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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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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없는 홍콩은 홍콩이 아니다

홍콩인들이 익명으로 전하는 절박한 외침
등록 2019-06-24 10:47 수정 2020-05-03 04:29

<font color="#008ABD">지난 6월12일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에 반대한 홍콩 시민 100만 명이 시위에 나섰고, 6월16일에는 20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거리로 나온 그들은 한목소리로 “범죄인 인도 조례 완전 철회”를 외쳤다. 그들은 왜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나.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들이 에 글과 사진을 보내왔다. 모두 익명이다. 그들은 시위 현장에서도 신분 노출이 안 되려고 마스크를 쓰고 교통카드조차 일회용을 썼고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했다.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이 참가자들을 연행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돼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몰라 두렵다고 했다. 그들이 익명으로 전하는 절박한 외침이다.</font>

홍콩이 왜 이렇게 변하나

나는 6월16일 홍콩에서 벌어진 역대 최대 규모 시위에 나선 200만 홍콩 시민 중 한 명이다. 그날은 범죄인 인도 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참여한 나의 네 번째 시위였다. 범죄인 인도 조례는 홍콩에 숨어든 범죄인을 중국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가 이 법을 악용해 인권운동가 같은 정치범을 중국 본토로 송환할 것이다.

우리가 마음대로 자기 생각을 말하거나 정부를 비판했다가 정치범이 돼 중국으로 잡혀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자유 없는 홍콩은 홍콩이 아니다. 갈수록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시위 규모가 커졌지만 이날 역시 큰 혼란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홍콩인으로서 너무 자랑스럽다.

그러나 정부와 경찰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했다. 시위자들은 폭도가 아니라 홍콩의 희망이다. 대부분의 시위자는 홍콩을 사랑하고 또 사랑해서 죽을 각오로 나선 젊은이들이다. 그날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을 맞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홍콩이 왜 이렇게 변해야만 했을까?’ 암담하다.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프린스 에드워드에 사는 엽모(35)
  

<font size="4"><font color="#008ABD">이런 재판을 가족이 받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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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가 빨리 송환법을 철회하기를 강하게 요구한다. ‘월드 저스티스 프로젝트’(World Justice Project)가 발표한 전세계 법치지수 조사에서 홍콩은 16위, 중국은 84위였다. 만약 송환법이 통과된다면 범죄인이 중국으로 인도되어 공정한 재판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재판을 내가, 아니 내 가족이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 송환법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200만 명 넘는 홍콩 시민이 반대하는데 정부는 우리를 설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왜 송환법 철회를 하지 않는가. 정부가 원하는 게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마온산에 사는 진모(33)
 

<font size="4"><font color="#008ABD">‘일국양제’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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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유와 법치를 잃을까 걱정돼 시위에 나섰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지키려는 의미도 있다. 솔직히 중국의 법치는 믿을 수 없다. 이견을 가진 사람한테 불미스러운 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합리적 이유 없이 그들을 잡아가거나 연금시키는 일이 종종 있었다.

송환법이 통과되면 홍콩 시민의 일상은 위험해질 것이다. 죄 없는 홍콩 시민한테 죄를 뒤집어씌워 잡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가 송환법을 철회할 때까지 홍콩 시민은 시위를 계속할 것이다.

-틴수와이에 사는 주모(23)
 

[%%IMAGE5%%]<font size="4"><font color="#008ABD">당연한 인권과 자유를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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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에 나선 이유는 단 하나다. 홍콩 사람으로서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1997년 중국은 영국으로부터 반환받은 홍콩에 대해 50년 동안 ‘일국양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동안 홍콩을 중국으로 바꾸려 계속 손댔다. 영국 식민지였을 때 홍콩은 성공적으로 국제 금융 허브가 되었다. 홍콩 사람은 인권과 자유를 누리며 살았다. 중국과 달리 홍콩에서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있었다. ‘민주’라는 것도 우리에게 기본이었고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범죄인 인도 조례’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인권과 자유를 빼앗을 것이다. 그로 인해 많은 홍콩 사람이 깨어났고 거리로 나갔다. 내가 인터넷에서 본 6월12일 시위현장의 경찰은 시민을 적으로 여겼다. 무기 없는 시민을 향해 최루탄을 쏘고 공격했다. 그걸 보고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도 6월16일 시위에 참여했다. 난 그곳에서 같은 목표를 위해 모인, 홍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따뜻함을 깊이 느꼈다. 함께라서 가능한 시위였다.

-원랑에 사는 주모(24)
 

<font size="4"><font color="#008ABD">나는 여전히 옳은 것을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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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란 곳은 자유로운 홍콩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져도 되고, 시위를 할 수 있고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현해도 되는 곳이다. 그러나 어느 날 내 생각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정부가 다 빼앗아갔다. 인제야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았다.

범죄인 인도 법안이 통과된다는 것은 우리의 법치를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인권을 빼앗기는 일이기도 하다. 범죄인 인도 조례는 홍콩 민주주의를 후퇴하게 만들 것이다. 이에 반대하며 거리에 나갔다. 홍콩의 앞날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기 때문이다. 조례가 통과되면 홍콩이 자유로움을 잃고, 자유로움을 잃으면 홍콩의 중요한 초석도 잃게 되는 것이다. 홍콩 사람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권력자가 시민의 생각을 압박해도 시민의 생각은 제어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서서 옳은 것을 지킬 것이다.

-사이공에 사는 사모(23)
정리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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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에 사는 사모(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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