 때문인지 허균은 자신을 “평생 먹을 것만 탐한 사람”이라 칭할 정도로 미식가였다. 그는 지방 관직에 나갈 때도 맛있는 식재료가 나는 곳에 부임하기 위해 요즘 말로 로비를 집요하게 할 정도였다. 오죽하면 유배를 가면서도 맛있는 것이 나는 곳에 가려고 줄을 댔을까. 그런데 정작 그렇게 골라 간 함열에서 변변하게 먹을 것이 상에 올라오지 않자, 식탐을 참을 수 없어 저술한 책이 이다. 은 짧은 글이지만 그 글이 담은 내용은 방대하다. 전국 각지의 특산 식재료 백 수십 가지를 분류해 수록해놓았다. 심지어 곰 발바닥과 사슴 꼬리는 어디 어디 것이 좋다고 올려놓았을 정도다. 인터넷도 ‘먹방’도 없던 시절임을 고려하면 그 엄청난 지식과 정보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강릉 방풍죽을 설명할 때는 “사기그릇에 담아 따뜻할 때 먹는데 달콤한 향기가 입에 가득해 3일 동안 가시지 않는다. 세속에서는 참으로 상품의 진미”라 했다. 읽는 이에게 당장 먹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표현력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쓴 글을 “가끔 보면서 한 점의 고기로 여기겠다”며 제목을 “푸줏간 앞에서 크게 입맛을 다신다”는 뜻의 이라 지은 것이다. 그러고는 서문 말미에 “먹는 것에 너무 사치하고 절약할 줄 모르는 세속의 영달한 사람들에게 부귀영화는 이처럼 무상할 뿐이라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다”고 저술 취지를 밝히고 있다. 유배지에서 인생을 되돌아본 허균이 쓴 이 글은 지금 사람들에게도 삶의 교훈이 되는 경구가 아닐 수 없다.
내용은 2003년 18권 4호에 게재된 차경희 교수 논문에 실려 있다. 이 글에 일반인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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