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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중국 탓? 한국 탓? 양자택일하라는 게 문제!

질의응답으로 풀어보는 미세먼지에 관한 오해와 진실
등록 2019-05-11 13:41 수정 2020-05-03 04:29
미세먼지가 자욱한 서울 서대문구 도심. 한낮이지만 해가 먼지에 가려 달처럼 보인다. 박승화 기자

미세먼지가 자욱한 서울 서대문구 도심. 한낮이지만 해가 먼지에 가려 달처럼 보인다. 박승화 기자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5월8일 어버이날 아침, 유치원에서 만든 색종이 카네이션을 부모님 가슴에 달아주며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묻는다. 부모는 사실 큰 고민 없이 장난스럽게 던진 질문이지만 아이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엄마가 조금 더 좋아.” 아이가 조심스레 말한다. 아빠 표정이 어두워진다.

부모에 대한 사랑의 크기를 비교해서 어느 쪽이 더 큰지 묻는 것은 잔인하다. 평소에 아빠를 더 좋아했지만 어제 같이 운동을 나갔다가 토라져 마음이 상했다면 홧김에 “엄마가 더 좋다”고 할 수도 있다.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없는 줄 알면서 “고르라”고 채근하면 결코 진실에 다가갈 수 없다. ‘양자택일의 함정’이다. 조금 영리한 아이라면 이렇게 답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질문을 하는 엄마와 아빠는 싫어.”

중국과 한국, 둘 다 문제고 서로 영향

“중국이 문제야, 한국이 문제야?”

국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한반도 미세먼지에 관한 질문도 비슷하다. 명쾌한 결론을 보고 싶은 것은 대중의 요구이고, 이 요구에 맞춰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은 언론의 습성이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 중 누가 좋은지 묻는 문제처럼 미세먼지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도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그만큼 사안을 왜곡한다.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미세먼지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선 먼저 양자택일의 함정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문제인지, 한국이 문제인지 물어보는 게 문제야.”

중국과 한반도의 대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부정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승묵 교수는 연구를 통해 “한·중·일의 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을 분석해보면 국내와 외국의 영향을 모두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효과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국내의 저감 노력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 협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문은 한발 더 나아간다. ‘중국과 국내의 영향은 각각 몇%인가?’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2017년 9월 발간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보면 “평상시 중국, 북한 등을 포함한 국외 영향은 연평균 30~50%, 고농도시(연간 18~29일)에는 60~80%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내용을 근거로 일부에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중국의 영향이 80%라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자료에서 밝혔듯 중국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1년에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다. 평소에는 국외 요인이 50% 이하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 발표 내용도 정확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의식한 듯 국립환경과학원은 3월 초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사상 최장인 7일 동안 계속되자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과 국외의 영향이 40%”라고 보고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북서풍이 많이 불기 때문에 중국의 영향이 크다’는 주장도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2016년도 서울 대기질 평가보고서’를 보면 서풍 계열의 바람이 55.9%로 동풍보다 서풍이 많이 불기는 한다. 하지만 동풍이 불 때 한반도가 중국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면 한국이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는 미세먼지에 관한 3국의 공동 연구 내용이 발표될 계획인데, 좀더 정확한 비율을 알게 될지 모른다.

운동, 웬만하면 하는 게 좋다

한국이 중국 탓을 하는 사이 중국은 한국과 가까운 산둥성의 PM2.5(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 기준으로 2013년 98㎍/㎥에서 2017년 57㎍/㎥로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줄었다. 중국의 영향이 큰 가운데 한국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은, 중국보다 한국의 저감 노력이 부족했음을 방증한다. 중국과 달리 한국은 1990년대부터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5㎍/㎥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석탄에너지 사용 감축, 공장 미세먼지 저감 장치 확충 등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미세먼지 있는 날엔 야외 운동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할까?

미세먼지 예보를 본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76㎍/㎥를 넘어 ‘매우 나쁨’이 되면 운동을 결심하기 쉽지 않다. 건강해지려고 운동하는 건데 미세먼지를 많이 마시면 몸에 더 나쁠 것 같다.

하지만 한국 정도의 대기오염 수준에서 취약계층(노약자, 어린이, 질환자)이 아닌 일반인은 되도록 운동하는 것이 좋다. 2016년 예방의학회지에 실린 논문 ‘대기오염은 자전거 타기와 걷기의 건강 효과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가?’에는 이와 관련한 연구 내용이 나온다.

연구진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 이하인 도심 지역에서는 하루 한 시간 반까지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운동하지 않는 것보다 건강에 이롭다”고 결론 내리면서 “이 정도 운동도 하지 못하는 도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전세계 1%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를 넘는 날은 해마다 다르긴 하지만 거의 한 달을 넘지 않는다. 논문에선 초미세먼지 농도 22㎍/㎥ 이하의 조건에선 높은 강도의 운동을 해도 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마스크, 호흡 어려운 사람은 벗어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마스크를 써야 하나?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2016년 한국에서 미세먼지(PM2.5)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1만5825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외출하면 ‘KF94’가 찍힌 보건마스크를 쓰는 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KF94’는 0.4㎛ 크기의 입자를 94% 차단한다는 의미다.

마스크를 쓰면 미세먼지를 덜 마신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만큼 호흡도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숨 쉬기 힘들다는 것은 호흡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많다.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보건마스크 사용에 관해 “호흡기·심장 질환을 비롯해 호흡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기 전에 의사와 상담하라”고 권고한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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