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구심은 불안을 낳고, 불안은 다시 의구심을 부른다. 방사능 보도가 꼬리를 물고 있음에도, 악순환은 그대로다. 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방사능 문제에 대해 ‘무엇이든 물어보시라’는 호기로운 요청을 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찜찜한 기분은 여전하노니.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과학적 진실이 많은 까닭이다.
Q. 일본 방사능 오염수 유출 이후 식품 안전 문제에 대해 어떤 전문가는 ‘안심하라’ 하고 어떤 전문가는 ‘조심하라’ 합니다. 대체 왜 극과 극 의견이 나오는 걸까요?A. 일단 용어 정리부터 합시다. 방사성물질이 방출하는 방사선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베크렐’(Bq), 사람이 방사선을 쬐었을 때(방사선 피폭)의 영향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시버트’(Sv)입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권고하는 일반인 연간 허용 방사선 피폭량은 1밀리시버트(mSv)고요. 이런 권고를 감안해 각국 정부는 방사선 허용 기준치를 정하고 있지요. 그런데 피폭 방사선량이 적은 경우, 질병과의 연관 관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100mSv 이하 피폭량(저선량 피폭)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고요. 바로 이 지점에서 규제 기준치 이하 피폭량은 안심해도 된다는 전문가와, 기준치와 상관없이 되도록 방사선 노출은 피할 것을 조언하는 전문가로 나뉩니다. ‘연간 1mSv’의 기준에서 암 유발 위험이 있을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 전자 쪽 의견입니다. 반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사람마다 방사선에 대한 민감도는 다르다”며 “조심하는 편이 낫다”고 합니다. “잠실구장에 3만 명의 관중이 있을 경우, 야구공에 맞을 확률은 3만분의 1이다. 2만9999명은 안전하지만 야구공을 맞는 1명은 굉장히 아플 수 있잖나. 방사선을 조금이라도 쬐면 좋지 않다는 말도 맞지는 않다. 결국 ‘절대 안전’도 없고 ‘절대 불안’도 없다.” 기준치 설정에 영향을 미치는 ICRP의 중립성을 불신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2011년 일본 <nhk>가 방송한 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이 단체가 각국 원자력 정책 추진 관청의 기부금으로 운용되고 있음을 지적하지요.
Q. 아사히맥주를 마셔도 될까요? 일본산 콘돔을 사용하고 있는데 괜찮을까요?
A. 일본 마쓰야마대학 경제학부 장정욱 교수는 일본산 공산품이나 생활용품은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아스팔트나 건축 자재에 방사성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요. 먹을거리엔 신경을 쓴다고 하는데요. 가공식품 생산공장의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방사능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선 농수산물 뿐 아니라 일본산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사히맥주 국내 유통사인 롯데주류는 현재 후쿠시마 공장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제품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사히맥주 캔 밑면엔 두 줄의 문자 조합이 있는데, 윗줄 첫 번째 영어 알파벳이 생산공장을 뜻합니다. 후쿠시마 공장은 ‘H’라고 표기합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남부 후쿠오카 공장에서 기린맥주 전량을 들여온다고 전했습니다. 오비맥주는 산토리를 수입하는데요. 산토리 생산공장은 일본 중부 교토와 남부 규슈 지방에 있다네요. 콘돔·생리대·장난감 등 대부분의 생활용품에 대해선 국가기관이 따로 방사능 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혹여 너무 ‘걱정’되시면 시민방사능감시센터에 문의해보실 수도 있겠네요.
Q. 일본과 가까운 다른 나라에선 일본산 식품을 수입하고 있나요?
A. 모든 일본산 식품을 수입 중단한 경우는 없네요. 대만은 후쿠시마를 포함한 5개 현의 모든 식품을 수입 중단했고, 중국은 10개 도·현의 모든 식품 및 사료에 대해 수입 중단 조처를 내렸습니다. 한국은 13개 현의 농산물 26개 품목, 8개 현의 수산물 50개 품목에 대해 수입을 중단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버마(미얀마), 캐나다 등 일본산 수입 규제 조치를 완전히 해제한 나라도 있습니다.
Q.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 오염수는 어디로 흘러가나요? 우리 바다도 오염되는 건 아닌가요?
A. ‘쿠로시오~북태평양~캘리포니아~북적도~다시 쿠로시오 해류.’ 오염수가 따라 흐르는 해수순환벨트입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정경태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오염수는 이런 해류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수평·수직 방향으로 확산됩니다. 오염수는 북태평양에 머물다가 차차 남태평양과 인도양, 가장 나중엔 대서양으로 흘러가 결국 전세계 바다로 퍼진다고 합니다. 후쿠시마발 오염수가 우리 근해까지 유입되는 데는 10~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일본 동쪽 쿠로시오 난류 주변 와류(소용돌이)의 영향으로 오염수 일부는 3~4년 만에 우리 근해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5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고요. 수년 뒤엔 오염수가 희석돼 오염 농도는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러나 바다로 흘러간 방사능 오염수가 결국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Q.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향한다면, 태평양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도 오염될 수 있나요? 태평양에서 잡힌 수산물을 어떻게 구분하나요?
A. 후쿠시마 오염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건 아무래도 인근 지역 어패류입니다. 태평양으로 흘러간 오염수 역시 그곳에 서식하는 생물을 오염시킵니다. 지난 8월7일치 에 따르면,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 소속 해양화학자 켄 부에셀러는 미국 해안에서 잡는 수산물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영향을 받을 우려가 낮다면서도 방사성물질 ‘스트론튬’(Sr-90) 유출은 다루기 힘든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세슘은 체외 배출이 쉽지만 스트론튬은 뼈에 쌓인다는 겁니다. 물고기가 스트론튬을 먹는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한국에선 스트론튬 규제 기준이 없습니다. 원양어업으로 수입된 수산물의 원산지 표기는 조업 선박의 국적을 따르는데요. 일본 국적 선박이 태평양의 먼 바다에서 생선을 낚아 한국에 수출하면 원산지는 일본이 됩니다. 같은 지역에서 러시아 선박이 잡은 수산물이 한국에 수입되면 원산지는 러시아가 되지요. 현재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허용치는 세슘(134Cs, 137Cs) 기준 1kg당 100Bq입니다. 다른 수입 수산물의 방사능 허용치는 세슘 기준 370Bq이고요. 같은 지역에서 잡힌 수산물이라도 방사능 검사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지요. 한국 원양어선이 잡은 수산물의 원산지는 원양산으로 표시됩니다.
Q. 후쿠시마 앞바다를 통해 북상한 오징어떼가 9월 이후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에 있는 쓰가루 해협을 통해 동해로 들어온다던데요.
A. 맞습니다. 같은 오징어종 중에서도 태평양에서 생활하는 태평양계통군과 동해에서 생활하는 동해계통군이 있습니다. 태평양계통군의 일부는 주로 겨울철에 쓰가루 해협을 통해 동해로 넘어오는데요, 주로 일본 수역 쪽에 머문다고 합니다. 우리 어선이 해당 오징어를 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는데요. 일본 어선에서 낚아 유통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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