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이 어느 정도 개인적인 선호도와 과거 경험에 영향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편견을 스스로 인식하고 다스려야 한다는 점이다. 면접관이 빠지기 쉬운 편견이나 오류를 파악하고 여기에 빠지지 않도록 대응할 수 있는 방법 10가지를 정리했다.
첫인상 오류
긴장감이 필요한 순간은 면접 시작 뒤 3분이다. 이 순간에 냉정한 판단을 못하면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하다. ‘첫인상 불변의 법칙’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첫인상으로 결심하고 이후에는 그 결정이 맞았음을 확인하려는 ‘사고습관’이 있다. ‘처음에 받은 인상’을 토대로 ‘그다음에 일어나는 일’을 결정하려는 ‘자기확신 심리’가 강하다. 이때 첫인상이란 외모와 말투, 복장으로 좌우된다. 불행히도 면접관은 첫인상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첫인상 편견이 직무 관련 분야를 판단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면접관은 초반 3분간 형성된 지원자의 인상이 평가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시각적 효과 오류
용모·신체조건·인상이 좋으면 성품이 우수하고 직무수행 능력도 뛰어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다. 특히 출중한 외모와 환한 표정, 뛰어난 말솜씨에 면접관은 마음이 흔들린다. 외모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외모는 멀쩡하지만 무능한 사람도 많다. 말을 잘한다고 반드시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말만 앞서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지원자는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시각적 효과 오류는 면접 시간이 짧을수록, 면접 경험이 부족할수록, 면접이 체계화돼 있지 않을수록 커진다. 따라서 면접 시간을 늘리고, 면접 경험을 쌓고, 면접을 철저히 준비하는 게 오류에서 벗어날 해법이다.
후광효과 오류
한 분야의 도드라진 장점이 다른 부문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그 사람에 대한 전체 평가가 후해진다. 예를 들면 학점, 자격증, 토익 점수 등 스펙이 뛰어나면 직무능력도 우수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한다. 반대가 낙인효과다. 부정적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다른 정보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보 취득 순서에 따라서도 판단 오류가 발생한다. 지원자의 ‘긍정적 정보’를 먼저 접하면 그다음 문장이나 필요 자격 요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부정적 정보’를 먼저 접하면 부정적 정보에 큰 영향을 받는다. 각 평가 요소를 별도로 채점하고 각 요소가 영향을 주고받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대응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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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쁜 법이다. 면접관은 자신과 닮은 지원자의 단점에는 관대하고 자신과 다른 지원자의 장점에는 인색하다. 이런 오류에 대한 대응 방법은 지원자가 자신과 얼마나 유사하고 상이한지,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평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자문해보는 것이다. 직무와 관련 없는 사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대안이다.
대비효과 오류한 지원자에서 다음 지원자로 바뀔 때 기대치가 낮아지거나 높아지는 현상이다. 앞뒤 지원자를 서로 비교하기 때문이다. 우수 지원자 다음의 보통 지원자는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보통 지원자 다음의 우수 지원자는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다. 또 평가 점수가 후한 조에 속한 지원자는 높게 평가되지만, 평가 점수가 낮은 조에 속한 지원자는 낮게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부적격자를 채용하는 실패를 낳는다. 면접관은 각 지원자를 다른 지원자가 아닌 평가 기준과 비교하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평가분포 오류여러 지원자를 집단적으로 평가할 때 관대화·엄격화·중심화 경향이 나타난다. 관대화란 가급적이면 후하게 평가해 평가 결과 분포가 위로 편중되는 경향을 말한다. 가혹한 평가로 분포가 아래로 깔리는 현상은 엄격화다. 중심화는 대다수의 평가가 가운데로 몰리는 것이다. 이는 자신감이 부족한 면접관이 지원자의 개인 편차를 최소화한 탓이다. 면접관의 이런 심리를 고려해 솔직한 평가만이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면접관 교육에서 강조해야 한다.
질문방식 오류면접관이 강조하는 분야나 선호하는 특성을 질문해 질문자가 원하는 답변을 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심리 오류다. △상사로부터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는다면? △커피 심부름을 시킨다면? △휴일 근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방으로 발령이 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본인이 희망하지 않은 부서로 발령이 난다면? 등이 대표적인 질문이다. 바람직한 답이 분명하며 의도적으로 지원자에게 이를 암시한다. 이러한 질문으로는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면접관 앞에서 어떤 지원자가 지방 발령이나 희망하지 않는 부서 발령을 싫다고 말하겠는가. 나중에 입사를 포기하더라도 면접장에서는 모두 ‘정답’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기대특성 추론 오류지원자가 가진 장점이나 특성 등에 몰입하면 다른 자질도 있는 것으로 추론하는 면접관의 습성이다. 영업직군 지원자가 말을 잘하면 영업도 잘할 것이라고 추론하는 게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는 활동력이 있어야 영업을 잘한다. 또 총무·관리직군 지원자가 논리력이 뛰어나면 일을 잘할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지원 업무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논리력보다는 포용력과 융통성이 더 필요하다.
충원부담 오류회사에서는 인력을 충원하라고 재촉한다. 공채 때는 배정 인원이 아예 정해져 있다. 그러면 서류전형 합격자 중에서 어쨌든지 채용해야 한다고 면접관은 생각한다. 그러나 채용 활동에서 최대의 적은 ‘타협’이다. 그러면 회사뿐 아니라 지원자도 불행해진다. 채용 기준이나 기업 이념과 맞지 않는 지원자는 곧 퇴직해버리거나 힘든 회사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류전형 합격자 중에 회사가 바라는 인재가 딱히 없으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추가 모집을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최고(Best)가 아니라 올바른(Right) 인재를 선발하는 게 채용의 궁극적 목표라는 점을 명심하자.
압박질문 오류“전에 일을 그만둔 진짜 이유는 무엇입니까?” “왜 일을 오래 하지 않았습니까?”라는 식의 압박질문은 지원자를 곤란하게 한다. 지원자를 나무라고, 지원자가 탐탁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은근히 시사한다. 그러면 지원자는 방어 자세를 취하고 진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 당연히 지원자의 자질을 알아내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나쁜 회사 이미지를 남길 위험이 크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과 같은 네트워킹을 통해 그 이미지가 일파만파 전파되면 회사 영업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면접관에게 필요한 최고의 자질은 무엇일까? 지원자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바로 경청 능력이다. 의자 앞으로 다가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지원자의 답변에 자연스레 코멘트한다. “그 역할로 힘들었겠군요.” “매우 힘든 프로젝트였겠네요.” 지원자가 열정이나 의욕이 없어 보이는가. 그들이 면접관인 당신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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