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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이 시야를 넓혀야 한다”

합리적 보수, 인명진 목사 인터뷰… “그런데 시야 넓히는 게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쓴소리
등록 2013-02-24 16:33 수정 2020-05-02 04:27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사진) 갈릴리교회 목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합리적 보수’다. 정부 출범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를 3공·5공 시절의 ‘육법당(육사 출신과 법조인의 중용)의 회귀’라고 비판해 화제에 오른 인 목사를 2월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한겨레 류우종 기자

정권 출범기의 들뜬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왜 그럴까.

박근혜 당선인이 인수위를 너무 차분하게 이끌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국민이 아예 기대를 접은 건지 잘 모르겠다. 상대방을 찍었던 48%도 너무 충격이 커서 냉담한 걸까.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당선인도 이들을 끌어안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 국민대통합위원회의 김경재 수석부위원장은 “48%보다 51.6%가 먼저”라는 말도 하지 않았나. 단지 한 사람의 말이라기보다는 그쪽의 속내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낸 건 아닌지 우려된다. 선거 때는 통합이라는 과제가 가장 앞에 나와 있었는데,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반대했던 분들도 마음을 열지 않는 것 아닌가.

핵심은 결국 인사 문제다.

‘김용준 낙마 사태’ 이후 계속해서 실무형 인선으로 가고 있다. 청문회도 중요하고 검증도 신경 쓰이겠지만 인수위 구성할 때를 돌이켜보자. 합류하게 된 분이 누군지, 어떤 인물인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국민은 모르지 않았나. 이후 인사도 누군지 잘 모르니까 평가할 부분이 별로 없더라. 굉장히 독특한 인사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안정에 방점을 찍다보니 관료들이 전면에 배치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역동성이 부족하게 된다. 관료가 뭔가. 그들은 안정을 선호하고 변화를 싫어한다. 관료들의 조직인 정부 부처 수장에 관료가 앉게 되면 그 조직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조직은 누가 지시하면 그것만 따르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사고를 치지 않아야 한다는 방어심리가 너무 강한 것은 아닐까.

실제로 큰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국민에게 크게 비판받거나, 촛불집회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얼마나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다. 큰 변화가 가능하지 않은 국정 운영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당선인 개인이나 측근 몇 사람 등에게만 의존하는 게 과연 국가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인재풀도 지나치게 협소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친박이 전면에서 앞장을 서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 개인이 아니라 세력이 집권하는 것 아닌가. 기왕 박근혜 대통령의 탄생에 헌신적으로 노력한 분들이니 친박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 어떤 정책을 펼칠지도 예측 가능하도록 해주면 좋겠다. 근본적으로는 당선인이 시야를 넓혀야 한다. 그런데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당선인 본인이 살아온 경험이 있지 않나. 배신이라든지. 폭넓게 사람을 등용하는 건 불가능할 듯하다. 그러니까 관료들만 눈에 들어오는 것 아닌가.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측근 중의 측근으로, 쓴소리를 하는 사람을 주변에 배치해야 한다. 썩어빠지고 무능한 ‘조선왕조’가 500년 이상 무너지지 않은 이유가 뭔가. 사간원이다. ‘아니 되옵니다’ ‘죽이시옵소서’를 외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정권의 체질이 건강해진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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