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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자 면면에 담긴 ‘개혁·개방’ 의지

중국 경제 현장 살핀 박태성, 군부 내 경제통 노광철 등…

김정은 위원장 중국 방문 따라나서
등록 2019-01-12 13:47 수정 2020-05-03 04:29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1월9일 방중 마지막 일정으로 베이징의 제약회사 동인당을 방문해 의약품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1월9일 방중 마지막 일정으로 베이징의 제약회사 동인당을 방문해 의약품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네 번째 방중길에 동행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번 정상회담을 대하는 북쪽의 의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북 관영 통신사 이 1월10일 보도한 김 위원장의 방중 관련 기사에는 모두 8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리수용·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겸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 3명은 김 위원장의 외교·안보 정책을 최측근에서 보좌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중 간 이뤄진 “조선반도 정세 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정해나가는 문제와 관련해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이 이들의 임무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해 김 위원장의 1~3차 방중도 모두 수행했다.

외교·안보 최측근 3명 동행

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 겸 제1부부장과 리일환·최동명 당 중앙위 부장도 이번 방중단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따로 있다. 박태성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겸 부위원장과 노광철 당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 겸 인민무력상이다. 지난해 4월20일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북한의 ‘새로운 전략노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월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김 위원장 환영 행사와 이어진 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제시하고 여러 가지 중대한 조치들을 취하면서, 평화 애호적이고 발전을 지향하는 조선 측의 희망과 기대를 국제사회 앞에 보여줬다.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가 제시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반드시 관철하여 보다 휘황한 성과를 이룩하리라 확신한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는 북한판 ‘개혁·개방 선언’이란 평가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3월25~28일에 이어 회담을 마친 뒤인 5월7~8일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김 위원장의 2차 방중 직후인 5월14~24일 북 노동당 친선 참관단이 중국을 방문했다. 박태성 당 부위원장이 단장이었다. 그는 5월16일 시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중국의 경제 건설과 개혁·개방 경험을 학습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방중 기간에 40주년을 맞는 중국 개혁·개방 현장을 두루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참관단의 면면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동당 시·도당 위원장단이 대거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은 지난해 5월24일 참관단의 귀국 소식을 전하며 김수길 평양시당 위원장, 김능오 평안북도당 위원장, 류명선 당 국제부 부부장 등을 언급한 바 있다.

경제발전에 군 동원

김수길 평양시당 위원장은 이틀 뒤인 지난해 5월26일 에 다시 등장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원산갈마 해안 관광지구 시찰을 수행했다는 내용인데, 이번엔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직함이 바뀌었다. 군 간부에 대한 인사·검열·통제권을 휘두르는 총정치국은 군에 대한 사상교육도 책임진다. 총정치국장은 ‘군에 대한 당의 지배’를 실현하는 게 임무다. 김수길 총정치국장은 인민군 중장 출신이다.

비슷한 시기 우리의 국방장관 격인 인민무력상도 교체됐다. 인민군 상장 출신으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을 지낸 노광철 현 인민무력상이다. 그는 군수공업 분야를 담당하는 당 제2경제위원장을 지냈다. 당 중앙위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한 지 불과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에, 군부 내 ‘경제통’이 지도부 전면에 나선 셈이다. 어떤 맥락일까?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실마리가 담겨 있다.

“군수공업 부문에서는 경제 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할 데 대한 우리 당의 호소를 심장으로 받아안고… 여러 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들과 인민 소비품들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을 추동하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3차 방중(6월19~20일) 후 집중적인 ‘민생 행보’에 나섰다. 6월 말부터 한 달 남짓 사이에 모두 19차례나 ‘현지 지도’에 나선 게다. 이 가운데 5차례가 경제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군부대였다. 특히 김 위원장은 7월17일 함북 경성군을 방문해 “인민군대가 멋들어지게 건설해 인민들에게 선물하겠다”(온포휴양소)거나, “인민군대가 전적으로 맡아 불이 번쩍나게 해제껴야 한다”(중평리 온실농장 건설 현장)는 등의 발언을 내놨다. 군을 개혁·개방의 선두에 세우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셈이다.

베트남·중국 등 앞서 개혁·개방으로 나아간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군은 중요한 ‘경제적 역할’을 수행했다. 과도하게 군에 집중됐던 인력이 민간 분야로 넘어갔고, 군이 보유하고 있던 국유재산을 생산 활동에 투입했다. 무엇보다 군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민수용으로 돌리면, 선진 개발 국가와의 기술적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를 다그쳐 나라의 방위력을 세계 선진 국가 수준으로 계속 향상시키면서 경제 건설을 적극 지원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군-민 통합’ 강조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은 중국에서 이른바 ‘군-민 통합’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10월18일 개막한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 연설에서 “국방 관련 과학·기술·산업의 개혁을 심화하고, 군-민 통합을 더 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 분야에서 이룬 과학·기술적 성과를 경제개발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중국판 군산복합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일본 경제지 는 지난해 12월13일치에서 “군-민 통합은 인민해방군이 이뤄낸 모든 기술적 진보를 국영기업은 물론 민영기업까지 연결해 중국의 국력 신장에 투입하려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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