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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악재에도 지지자 결집

‘드루킹 사건’ 경찰의 눈치보기, 청와대의 늦은 해명이 논란 부추겨…

남북·북-미 정상회담은 호재
등록 2018-04-24 14:45 수정 2020-05-03 04:28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1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6·13 지방선거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의 중심에 선 그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한겨레 강창광 기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1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6·13 지방선거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의 중심에 선 그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한겨레 강창광 기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19일 경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원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 의혹의 한복판에 선 김 의원은 “무책임한 정치 공방을 중단해달라”며 “정쟁을 매듭지을 수 있도록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댓글 조작 사건에 ‘공작’ ‘게이트’ 등의 용어를 붙여가며 공세에 나섰다. TK(대구·경북)를 제외하고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던 전망은 PK(부산·울산·경남)만큼은 해볼 만하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야당이 자신하는 만큼 김 의원이 입은 상처는 크다. 출마 선언 뒤 기자회견에서 ‘불출마를 고민했느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여러 가능성을 놓고 함께 고민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는 김 의원의 결기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간단치 않다. 3월20일 김아무개씨 등 관련자 3명이 구속된 이후 졸속으로 진행된 수사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 의원은 4월16일 기자회견에서 “공보를 맡을 때 (문재인) 후보에 관한 기사가 올라오면 제 주위에 기사를 보낸 적이 꽤 많았다. 그렇게 보낸 기사가 혹시 드루킹에게 보냈는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사흘 뒤인 19일 김 의원이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드루킹’에게 10개의 기사 목록 주소(URL)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것이다.

김 의원이 보낸 메시지는 14개로, 나머지 4건에는 ‘홍보해주세요’라거나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경찰이 애초 밝힌 ‘고맙다’는 의례적인 내용이 아니었던 것이다.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에 남아 있는 게 그 정도다. ‘드루킹’은 김 의원의 메시지에 “처리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여기서 ‘처리’의 의미는 회원들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자발적으로 공감을 클릭하거나 추천하도록 하는 ‘선플 운동’이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매크로 작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여기까지 드러난 것은 공개된 대화방이다. 이미 내용이 삭제된 비밀대화방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당사자를 제외하고 아무도 모른다.

문제를 키운 것은 김 의원의 해명만이 아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4월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메시지 대부분은 김씨(드루킹)가 김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보냈다. 김 의원은 의례적 인사(답변)만 했다”고 했다. 이 청장의 답변은 이틀 전인 14일 기자회견에서 나온 김 의원의 해명과 비슷했다. 당시 김 의원은 먼저 메시지를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의례적으로 감사 인사라든지 그런 거 보낸 적은 있다”거나 “대부분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보내온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청장은 김 의원의 해명 수준의 사실만 확인한 채 이미 수사에서 확보된 사실(URL 전달)조차 보고받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연 셈이다. 경찰은 4월20일 뒤늦게 김씨와 김 의원이 ‘시그널’이라는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해 공개했다.

경찰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는 또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 170여 개 중 133개를 분석 없이 검찰에 넘겼다. 그 안에 어떤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확보한 계좌는 압수수색이 아닌 임의제출로 넘겨받았다.

석연찮은 인사 청탁 처리 과정

압수수색 자체도 허술했다. 3월22일 김씨가 관여한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사무실 관계자가 USB를 변기에 버리는 일이 있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음에도 경찰이 USB를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이다. 불법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더라면 굳이 USB를 변기에 버릴 이유가 없다.

경찰은 4월17일 뒤늦게 수사팀을 확대했다. 이 청장이 전날 “현재 지난 1월에 이뤄진 댓글 조작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 지 하루 만이다. 경찰은 결국 20일 김 의원 소환을 공식화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김 의원이 ‘드루킹’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뿐이 아니다. 인사 청탁 대목도 석연찮다. 애초 기자회견을 자처했던 4월14일 당시 김 의원은 “(드루킹이) 선거 끝난 뒤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인사 관련한 것이었고,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당한 불만을 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틀 뒤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인사수석실, 민정수석실 등이 관련된 사실을 얘기했다. 이 자리에서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직접 나서서 드루킹이 청탁한 도아무개 변호사를 만났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청와대 해명도 오해를 부르고 있다. 김 의원이 기자회견까지 자처하면서 사안이 일파만파로 커졌지만, 4월16일 오전까지 청와대는 인사 청탁과 관련해 “모른다”는 입장이었다. 김 의원의 오후 2차 기자회견이 돼서야 “김 의원이 추천한 인사(도아무개 변호사)를 만났다”고 시인했다. 백 비서관이 만난 시점에 대해서도 드루킹 구속 전(3월 중순)이라고 했다가, 구속 뒤(3월 말)로 정정했다.

‘드루킹’ 사건이 6·13 지방선거 판세를 바꿀지는 확실치 않지만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여당 일각에선 선거를 앞두고 여론 ‘공작’이라는 프레임에 걸려들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여당은 위기의식 속에 발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악재 속 지지율 반등

하지만 판세는 여전히 여당에 유리하다. 가장 큰 호재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다. 이 회담이 성공하면 격전 지역에서 여당은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여론 지지도 탄탄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4월17~19일 전국 1003명을 조사해 2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0%가 긍정평가를 내렸다. 댓글 조작 사건 보도가 14일부터 이어졌음에도 지지도에 흔들림이 없다. 4월16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사임했던 점을 고려하면 지지자들의 결집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다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4월16~18일 전국 성인 1502명에게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67.6%였다. 댓글 조작 의혹과 인사 파문에도 오히려 0.8%포인트 올랐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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