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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명 죽음 앞에서도 제식구만 감싸는 그들

감사원의 세월호 특별감사 1년 집행 결과 단독 입수, 내용 들여다보니…
김경일 전 123정장 징계는 ‘강등’에 그치고, 화물 과적 규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등록 2015-09-14 10:52 수정 2020-05-03 04:28
정길영 감사원 제2사무차장이 2014년 7월8일 감사원 별관 대회의실에서 세월호 특별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감사원은 같은 해 10월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및 연안여객선 안전관리·감독 실태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정길영 감사원 제2사무차장이 2014년 7월8일 감사원 별관 대회의실에서 세월호 특별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감사원은 같은 해 10월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및 연안여객선 안전관리·감독 실태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때 초동 대응에 실패한 책임자들에게 감사원이 요구한 것보다 낮은 ‘솜방망이’ 징계(강등)가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세월호 특별감사를 진행해 지난해 10월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및 연안여객선 안전관리·감독 실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서 감사원은 세월호 침몰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이 사고에 책임이 있는 공직자 34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특히 사고 현장에 출동한 김경일 전 123정장과 현장 책임자인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사고를 제때 인지하지 못한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김형준 전 센터장,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을 심사하면서 청해진해운에서 금품·향응을 받은 장아무개 전 인천해양경찰서 과장 등에 대해선 해임 처분을 요구했다.

9월11일 전해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해 ‘세월호 특별감사에 대한 집행 결과’를 입수해보니, 이들 4명 가운데 장 전 과장만 해임 처분을 받고 김경일 전 정장, 김문홍 전 서장, 김형준 전 센터장에게는 모두 강등 처분이 내려졌다.

1. 123정장의 공무원연금 지키기
김경일 전 123정장(맨 왼쪽)이 2014년 4월28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서망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조 당시를 재현했지만 나중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김경일 전 123정장(맨 왼쪽)이 2014년 4월28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서망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조 당시를 재현했지만 나중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특히 김경일(57·경위) 전 정장은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지난 4월까지 징계 처분을 미루다가 최근 강등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등 처분을 받게 되면 3개월의 정직 기간을 거쳐 한 단계 낮은 계급의 보직을 받게 된다. 김 전 정장의 계급이 경위에서 경사로 바뀔 뿐 공무원 신분은 유지된다.

김 전 정장은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 활동에 실패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죄)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받았다. 광주고법 형사6부(재판장 서경환)는 7월14일 김 전 정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적정한 인명 구조 활동을 펼쳤다면 303명(123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 바다에 빠져 사망한 1명 제외)은 모두 생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적정한 구조 활동이란 △세월호 선원과 교신하거나 △123정 방송장비를 이용하거나 △해경 대원들을 세월호 갑판에 올려보내 승객 퇴선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인정됐음에도 징계권자인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장(해경청장)이 김 전 정장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희생자 박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씨는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도 공무원을 해임하는데 300명이 넘는 생명을 구하지 못한 책임이 어떻게 강등이냐. 해경 지휘부가 김 전 정장을 옹호해 자신의 면죄부를 지키려는 속셈이 아니냐.”

실제로 김 전 정장은 재판 과정에서 “나는 다른 해경(지휘부)과 차이 나는 잘못이 없다”고 억울해했다. “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 등 상부 기관도 보고를 받고 지휘를 했는데 그들과 달리 나에게만 죄를 묻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김경일 항소이유서) 이에 항소심은 형량을 4년(1심)에서 3년으로 깎으며 “해경 지휘부나 사고 현장에 같이 출동한 해경들에게도 승객 구조 소홀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정장이 “해경 수뇌부의 지휘와 보고를 받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퇴직금, 공무원연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년퇴직을 3년 남겨놓은 김 전 정장에게는 현실적인 이유다. 공무원연금법(제55조)을 보면, 공무원이 재직 중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퇴직금 등이 절반으로 줄도록 돼 있다. 징역 3년을 받은 김 전 정장은 퇴직금의 절반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에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에 따르다가 과실로 인한 경우는 제외한다.” 김 전 정장이 해경 수뇌부의 보고 명령에 따르다가 세월호 승객 구조 활동에 소홀하게 됐다고 인정되면 공무원연금을 전액 지급받는다는 얘기다.

김 전 정장에 대한 항소심의 양형 감경 이유를 보면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피고인(김경일)을 ‘현장지휘관’으로 지정한 후에도 해양경찰청 상황실에서는 오전 9시36분께 피고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2분22초 동안 통화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 등에서도 피고인과 주파수공용무선통신(TRS)으로 20여 회 통신해 보고하도록 했다. 이로써 피고인이 구조 활동에 전념하기 어렵게 했다. 평소 해경들에게 조난 사고에 대한 교육·훈련을 소홀히 하는 등 해경 지휘부나 사고 현장에 같이 출동한 해경들에게도 승객 구조 소홀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에게만 피해자들의 사망·상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가혹하다.”

2. 운항관리자 15명 징계는 1년째 ‘집행 중’

2014년 4월15일 인천을 출항하며 세월호의 박한결 3등 항해사는 ‘출항 전 점검보고서’를 한국해운조합에 제출했다. 점검보고서에는 화물 중량과 차량 대수가 공란으로 비어 있었다. 박 항해사가 출항 뒤 무선통신 등으로 알려주면 해운조합 운항관리자가 대신 적어왔기 때문이다. 안전관리자는 실제 화물과 차량을 확인하고 그것이 선박의 적재 한도를 초과했는지 안전 점검할 의무가 있지만 관행적으로 무시해왔다. 감사원이 2014년 1~4월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의 출항 전 안전보고서 118건을 확인해보니 105건이 실제 적재 차량과 일치하지 않았다. 게다가 56건은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 기재된 차량 대수만으로도 적재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해운조합에 운항관리자 15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징계 처분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수산부가 감사원의 징계 통보를 뭉개버린 채 운항관리 업무만 해운조합에서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선박공단)으로 넘겨버린 탓이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징계 처분을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해운조합의 일부 운항관리자는 선박공단으로 일터만 바꿔 선박 운항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선박공단은 지난 6월부터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모두 84명의 운항관리직 직원을 임용했다. 이들 임용자 가운데 33명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안전점검 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채용 당시 3명은 1심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고, 5명은 벌금, 6명은 선고유예, 6명은 무죄, 13명은 1심 재판 중이었다. 선박공단은 1심 판결은 채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다가 거센 여론에 밀려 일부 임용을 취소했다.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했던 이들도 몇몇 운항관리자로 합격했다가 떨어져나갔다. 하지만 5명은 여전히 선박공단에서 근무 중이다.

여객선 운항관리자가 선박의 안전점검 업무를 소홀히 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법원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는데 그 원인도 해수부가 제공했다. 해수부가 2012년 6월 운항관리자 의무 규정을 담은 해운법 제22조 3항을 개정하면서 벌칙 조항을 누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운항관리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검찰은 고육지책으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타인의 업무가 아니라 자신의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은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현재는 해운법이 개정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 직후인 2014년 4월23일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인천 연안부두에 정막 중인 카페리호의 구명정 등을 긴급 안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사고 직후인 2014년 4월23일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인천 연안부두에 정막 중인 카페리호의 구명정 등을 긴급 안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 화물 중량 기준은 선박설계사 맘대로

선박의 화물 과적을 예방할 현실적 방안을 감사원이 마련하라고 통보했는데도 해수부는 묵묵부답이다. 검찰은 세월호 사고의 원인으로 △세월호 선원의 조타 실수 △청해진해운의 화물 과적 △우련통운의 부실 고박(고정)에 따른 화물 이동을 꼽았다. 그러나 세월호 선원의 조타 실수는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화물 과적과 부실 고박은 세월호 사고의 원인으로 인정했다.

특히 화물 과적은 현재 제도로는 ‘필연적’이었다. 한국선급 등 선박검사기관에서 선박의 복원성 계산서를 승인할 때 차량의 경우 대수만 정할 뿐 화물 중량(톤수)을 따로 산정하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사원이 2014년 5월14일~6월20일 승인받은 선박의 복원성 계산서 117건(한국선급 50건, 선박공단 67건)의 일반 화물을 조사해보니, 25t 트럭의 경우 적용 중량이 최소 35t에서 최대 42.67t으로 다양했다. 똑같은 화물에 대해서도 선박설계사가 각기 다른 중량을 적용해 복원성 계산서를 제출하고 선박검사기관이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그대로 승인하는 것이다.

세월호 사례를 보자. 세월호는 2012년 12월 5.65t인 10피트 컨테이너 54대 등 최대 1513t을 적재하는 것으로 임시 복원성 계산서를 작성했다. 2013년 1월 한국선급의 승인을 받았지만 경사시험(배 위에서 중량물의 위치를 옮겨 배가 기울어지는 각도를 측정. 선박 자체의 중량과 무게중심을 측정하는 시험) 결과, 실제 복원성이 추정치보다 나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화물적재량을 436t으로 감축(최대 적재량 1077t)하면서 컨테이너 수는 그대로 둔 채 컨테이너 개당 무게만 3t으로 줄였다. 이를 토대로 완성 복원성 계산서를 작성했는데 같은 해 2월4일 한국선급은 그 꼼수를 눈감고 승인해줬다. 애초의 화물 단위중량(5.65t)을 적용할 경우 세월호는 복원성 기준(최악 적재상태 입항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화물 단위중량은 선박 복원성 계산서만 아니라 여객선의 운항관리규정에도 표시되지 않는다. 운항관리규정을 보면 “화물의 적정 선적 여부”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총화물적재톤수를 적어야 하는데 이것은 필수 항목에 빠져 있다. 화물적재량을 표시할 때 화물 단위중량은 생략하고 차량 대수 등만을 표시하는 식이다.

감사원이 2007년 이후 해양경찰청에서 심사한 운항관리규정 81건을 분석해보니 총화물적재톤수를 누락한 경우가 세월호를 포함해 32건이나 됐다. 화물이 적정하게 선적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얘기다. 그뿐 아니다. 실제 여객선이 출항할 때도 화물의 실제 무게를 측정할 시설이 없는 상황이다. 운항관리자가 실제 화물 무게를 실측해 최대 적재량을 넘겼는지 관리·감독할 수 없는 셈이다.

만재흘수선(안전한 항해를 위해 물에 잠기는 적정 수위를 배 표면에 표시한 선)만 보고 여전히 과적을 판단하는 것이다. 세월호는 과적하고도 평형수를 빼서 만재흘수선을 맞췄다. 그렇게 평형수를 뺀 것이 세월호의 복원력(기울었다가 평형으로 되돌아오는 힘)을 더 나쁘게 했고, 결국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됐다.

감사원은 선박 복원성 계산에 적용할 차량, 컨테이너 등 화물의 단위중량(톤수)의 기준이나 범위를 정하라고 해수부에 통보했다. 또 총화물적재톤수 등을 운항관리규정 필수 항목에 넣으라고 했다. 하지만 전해철 의원실에 보낸 감사원의 세월호 특별감사 처분 집행 처리 결과를 보면 여전히 “집행 중”이다.

4. 화물 적재 출항 30분 전→10분 전→20분 전

‘눈속임’ 같은 집행 처리도 있다. 2015년 7월에 개정한 여객선안전관리지침(제14조)을 보면, 여객선의 경우 “출항 20분 전”까지 화물 적재와 고박을 완료하도록 돼 있다. 원래는 “출항 10분 전”까지였다. 해수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출항 전 안전 점검할 시간을 2배로 늘렸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2007년 이전에는 “출항 30분 전”이었다.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출항 10분 전”으로 줄었다가 세월호 사고로 “출항 20분 전”으로 늘어난 것이다. 2014년 4월15일 세월호는 안개 때문에 출발 시각이 지연돼 화물이 “출항 10분 전”까지 계속 적재됐다. 결국 평소보다 많은 화물(컨테이너 총 100여 개, 차량 100여 대)과 승조원(476명)을 싣고 제주도로 향했다.

감사원의 통보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는 세월호 증개축 설계를 부실하게 한 선박 설계 사무소의 대표 조선설계기술사에게 행정처분으로 자격정지 6개월을 내렸다. 이 사무소는 세월호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경사시험을 실시하고 선미 부분 흘수선 보정치를 잘못 입력해 선미가 실제보다 0.154m 적게 물에 잠긴 것으로 계산했다. 세월호의 경하중량(6113t)이 실제보다 가볍게 산정돼 세월호 복원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러나 조선설계기술사가 자격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선박설계업을 하는 데는 실질적 영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세월호 복원성을 계산해 책자를 만든 선박설계업자 이아무개(46)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기록이 있다.

검사 선박설계업을 하기 위한 자격 요건이 있는가요?
선박설계업자 제가 알기로는 자격 요건 기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검사 진술인은 선박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나요?
선박설계업자 자격증은 운전면허증 이외 아무것도 없습니다.
검사 진술인이 여객선 세월호의 개조와 관련해 복원성 계산서를 만들었나요?
선박설계업자 예, 맞습니다.
(2014년 4월24일 검경 합동수사본부 진술조서)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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