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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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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7%가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마리아 울파 안소르 전 인도네시아 아동보호위원장
등록 2013-06-11 17:37 수정 2020-05-03 04:27
마리아 울파 안소르 전 인도네시아 아동보호위원장. 사진 굿네이버스 제공

마리아 울파 안소르 전 인도네시아 아동보호위원장. 사진 굿네이버스 제공

인도네시아 정부는 1999년부터 국제노동기구(ILO)의 아동노동에 관한 협약을 국내법에 적용하고 있다. 법에 따라 사업주는 15살 미만 아동을 고용할 수 없고, 부모는 12살 미만 자녀에게 집안의 허드렛일도 시켜서는 안 된다. 아동노동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하루 4시간이 최대다. 게다가 성매매, 광산업, 건설업, 길거리 구걸 등 위험한 형태의 노동은 18살 미만 아동에게 일절 금지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전에 적혀 있는 규정일 뿐이다. 정부기관인 아동보호위원회(KPAI) 위원장을 지낸 마리아 울파 안소르를 만나 법전 밖 현실에 대해 물었다.

인도네시아의 아동노동 규모는.

노동하는 5~17살 아동은 405만 명이다. 이 나이 전체 아동(5880만 명)의 7% 정도다. 그중에서 170만 명은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된 위험한 노동을 하고 있다. ILO 협약에 따라 법을 만든 직후인 2000년대 초반에는 노동하는 아동 수가 조금 줄어들더니 지금은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성별에 따라 아동노동 형태가 다른가.

여자아이들이 노동을 더 많이 한다. 식모살이도 하고 길거리 구걸도 한다. 남자아이들은 일과 공부를 같이 하기도 하는데, 여자아이들은 그 비율이 낮다. 여자아이들이 재주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보다 남성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

가파른 경제성장에도 아동노동이 줄지 않는 이유는 뭔가.

중산층 이상만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대다수는 더 빈곤해지고 있다. 아동이 돈을 벌어야 할 정도로 가난한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아동인권에 대한 인식도 낮다. 부모는 자녀가 자신들을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자녀 역시 부모에게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아동노동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는 있나.

정부가 노력은 하긴 했지만 부족하다.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관련 법을 지키지 않은 부모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나.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일을 시키는 부모를 제재할 수단은 없다. 사업주도 아동을 고용했다고 무조건 처벌받지는 않는다. 아동에게 범죄행위를 강요하거나 폭력을 가할 경우 등에 한해 제재를 가한다. 불법적인 노동에 내몰렸던 아이들은 보호기관에 맡겨지기도 하는데 대부분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도 못 다니는 아동을 위한 대안은 있는가.

정부의 목표는 2015년까지 현재 일만 하고 있는 아동 500만 명을 학교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일단 부모들을 설득하고, 그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기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안은 아직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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