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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아르콘 나올까 두렵다”

<한겨레21> 보도 이후 시중은행 사회공헌 담당자와

비영리법인 관계자 등 허인정 이사장 공개 비판 이어져
등록 2018-02-15 01:15 수정 2020-05-03 04:28
2017년 11월27~29일 허인정 스타트업캠퍼스 대표(오른쪽 네 번째)가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개원 1돌 기념 국제 콘퍼런스를 열고, 아시아 각국에서 온 초청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스타트업캠퍼스 제공

2017년 11월27~29일 허인정 스타트업캠퍼스 대표(오른쪽 네 번째)가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개원 1돌 기념 국제 콘퍼런스를 열고, 아시아 각국에서 온 초청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스타트업캠퍼스 제공

허인정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이하 아르콘) 이사장의 투명하지 못한 기부금 운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JB금융지주의 유승권 시에스아르(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팀장은 1월27일 자신의 블로그에 ‘기업 사회공헌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허 이사장을 준엄하게 질타하는 장문의 글을 실었다. 이에 앞서 송경용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이사장은 첫 보도가 나간 직후인 1월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 이사장을 꾸짖는 글을 올렸다. 송 이사장은 2005년 씨제이나눔재단 설립 때 이사를 맡아 당시 사무국장이던 허 이사장과 인연을 맺었다.

“대기업 사회공헌 허점 영리하게 이용”

유승권 팀장은 자신의 글에서 “이번 사건이 은근슬쩍 넘어가면… 제2, 제3의 아르콘이 생겨날 것이고, 우리나라 기업 사회공헌은 사익을 추구하는 장사판이 될 것이다. 그것이 두렵다”고 우려하며 자신이 실명으로 아르콘과 허 이사장을 공개 비판하는 이유를 밝혔다.

“2년 전 아르콘에서 다른 기업 두 곳에 제안한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를 볼 수 있었다. 눈을 의심할 정도로 두 건 모두 상식적이지 않았다. 사업비가 굉장히 부풀려져 있었고, 부풀려진 사업비의 대부분이 아르콘과 관련된 페이퍼컴퍼니로 가는 구조였다.” 그러면서 “기부금이 대표 본인의 사업체 수익으로 들어가는 일은 애당초 생각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사회공헌 사업의 구조적 문제점도 꼬집었다. 롯데면세점과 허 이사장이 이익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했던 관계라는 지적이다. “롯데면세점은 면세점 허가를 앞두고 큰 것 한방이 필요했고, 사업 주체의 진정성이나 실무 역량을 꼼꼼히 살피기보다는 아르콘 허인정 이사장의 배경과 명성만 보고 130억원이란 큰돈을 맡겼다. 아르콘은 대기업 사회공헌의 바로 그 실체와 허점을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영리하게 잘 이용했다.” 그는 또 “비영리라고 왜 가난해야 하느냐”는 허 이사장의 항변에 대해서는 “목적이 아닌 돈을 버는 수단으로 공익사업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 아르콘처럼 대표는 고액연봉을 받고 실무자는 최저임금을 받는 구조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아프게 질타했다.

“공익 이름으로 사익 취해선 안 돼”

송경용 이사장은 ‘간곡한 부탁’이라는 제목을 붙인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공익이란 이름을 달고 사익을 취해서는 안 되겠지요”라는 말로 글머리를 열었다. 허 이사장의 실명을 적지는 않았지만, 과 한 통화에서 허 이사장을 상대로 쓴 글임을 인정했다. 그는 “이름도 빛도, 돈도 보상도 없이 헌신하는 수많은 동료들을, 선후배들을 생각하기 바란다.” “왜 그 일을 하려고 했던가를, 그 일의 가치와 목표를, 첫 마음을, 당신이 내걸었던 선한 의지와 비전을 믿고 함께해온 사람들을, 그들의 형편을 돌아보기 바란다. (중략) 당신의 행적이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을, 분노하고 허탈해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깊이, 깊이 되새겨보기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자발적 가난까지 원하지는 않는다. 다만 공평하고 정당하고 투명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중략) 이 판에서도 받을 만큼 받으며 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도 당신이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대접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현대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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