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아온다. 은 대중문화의 각 영역에서 물오른 ‘촉’을 뿜는다는 8인에게 물었다. 최대한 구체적인 예측을 당부했다. 이들의 ‘통찰’이 한바탕 웃음으로 끝날지, 순례될 ‘성지’가 될지. 아직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상상을 독자께 권한다. _편집자 (▶관련 기사 링크 “한화 이글스, 72승 한다고 전해라”)[방송]신정환이 돌아온다
전문가적 관점에서 2016년 전망을 점쳐보라며 한켠으론 “틀려도 된다”니, 어쩐지 함정 같지만 뭐 괜찮겠지. 복희씨가 쓴 도 맨날 점괘가 안 맞는 마당에, 나 같은 변방의 글쟁이가 재미 삼아 해본 허술한 예측이 좀 안 맞았다고 큰 탈 있겠나. 기왕 재미로 하는 거,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예측은 하지 말자. 내 2016년 TV 분야 예측은 다음과 같다. “신정환(사진)은 2016년 종편과 케이블을 거쳐 MBC 에 복귀할 것이며, 그 시기는 3분기가 유력하다.”
괜히 싱가포르에서 아이스크림 가게 운영하며 조용히 잘 살고 있는 사람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이유가 있다. 첫째, 지금 의 네 번째 MC 자리를 채우고 있는 규현의 입대가 머지않았다. 번갈아가며 멤버들을 입대시키는 슈퍼주니어의 로테이션을 생각하면 내년이 유력하다.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우겠는가? 그 자리를 힘들어하는 티가 역력하던 유세윤? 본인이 준 메인 MC로 활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김희철? 신정환이 돌아오는 그림이 제일 완벽하다.
둘째, 물의를 빚은 다른 연예인들이 복귀할 때마다 신정환은 언제 복귀하느냐 묻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선 도박보다 더 질 나쁜 일로 간주되곤 하는 불륜이나 마약 사건에 연루됐던 이들도 현업에 복귀하는 마당에, 2011년 말 모범수로 출소한 뒤 자숙 중인 신정환은 어찌된 거냐 묻는 이가 많은 것이다. 인터넷에 끊임없이 새로 올라오는 ‘신정환 레전드 클립’들은 여전히 그가 대중에게 소구하는 인물이란 걸 증명한다.
셋째, 그에 대한 업계 사람들의 애정이 시들지 않았다. 신정환이 거짓말인 게 뻔히 보이는 뎅기열 드립을 치고는 잠적했을 때, 업계 사람들은 “속아주고 싶어도 어떻게 그런 드립을 치느냐”고 말하곤 했다. 방점은 “속아주고 싶어도”에 찍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면 ‘마5에 아4아4’ 같은 초현실적인 개그를 치는 예능인은 신정환이 전무후무하지 않나. 죄지은 사람이 그렇게 돌아와도 되냐고? 죗값 다 치른 예능인 한 명 가지고 뭘 그러시나. 어차피 그보다 더한 인간들도 4월에 국회로 보낼 우리 아닌가?
이승한 TV 칼럼니스트 [출판] 여기 한국 사회의 구체성, 페미니즘우선 예측하는 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확실한 이야기부터 꺼내야겠다. 2015년 내내 베스트셀러 1·2위를 지킨 와 은 새해에도 화제를 이어갈 게 확실하다. 는 철학자와 청년이 몇 년 뒤 다시 만나 나누는 대화를 담아 로 봄을 맞을 예정이고, ‘지대넓얕’은 12월23일 출간된 저자 채사장의 신작 을 필두로 팟캐스트 ‘지대넓얕’을 함께 진행하는 이들이 각기 단행본을 출간하며 2016년을 가득 채울 전망이다.
인문사회 분야에서 2015년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는 ‘페미니즘’이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여성혐오 발언, 그럼에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그들, 그 와중에도 발랄한 기획과 과감한 시도로 한 걸음 나아간 한 해였다. 를 비롯해 20여 종의 책이 하반기에 집중 출간됐는데, 번역서가 다수를 차지했다. 새해에는 2015년 한국에서 벌어진 일들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이곳의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남성의 특권을 지적하고, 이것이 남성 스스로를 괴롭게 만드는 모순을 지적하는 (노정태 지음, 이마 펴냄, 3월 출간 예정)과 한국 페미니즘에 붙은 오해를 해명하는 (김미덕 지음, 현실문화 펴냄, 2월 출간 예정)이 기대를 모은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다짐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지난 한 해 신경숙 작가 표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의 왜곡 번역, 어린이 역사서 저작권 침해까지, 말과 글을 다루는 이들이 무엇보다 중시해야 할 저작자와 편집자의 양심이 논란이었다. 책이 힘을 잃어가는 시대에 그나마 책의 세계를 지탱해준다고 스스로 믿었던 것들이 무너지는 듯해 참담한 심경이었다. 더욱 엄정하고 엄격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새해에 무엇을 기대하고 전망하고 예측하든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박태근 알라딘 인문MD·편집자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
[영화] 차라리 사전 검열을 돌려달라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세 편 나왔다. 합계 3700만 명. 2004년 600만 명 수준이던 흥행 선두 영화 세 편의 관객 수는 2005년부터 껑충 뛰어서 매해 20%꼴로 늘어났다. 새해 3순위 영화 관객 수의 총합은 45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다. 1500만 영화 3편이 나오거나, 마침내 2천만 영화라는 괴수가 출현할 수도 있다. 이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2020년께에는 영화 3편의 관객 수 총합이 1억 명, 매출점유율이 25%를 돌파하게 된다. 영화 3편의 매출점유율이 90%에 도달하는 해는 2043년이다. 전국의 CGV와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가 1년 내내 단 3편의 영화만을 상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추정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영화시장 양극화가 이미 초현실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굳이 비현실적인 예측도 아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도 해보자. 모태펀드는 정부가 출자하는 시드머니(Seed Money) 성격의 공공자금으로 지난 10년간 한국 영화의 절반 이상에 관여했다. 2015년 초부터 자금 운용에 ‘투자의사결정기구’라는 제도가 도입됐고, 개별 영화 투자 심의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제작 방향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 뒤 특정한 정치성을 띠는 영화에 대한 출자가 줄줄이 반려됐다. 지난 몇 달간 영화인들 사이 최고의 화두는 단연 ‘모태펀드 검열’이었다. 한 중견 영화 제작자는 이를 두고 “차라리 사전 검열을 돌려달라!”며 분개했다. 2015년 모태펀드 유치에 성공한 정치적 영화는 단 한 건도 알려져 있지 않다.
의 경우 초호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원전 사고를 다뤘다는 이유로 모태펀드의 외면을 받았다. 이 영화는 을 지원했던 국책은행 IBK기업은행과 국방부의 콤비가 다시 합친 영화 과 2016년에 맞붙는다. 과 의 충돌과 똑같은 구도다. 가 선전해주길 바라지만 돈을 건다면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을 고르겠다. 이 대결의 결과에 따라 는 정치적 입장을 가진 우리 세계의 마지막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제작되는 모든 상업영화는 투자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백지에 가깝게 탈색될 것이다.
손아람 작가·제36회 청룡영화제 각본상[음악] 김해원과 김민규를 기억하라
‘인디 신’을 넘어 그 프로듀서들에 주목하라. 출판 편집자나 영화 프로듀서, 대형 음반사의 프로듀서야 보통 잘 알지만, 인디 신의 프로듀서란 음악가들에게도 아직 설익은 역할이다. 그동안 인디 신에서 제작기술자(녹음과 믹싱, 마스터링)와 연주자, 홍보 담당자의 자리는 꾸준히 마련해왔지만, 프로듀서는 이제야 막 중요하게 자리 잡는 분위기다. 몇 년 사이 개인이 만드는 음반도 별도의 프로듀서를 두고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6년 주목받을 신보 중에는 신인의 데뷔작도 있겠지만, 기존 음악가가 프로듀서의 힘을 거쳐 진일보한 작품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내 주변만 해도 오랜 기간 혼자서 이것저것 다 해본 뒤 프로듀서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대중도 음악가도 새해에 그 성과를 느끼게 될 것 같다.
프로듀서로 우선 김해원이 떠오른다. 이미 ‘김해원×김사월’의 멤버로 세련된 작품성과 스타일을 드러냈지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김사월 1집 을 통해 드러난 그의 프로듀싱 능력은 단연 발군이다. 그 음반에서 그는 감각적 스타일을 알아보는 눈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분위기가 나는 사운드를 뽑아내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발표한 작품들도 아직 따끈따끈한 상태라 새해에 신보가 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쩍 더 주목받는 작업을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
또 한 명은 내 음반들을 맡기도 했던 김민규 프로듀서다. 새해에 다수의 작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아립, 이호석, 홍갑 등은 셀프-프로듀싱으로 적잖은 경력을 쌓아온 음악가들이다. 김민규 프로듀서가 손을 하나 더 얹었을 때 이 음반들이 어떻게 새로운 힘을 얻는지 확인하는 새해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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