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같은 실정에서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면 ‘저 사람 조금 정신 나가지 않았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기본소득’ 띄우기에 다시 나섰다. 김 대표는 7월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열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16차 세계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그는 10여 분간의 축사 내용을 기본소득에 대한 열렬한 지지로 채웠다.
“정치권이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고 잘 발전시키면 우리 사회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번 대회가) 한국에서 기본소득 개념을 전파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어젠다 2050’의 첫 화두김종인 대표의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다소 의외다. 그는 애초에 행사 참석이 예정돼 있지도 않았다. 전세계 기본소득 지지자들의 연대기구인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한국지부 회원 대부분은 진보 학자와 노동당, 녹색당 활동가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더구나 ‘중도 보수’로 평가받는 김종인 대표와는 거리가 멀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세계총회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초청하지는 않았다. 김종인 대표 쪽에서 갑자기 참석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장 입구에는 김 대표가 보낸 화환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여느 심포지엄과 달리 격식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행사와 어울리지 않는 화환이었다.
왜 김 대표는 굳이 초청하지도 않은 자리에 나타난 것일까? 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그의 발언을 되짚어보자. “세계적으로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6월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두 번째 언급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있겠지만 기본소득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논의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겠나.”(6월29일 국회 여야 연구모임 ‘어젠다 2050’ 창립총회 발언)
특히 ‘어젠다 2050’에서 첫 화두로 기본소득을 꺼낸 점이 주목된다. 이 연구모임에는 김종인 대표와 새누리당 유승민·김세연 의원,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 등 여야 중도파가 대거 참여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이슈가 된 셈이다.
새삼스러운 움직임은 아니다. 실제 유럽 여러 국가와 일본 등에서는 좌파뿐만 아니라 우파나 자본가들이 복지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대신 기존 복지체계를 간소화 또는 축소하자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기본소득 관련 논의를 주도해온 정치세력은 노동당, 녹색당 등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기본소득 논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외국처럼 기본소득을 둘러싼 다차원의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정책 패러다임 전환될까“점차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경제활동은 계속 지속되어야 하고, 소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대전환의 시점이다.”
7월7일 김종인 대표는 “낡은 경제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와 더불어 기본소득을 ‘낡은 경제’에서 벗어날 ‘김종인표 의제’로 만들어서, 19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고백처럼 들렸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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