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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를 잊지 말아주세요!

13년 ‘대하 기사’ 시즌1 마무리한 <한겨레21> 기자 방담기

“우토로를 없애는 건 재일조선인 역사를 없애는 것”
등록 2018-05-03 05:12 수정 2020-05-03 04:28
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

2005년 5월 초, 그 주 마감을 막 마친 남종영(사진 오른쪽) 기자가 편집장의 긴급 호출을 받았다. 21세기 마지막 조선인 게토, 일본 우토로로 출장을 다녀오라는 지시였다. “일본어 까막눈인데, 토토로는 알아도 우토로는 모르는데, 비루 구다사이(맥주 주세요) 하나 외워서” 떠난 그 출장이 ‘우토로 살리기 모금 캠페인’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지난 4월22일 우토로 주민들의 시영주택 입주식을 취재하며 13년간 이어온 ‘대하 기사’를 마무리한 변지민 기자가 묻고, 남 기자가 답했다.

1년 내내 모금하고 기사 쓰고‘일본어 까막눈’이라더니 취재를 엄청 많이 하셨더라고요.

1세대 할아버지 할머니 마흔 분이 계셨는데, 한국말을 하셨으니까요.

지금은 1세대 한 분만 살아 계셔서 통역 없이는 취재가 안 돼요. 우토로 기사는 어떻게 처음 쓰게 됐나요?

일본 시민단체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 오랫동안 싸워왔고, 에서 기사를 연재하며 일본 내에서 이슈가 됐어요.

오래된 투쟁이 보도 이후 대대적인 캠페인으로 발전한 계기가 있나요?

우토로 땅주인 이노우에 마사미를 단독 인터뷰했어요. 인터뷰 중 “원래 15억엔인데 한국 정부가 5억5천만엔(약 55억원)에 사라”고 가격을 부르더라고요. 자기도 재일동포 3세니까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고 싶다면서. 그전엔 시민사회에도 강제징용 문제는 일본 정부가 풀어야 한다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도그마(신념)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러다 ‘이 정도 가격이면 한국 정부가 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역발상이 나온 거죠.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모금운동을 시작했고, 1년 내내 일주일에 한 번씩 모금액을 정리해 기사를 썼어요. 긍정의 힘이 통하더군요. 일본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우리 돈으로 사보자, 해보자 이런 메시지가 변화를 일으켰어요.

캠페인 과정에서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훈훈한 시절이었어요. 학생들이 ‘지각 벌금’을 모아서 주기도 하고, 연예인도 많이 동참했어요. 김혜수씨 단독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나고, 유재석씨는 1천만원을 기부했는데 인터뷰는 고사했어요. 지(G)마켓이 막 생겼을 때 우토로 기부 결제창을 만들어줘서 대표 인터뷰도 하고, 뭐라도 있으면 어떻게든 기사를 만들어내야 했죠.

시민이 끌고 정부가 밀고사회적 반향을 일으켜서 보람이 크셨겠어요.

시민들이 돈을 모으니 정부가 관심을 보였어요. 노무현 대통령도 한 달 월급을 성금으로 내겠다고 했어요. 깜짝 놀란 외교안보 라인이 일본과 외교적 마찰이 생길 수 있다며 말렸지요. 그해 말 외교통상부 직원들이 1200만원을 모금했어요. 대통령 관심사가 되니까, 외교통상부도 재외동포 예산을 우토로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도왔어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우토로 초입에 서 있던 입간판이 생각나요. “우토로를 없애는 건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없애는 것이다.” “우토로를 없애는 건 일본의 양심을 없애는 것이다.” “우토로를 없애는 건 일본의 과거사 반성이 없는 것이다.” 우토로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정신과 역사를 보존하고 기억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정리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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