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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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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성폭력은 학교에서 시작된다

학교 내 성폭력 고발 창구 ‘스쿨미투’ 피해 사례 분석…

담임교사가 가해자인 사례 압도적
등록 2018-03-27 17:04 수정 2020-05-03 04:28
‘스쿨미투’에 올라온 피해 사례는 여성 혐오 사회를 넘어서기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곳이 학교라는 것을 웅변한다. 스쿨미투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스쿨미투’에 올라온 피해 사례는 여성 혐오 사회를 넘어서기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곳이 학교라는 것을 웅변한다. 스쿨미투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바지 입은 여학생은 바지 위로, 치마 입은 여학생은 치마 속으로…. 타이즈 위나 팬티 위를 꼬집듯 스치듯 더듬듯 스윽 만지곤 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여학생들이 다리를 벌리면 흰 팬티가 폭포처럼 보인다는 국사 선생도 있었다.”

“예쁘장한 여학생에게는… 볼을 살짝 꼬집고… 자기 기준에 그렇지 않은 학생은 ‘한 시간 동안 엎드려뻗쳐있어, ㅅㄲ야’라며 땀을 비 오듯 흘릴 때까지 벌을 세우고 들어오게 하기 일쑤였습니다. 가끔씩 ‘못생긴 게’라는 중얼거림은 덤이었습니다.”

학교는 여성 혐오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2월26일부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여성위원회가 운영해온 페이스북 페이지 ‘스쿨미투’(www.facebook.com/schooolmetoo)에 차곡차곡 기록되는 ‘#학교_내_성폭력’ 피해 경험은 미투 운동 국면에서 터져나오는 한국 사회 성폭력의 뿌리가 학교에 닿아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은 2월26일부터 3월22일까지 스쿨미투에 게시된 77건의 피해 사례를 유형별로 살폈다. 전교조 여성위원회는 페이스북 메시지나 전자우편(schoolmetoo@daum.net) 등으로 접수된 피해 사례를 검토해, 학교 구성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사례를 고발하는 스쿨미투의 목적에 맞지 않거나 가해자가 특정되는 사례를 제외하고 게시한다.

학교는 여성 혐오 축소판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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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학생은 물론 교사까지 학교 안에서 안전한 여성은 없었다. 전체 77건 가운데 절대다수인 68건(88.3%)에서 피해자는 재학 중 성폭력을 당했다. 졸업 후 교사와 연락해 만났다가 성폭행을 당한 사례(2건)도 있었다. 피해자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3건), 강사(1건), 교생(1건) 등으로 다양했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대학생 시절 당한 이(2건)도 있다. 이 가운데 1건은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극심한 데이트폭력을 가한 이가 경기도에서 현직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한 내용이었다.

가장 많이 성폭력 피해에 노출된 집단은 초등학생(52.9%)이었다. 담임교사와 교과교사로 분리되는 중·고교에 견줘 담임의 권력이 막강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초등학생의 피해 사례에선 담임교사 성추행(75.0%)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유사강간(성기·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넣는 행위)이 6건으로 뒤를 이었다. 만 13살 미만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유사강간은 성폭력처벌법(제7조)에 의해 7년 이상 유기징역을 받는 중범죄다. 입에 혀를 집어넣는 등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되는 강제추행도 있었다. 5학년 때 담임교사가 혀로 자신의 얼굴을 추행했다고 밝힌 한 피해자는 “그는 자신의 반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하였으나 아무 징계 없이 장학사를 거쳐 서울○○교육장까지 지내고 퇴임했다”고 적었다.

스쿨미투는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미투 운동 국면에서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이 못하는 일을 대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한광여중·한광여고의 성폭력 피해 사례를 밝혀냈다. 또, 충북 ㅇ여고 음악 동아리를 오랫동안 지도한 교사도 실체가 까발려져 교단을 떠나게 됐다. 이 동아리는 전국대회 대상을 받기도 했고, 해당 교사는 최우수지도상을 받은 적도 있다.

스쿨미투를 통해 자신의 피해를 밝힌 이들은 주로 ‘82년생 김지영’으로 대변되는 1980년 전후 출생 여성들이었다. 전교조 여성위원회가 피해 시기(52건)와 현재 연령(49건)이 확인되는 사례를 분석한 결과, 1990년대(32.7%)에 학교를 다닌 30대(34.7%)들의 피해 사례가 많았다.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하라

전교조 여성위원회 등 100여 개 단체가 참여한 ‘페미니즘 교육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는 “학교도 사회와 다르지 않다. 성별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교육과정과 교육 내용, 위계적인 학교 문화 등 여성 혐오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1월6일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냈다. 한 달여 만에 20만 명이 이 청원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는 2월27일 “연내 초·중·고 인권교육 실태조사를 해 장기적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교과 내용 개편에 반영하겠다”고 화답했다.

진명선 기자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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