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음식문화> 김상보 지음 가람기획 펴냄 1만5천원
샛노란 참외는 여름 과일이다. 즙이 뚝뚝 떨어지는 달곰한 과육은 무더위를 쫓아낸다. 좀비처럼 폭염이 달려들수록 참외 가게는 활기차다. 제철이 지난 아쉬움을 참외장아찌로 달래는 이도 있다. 지방 장터를 가면 자주 마주치는 게 참외장아찌를 파는 할매들이다. 여름을 벗어던진 참외장아찌는 한가위 밥상에 오른다.
구한말 가장 인기 있던 과일도 참외였다. 참외 철이 되면 쌀집 매상이 떨어질 정도였다. 밥 대신 참외를 먹었다. 쌀보다 값이 쌌다. 참외 먹기 내기에 목숨 거는 이들도 있었다. 한꺼번에 20개나 먹어치워 내기에 이긴 이는 왕이 부럽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숭덩숭덩 썬 고기를 넣어 끓인 장국밥이나 곰탕도 구한말엔 ‘베스트 외식 메뉴’였다. 당시를 묘사한 그림엔 소머리를 가게 앞에 진열해놓고 손님을 유혹하는 주인이 등장한다. 팔뚝만 한 커다란 칼을 들고 선 모양새는 임꺽정도 부러워할 만큼 당당하다.
엔 놀라운 옛 음식 얘기가 가득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군침이 돈다. 한 시대 풍경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근사한 기록물이다.
한 나라의 음식문화 발전엔 기록만큼 중요한 게 없다. 식재료 종류도 많고 조리 기술도 발달했던 이탈리아가 ‘최고 미식 강국’이라는 영예를 애당초 프랑스에 뺏긴 데엔 게으르고 느슨한 그들의 기록 역사가 있다.
한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지 오래다. 하지만 정작 우리 음식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널리 퍼지지 않았다. 심지어 김치를 일본 음식으로 아는 외국인도 있다. 이런 이유로 같은 기록물은 소중하다. 저자인 대전보건대학 김상보 전 교수는 과거의 풍경에서 지금을 분석하는 우리 시대 음식 기록자이자 무뚝뚝한 연구자이다. 동시에 ‘소심한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책 뒷장에 열거된 참고 문헌만 봐도 알 수 있다. 수백 권이다. 등 너무 낯설어 기묘한 상상마저 하게 되는 고서적부터 등 현대물까지 다양하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 서적에 오른 음식 이야기도 따져 자신의 책을 구성했다. 그는 호방하게 추론하지 않는다. 자신의 연구를 과신하지도 않는다. 수백 년 전 책을 뒤지고 뒤져 글을 정성스럽게 짓는다. 그래서 그는 소심한 음식문화 역사학자다.
몇 년 전 음식 관련 포럼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내가 한 질문에 그는 무뚝뚝하게 답했다. 살갑지 않아 당황했지만, 그의 말은 정확했다. 그의 곁엔 우리 음식 기록이 맴돈다. 시야가 깊고 넓다. 몇 년 전 정년퇴임을 한 그의 또 다른 작업이 기대된다.
를 읽으며 역사학자 E. H. 카가 내린 명제가 떠올랐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 회를 즐기는 지금의 우리는 회를 맛나게 먹기 위해 겨자 양념을 만들어냈던 조선시대 조상들과 연결된다. 조선시대 관노의 음식이었다는 추어탕. 과거 음식과 대화하기 위해 오늘 서울 을지로에 있는 추어탕 전문점을 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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