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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확실한 방법은 왜 쓰지 않나

주거 안정에 가장 절실한 공공임대주택은 슬그머니 줄어드는 가운데 중산층 위한다며 정부가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
등록 2015-10-14 16:22 수정 2020-05-02 04:28

뉴스테이(New Stay)는 중산층을 위한 새로운 주거지가 될까.
박근혜 정부는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새로운 임대주택 방식인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를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17일 직접 뉴스테이 1호인 인천 남구 도화지구 아파트 착공식을 찾을 만큼 관심을 보였다. 뉴스테이는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민간 회사가 건설과 운영을 맡는 장기 임대주택으로, 사업자는 임대 기간 중 임대료를 연 5% 이상 올리지 못하고 세입자가 원하면 8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혜택을 받지 못했던 중산층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이라고 했다.
임대료 상승률 제한이 가장 큰 매력

한겨레 박기용 기자

한겨레 박기용 기자

9월 초 한창 청약 열기가 높았던 도화지구 모델하우스(사진)를 찾았다.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한 30대 부부는 아이를 데리고 집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내는 꼼꼼히 구조를 살피고, 남편은 “애가 커가는데 조금 더 큰 집으로 옮기고 싶어 왔다”고 했다. 그는 도화 뉴스테이가 임대료 상승률을 매해 3%로 묶은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서울 3억6420만원)은 올해 9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4천만~5천만원이 올랐다. 도화 뉴스테이는 전용면적 84㎡형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 6500만원, 월 임대료 55만원을 내야 한다. 모델하우스를 소개하는 도우미 직원도 “모델하우스를 찾는 분들은 8년 동안 임대료가 얼마나 오를지 가장 궁금해한다”고 했다.

모델하우스를 찾는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것은 월 임대료였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낡아서 새집으로 옮기고 싶어 왔다”는 김아무개(57·여)씨는 월 임대료 때문에 청약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다. “뉴스테이가 주변 아파트보다 월세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전엔 내지 않았던 월세를 내야 해서 주저하고 있다.”

뉴스테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에서 지은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시장에 공공임대의 역할을 일부 맡긴 셈이다. 정부는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인다는 명분으로 여러 규제를 없애는 혜택을 주면서 세후 5% 수익률까지 약속했다. 도화지구는 인천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월 임대료가 저렴해 보이지만 앞으로 서울에 공급될 뉴스테이의 임대료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서울 신당동에 공급될 뉴스테이의 임대료는 보증금 1천만~1억원에 월 65만~100만원으로 책정된 상태다.

이처럼 민간 사업자에게 공공임대주택의 역할을 나눈 것에 대해 논란의 여지는 많다. 는 지난 10월5일 “서민 주거안정 파급효과가 큰 건설임대 주택은 2010년 공급량이 7만4천 가구에 이르렀으나, 2012년 2만1천 가구까지 줄었다”고 보도했다. 줄어든 임대주택 물량도 기존 민간주택을 매입하거나 장기간 빌려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매입·전세임대주택’ 부분이 커졌다. 임대료나 임대 기간에서 더 안정적인 공공임대주택이 슬며시 줄어들면서, 정부가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보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더 신경 쓰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전국세입자협회·서울세입자협회·서민주거안정연석회의·참여연대는 한목소리로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 강화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공공임대주택 공급량 확대”라고 주장한다.

주거 안정보다 시장 활성화?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김씨는 이곳에 오기 전 주유소에서 만난 한 직원에게 뉴스테이에 대해 알아보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은 아니고 주유소에서 일하는 정규직인데 그 30대 젊은이는 ‘전 가볼 생각도 없어요’라고 하더라. 열심히 일하는 청년인데도 수입에 견줘 월세가 부담돼 못 가겠다고 했다.” 김씨는 요즘 젊은이들이 돈을 모아 집 구하기도 힘들다며 혀를 한참 찼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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