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size="4"><font color="#017918">01</font></font>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이 고전적 슬로건은 여전히 올림픽의 거의 전부다. 올림픽이 얼마나 상업화됐건, 어디까지 타락했건 올림픽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의 신체가 도달할 수 있는 극치를 경합하고 경연하는 것이다.
<font size="4"><font color="#017918">02</font></font> 고대 이래 2천여 년, 근대부터 따져도 120년의 역사가 축적된 올림픽에서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누굴까. 이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더 빨리’의 역사가 새로 쓰였다. 우사인 볼트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100m를 3연패했다. 올림픽 기록과 세계 기록을 동시에 갖고 있는 볼트는 인류 진화 이래 가장 빠른 사람이다.
<font size="4"><font color="#017918">03</font></font> ‘더 높이’에선 누가 떠오르는가. ‘인간새’ 세르게이 붑카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옛날 사람이다. 1994년 붑카가 세운 장대높이뛰기 세계 기록(6.15m)은 20년 동안 깨지지 않다가, 2014년 프랑스의 르노 라빌레니에 의해 6.16m로 경신됐다. 올릭픽 기록도 가진 라빌레니(5.97m)는 리우올림픽에선 브라질 홈팬들의 편파 응원에 감정이 흔들렸는지 2위에 머물렀다.
<font size="4"><font color="#017918">04</font></font> 올림픽에서 가장 멀리 날았던 이를 찾으려면 무려 48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야 한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미국의 밥 비먼이 세운 8.9m의 기록이 여전히 올림픽 신기록이다(세계 기록은 1991년 마이크 파월이 세운 8.95m). 리우올림픽 멀리뛰기 금메달은 8.38m를 뛴 제프 헨더슨이 차지했는데, 1990년대 이후 기술과 장비의 발전으로 육상 기록이 비약적으로 도약했음에도 중력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멀리뛰기에서만큼은 그 진화가 통하지 않고 있다.
<font size="4"><font color="#017918">05</font></font> 올림픽은 아마추어리즘의 향연이라지만, 희한하리만큼 1등만 기억하게 된다. 1등을 가장 많이 해본 이는 누구일까. 미국의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다. 은퇴를 번복하고 참가해 가볍게 올림픽 5관왕에 오른 펠프스는 지금껏 금메달 23개를 비롯해 28개의 메달을 땄다.
<font size="4"><font color="#017918">06</font></font> 올림픽은 국가대항전이다. 리우올림픽 역시 1위는 미국이 확실시된다. 그 뒤를 금메달 수에선 영국이, 총 메달 수에선 중국이 따르고 있다. 주목할 건 러시아의 몰락(!)이다. 정부가 개입된 도핑 파문으로 육상에서 퇴출된 러시아의 순위는 상당히 소박해졌다.
<font size="4"><font color="#017918">07</font></font> ‘10-10’. 한국 대표팀의 영원한 목표다.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 이내. 종합순위 10위 내는 들었지만(8위), 금메달 10개 획득에는 실패했다. ‘메달밭’이던 유도와 레슬링이 황폐해졌고, 구기 종목들도 동반 부진하다. 반면 일본의 선전이 눈에 띈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중·장기적인 기초 종목 육성에 나선 일본은 톱5 진입이 유력해 보인다. 이 대목은 한국이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은 육상, 수영, 체조 등 기초 종목에선 메달이 아예 없다.
<font size="4"><font color="#017918">08</font></font> 대회마다 참가국 수를 경신하는 올림픽이지만 이번에는 정말 특별하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난민팀’이 출전했다. 난민팀은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전세계 난민은 6530만 명(2015년 말 기준·유엔난민기구)으로 한국 인구 5163만 명(2016년 7월 기준)보다 많다.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올림픽의 위엄(!)으로 언젠가 난민팀이 없어지길, 그게 너무 요원하다면 난민팀이 ‘10-10’이라도 이루는 날이 오길 기원해본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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