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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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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은 왜 포항과 경주에서 발생할까

지진 예측 연구 불모지 한국…

수도권 관통하는 추가령단층과 원전 밀집한 양산단층 연구 시급
등록 2017-11-20 16:22 수정 2020-05-02 04:28
11월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뒤 서울 동작구에 자리한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에서 기상청 직원이 여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뒤 서울 동작구에 자리한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에서 기상청 직원이 여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건물 등에서 피해가 속속 나타나고 일대의 주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언론 보도에서는 ‘우리나라는 동서 방향으로 압축응력을 받고 있는데 양산단층대를 따라 지진이 일어났다’고 지적하는데, 전문가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인도판의 작용과 태평양판의 반작용이 만나는 한반도

이번 지진은 어떻게, 무엇 때문에 발생한 것일까? 지난해 경주 지진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언제 또 이런 지진이 되풀이될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일반 독자들의 지진에 대한 이해를 도우려면, 지루할지 모르지만, 지질학의 기초 지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딛고 사는 암반 지각은 시간적·공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 판구조론으로 확인된 바 있다. 힘을 단위면적으로 정량화한 것을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지각이 스트레스를 받는 주원인은 지구 내부의 뜨거운 열이다. 지각 하부에는 1200여km 두께의 맨틀이 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열을 식히기 위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열을 내보낸다. 바로 맨틀의 열대류다.

열대류가 지각을 향해 솟구치는 곳에서 지각이 들어올려진다. 빵처럼 부풀어오른 지각은 표면적이 넓어지고, 이내 갈라지고 만다. 바다 아래에는 갈라지며 부풀어오른 곳이 산맥처럼 늘어서 있다. 이곳이 바닷속 산맥, 즉 해령이다. 이 현상은 동아프리카지구대나 아이슬란드와 같은 육지에서도 볼 수 있다. 해령의 틈 아래쪽에선 압력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맨틀이 부분적으로 녹아 끊임없이 틈을 비집고 올라온다. 이 과정에서 지각을 해령 양쪽으로 밀어낸다. 해령을 중심으로 새로운 해양판이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해령은 해저가 확장되는 현장이다.

독자 중에는 “지구의 크기는 유한하니까, 해령에서 확장되어 밀려난 해양판은 지구 어느 곳에선 땅속으로 파고드는 곳도 있어야 할 텐데”라고 의문을 가지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지질학자들은 그곳을 ‘섭입대’라고 부른다. 일본열도 아래로 태평양판이 들어가는 일본해구, 마리아나해구 등이 바로 판과 판이 만나는 섭입대다. 90% 이상의 지진이 섭입대에서 발생한다.

유라시아판과 북미판이 만나는 일본열도는 유라시아판의 판경계부에 속한다. 일본열도 아래로 더 큰 질량을 가진 태평양판이 연간 약 10cm 속도로 섭입하고 있다. 일본열도에는 두 판 사이의 마찰로 크고 작은 지진이 빈번히 발생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도 이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지진 피해라 하면, 2008년 7만여 명의 인명 피해를 냈던 규모 8.0의 쓰촨 대지진이 발생한 이웃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남쪽에서 북상하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로 중국 대륙은 남북 방향으로 압축력을 받는다. 두 대륙의 밀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제일 높고 험한 히말라야산맥을 만든다. 히말라야산맥에서 남북 방향의 압축력은 말랑말랑한 정구공의 위아래를 누르면 옆으로 튀어나오듯이, 한국이 속한 땅덩어리에 동쪽 방향으로 힘을 가한다. 이 힘이 한국을 파고드는 태평양판에 힘을 가한다. 이와 동시에 그 반작용으로 인한 힘이 한국에 작용한다. 인도판에서 ‘작용’과 태평양판에서 ‘반작용’의 법칙이 한반도에 작용하는 것이다.

포항 지진은 주로 역단층 운동

지구조적으로 유라시아대륙판 경계부에서 살짝 벗어난 한국은 확실히 경계부에 속하는 일본열도와 중국에 비해 지진의 빈도와 규모가 훨씬 작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는 한국이 지진의 안전지대라는 말은 아니다. 지난해 경주 지진과 올해 포항 지진으로 이런 사실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한국 동남부에 영덕~포항~경주~양산~부산을 지나는 골짜기가 있다. 이 골짜기 양옆으로 지질 분포가 수십km 어긋나 있는 단층 계곡, 즉 양산단층이 있다. 양산단층을 따라 비교적 나란하게 밀양단층, 모량단층, 동래단층 등 여러 개의 단층이 발달했는데, 서로 유사한 진화사를 가져 이들을 총칭해 양산단층계 혹은 양산단층대라고 부른다.

영덕~경주~울산을 이어보자. 동쪽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지형이 보인다. 이곳은 신생대 퇴적암 지층과 화산암 지층으로 덮여 있다. 이 지역의 암석은 특이하게도 약 1730만 년을 기준으로 해, 이보다 오래된 지층들은 무려 40~50도나 시계방향으로 돌아가 있는 데 반해 젊은 지층들은 돌지 않은 채 있다. 이 사실은 이 지역 암석의 고지자기(지질시대에 생성된 암석에 획득된 잔류자기) 연구로 밝혀졌다. 이는 양산단층이 1730만 년 전에 우수향 주향이동단층(단층 오른쪽 지반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수평 운동)으로 수십km나 움직이면서, 다이아몬드 안에 있는 신생대분지를 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에도 양산단층대는 동해가 닫힌 지구조 환경에서 진화를 거듭해 오늘날처럼 인도판과 태평양판의 영향으로 동서 압축력 아래 놓여 있으면서 움직이는 활성단층으로 남아 있게 됐다.

덧붙여, 며칠 전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난 곳은 1730만~1200만 년 전 바다에서 쌓인 퇴적층이 1200만 년께 동해가 닫히면서 양산단층대를 따라 융기한 퇴적분지로서 주로 연약한 이암(진흙이 굳어져 생긴 암석)층으로 돼 있다.

양산단층계는 북북동-남남서의 방향으로 동해가 확장되면서 우수향 주향이동단층운동을 일으킨 바 있다. 해양 물리탐사로 잘 알려졌듯이, 주향이동단층은 깊은 곳에 발달한 커다란 단층이 지표 수km 가까이 오면서 다수의 단층으로 나뉘는 꽃 구조를 갖는다. 밀양단층 등 이웃한 단층들이 하부로 가면 하나의 큰 단층으로 연결돼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양산단층 주변에 나타나는 여러 단층들은 통칭해 양산단층대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양산단층에 동서에서 압축하는 힘이 작용하면 단층은 기하학적 특성상 우수향주향운동(옆으로 흔들리는 수평 방향의 지진) 혹은 역단층운동(위아래로 흔들리는 수직 방향의 지진)을 하게 된다. 그러나 양산단층대에서 계기에 기록된 지진의 초동파(지진 발생시 처음 기록지에 나타나는 지진파)를 이용해 진원 메커니즘을 분석한 결과, 순수하게 우수향 주향이동단층이나 역단층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이곳에선 보통 두 성분이 섞여서 나타난다. 포항 지진의 경우 역단층이 주이고 우수향 주향이동단층이 부수적으로 나타난 반면(포항 지진이 수직 방향의 지진이었다는 의미), 경주 지진은 주향이동단층이 주이고 역단층이 부수적으로 나타났다. 한편 산업화와 도시화의 일환으로 매립이 이뤄진 부산, 서울의 석촌호수 등은 역단층운동에 취약한데, 이는 1995년 일본 고베 지진처럼 매립토가 수직 운동을 받을 때 진흙층에서 액상화가 일어나 지반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한편, 진앙지에서 지역에 따라 유난히 피해 정도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암반의 종류가 중요한데, 포항 지진이 경주 지진보다 작은 규모의 지진이지만 피해가 더 컸던 것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포항 지역의 기반암이 약한 이암층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 지진 예측 연구의 불모지

그렇다면 앞으로 지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인류가 지진 계측을 처음 시작한 것은 1889년 독일지구과학센터가 일본열도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1978년 충남 홍성 지진 이후 지진 계측을 시작했을 정도로 역사가 매우 짧다. 일부 지진학자들이 역사서에서 귀중한 지진 기록을 찾아냈지만, 어느 곳에 어떤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지, 판단 자료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역사 기록에 따르면 서울 인근에 많은 지진이 있었지만, 지금껏 관측된 사례는 미미하다.

지진은 단층면상 임의의 부분에 잠겨 있던 응력(힘)이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커질 때, 지각변동과 함께 응력이 갑자기 풀리며 해소되는 현상이다. 한 곳의 응력이 풀리면, 주변을 자극해 도미노처럼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일련의 지진에서 가장 큰 것이 본진이고, 본진 이전 것들은 전진, 이후 것들은 여진이라고 부른다. 규모 5.4의 포항 지진 이후 작은 지진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언제까지 지진이 계속될지, 더 큰 지진이 올지 땅속의 응력 분포 관측 자료가 없기 때문에 아직 예단할 수 없다.

포항 지진은 연약한 이암 지대에서 발생해 피해가 커졌다. 이 점을 교훈 삼아, 한국에서 주요 구조물의 기반 지질의 특성과 상태, 기반암의 깊이 등을 차분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지진에 대한 지질 조사와 지구 물리탐사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전문가가 많지 않아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 때문에 중요한 곳부터 우선권을 두어야 하는데, 지질학자들이 활성단층으로 판명한 수도권을 지나는 추가령단층과 원자력발전소와 주요 산업시설들이 밀집한 양산단층의 연구가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내진설계 기준, 소통과 합의 필요

한국의 지진 연구는 주로 지진 관측 연구에 집중돼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셈이다. 유감이지만, 한국은 소를 잃지 않기 위한 연구, 즉 지진 예측 연구의 불모지다. 전문가와 지원 예산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규모 7이 넘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역사 지진학자에 따르면 서기 779년 경주 지진은 규모 7에 가까운 큰 규모였다고 한다. 한국은 오늘날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구 편중이 심각해, 이들 지역에 대형 지진이 일어나면 인명과 재산 피해는 치명적일 수 있다. 만일 대형 지진을 한 번이라도 예측한다면 수십만 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으며, 이는 지구물리학자로서 매우 가치 있는 기여라고 생각한다.

지구상에 지진에 안전한 국가는 없다. 다행히도 한국은 일본보다 지체 구조적으로 안정한 지괴에 자리잡아, 지진의 규모도 작고 빈도도 적다. 2007년 규모 6.8 일본 니가타 지진의 예에서 보듯, 규모 7에 가까운 대형 지진으로 원전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방사능 유출은 없었다. 인간의 힘으로 내진설계를 해 어느 정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도 내진설계 기준을 구조물마다 차등 적용하고 있다. 기준을 한 등급 높일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사회적인 소통과 합의가 필요하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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