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해외 자동차업체의 고위 기술 임원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차그룹이 기술 등 핵심 분야에서 고위직 외국인 임원을 영입하는 것은, 2006년 아우디·폴크스바겐에서 일하던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자동차의 최고디자인책임자로 스카우트한 이후 처음이다.
<font size="3"> “추격자에서 선도자로”</font>
현대차가 영입에 나선 인물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위 임원으로 영입 작업은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술 부문 향상을 위해서 당사자와 접촉한 것은 사실이나 영입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독일 엔지니어 영입 추진을 두고 “현대차가 추격자에서 한발 앞서가는 선도자로 전략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략을 바꾼 현대차는 중·대형 모델과 고성능 모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력을 단시일 내에 높이는 데는 현장의 엔지니어 영입만큼 빠른 방법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이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기아차의 디자인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린 바 있다. 기아차는 슈라이어 영입 뒤 쏘울을 필두로 다양한 모델을 잇달아 발표하며 ‘디자인 기아’라는 브랜드를 시장에 각인시킨 바 있다. 이어 올해 9월부터는 전세계 브랜드 캠페인으로 ‘리디자인’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레이싱팀을 출전시키면서 고성능 기술에 대한 경험도 쌓고 있다. WRC 출전을 계기로 독일과 남양연구소 등에서 기술력을 쌓아 고성능 모델로 나아간다는 계산이다. 현대차는 WRC에 출전하는 자동차에 남양연구소를 상징하는 ‘N’ 이니셜도 붙였다. 자동차업계에선 현대차가 BMW의 고성능 모델 ‘M’처럼 ‘N’을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의 이같은 전략은 ‘자동차 1천만 대 판매’ 시대를 눈앞에 둔 ‘빅3’ 도요타·폴크스바겐·GM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와 리콜 사태 등으로 미국·일본 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신흥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하며 세계 5위권의 자동차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현대차는 4.4%, 기아차는 7% 증가했다.
이에 따라 빅3의 현대차 견제 또한 심화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4년 하반기 자동차 전망’ 보고서에서 “양적 성장에 소극적이던 도요타가 2016년 이후 멕시코와 중국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장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신흥시장에서 현대차와 맞붙겠다는 전략이다.
<font size="3"> 폴크스바겐도 강력한 경쟁 상대로 주시</font>독일 폴크스바겐은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쏟아붓고 있다. 강동원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 등이 9월에 낸 ‘글로벌 빅3, 천만대 이후 과제 및 대응전략’ 보고서를 보면, 폴크스바겐의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은 101억9천유로로 2008년(51억유로)에 견줘 두 배나 뛰었다. 폴크스바겐은 플랫폼 공용화와 친환경차 개발 등을 통해 2013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도요타를 위협하고 있다. 폴크스바겐도 현대차를 미래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주시하고 있다.
미국 GM은 소형 경량 다운사이징 엔진 개발에 1억9천만달러를 투입하는 등 미국 차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연비 문제를 개선하는 중이다. 고태봉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앞다퉈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고 있어 또 한 번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될 만하다. 이럴 때일수록 현대·기아차가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확신시킬 수 있는 큰 그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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