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초에 한 번 느리게 뛰는 심장. 영하의 수온에서도 얼지 않는 피. 최저 수심 3천m에서도 서식하며, 다 자라면 길이가 2m를 넘고 무게는 140kg으로 50년 이상 생존한다는 것 말고는 거의 알려진 바 없는 물고기. 바로 남극해에 사는 ‘이빨고기’다. 이 물고기는 일식 전문점에서는 ‘메로’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인성실업’은 1t당 약 2만달러인 이빨고기를 잡으며 몇 년 사이 국내 10대 원양업체로 성장했다. 연간 매출 1천억원이 넘는 중견 기업이 됐지만, 이 회사의 이빨고기 조업 방식은 후진적이고 국제사회에서의 평판도 최악이다.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남극해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이하 남극협약)이라는 정부 간 협약에 따라 관리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25개 회원국은 매해 10월 말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이하 위원회) 연례회의에서 그해에 이뤄진 남극해의 모든 조업 활동을 보고하고 검토한다. 남극협약은 이전의 남획과 자원 붕괴에 대한 반성으로 체결된 협약으로 보존을 우선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조업 활동을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각종 어획종의 자원량을 산출하고 허용 어획량을 설정하는 등 어업 활동을 규제하는 여러 보존 조처들을 제정한다. 그런데 인성실업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내내 보존 조처를 위반했다. 또한 농림수산식품부는 인성실업을 비호하며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있다.
2010년까지 인성실업이 위반한 내용은 주로 ‘이빨고기 표지방류(Tagging) 의무’ 위반이었다. ‘표지방류’란 생물자원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해당 해역에서 업계가 시험 조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는 대신, 그물에 잡히는 물고기 100마리당 3마리 수준으로 표지(주삿바늘처럼 생긴 식별 표시가 붙은 표)를 부착하고 풀어주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과학자들이 해당 해역의 자원량과 생태자료를 수집하는 데 쓰인다. 엄밀히 말해 이빨고기 조업은 과학 목적의 시험 조업이기 때문에 보존 조처를 지키지 않으면 조업의 명분이 없다. 그러나 인성실업은 2011년 남극해의 한 해역에서 이빨고기 조업 제한량의 4배 가까이를 남획했다. 당시 농식품부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인성실업은 조업 제한량을 초과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어구를 2번이나 던져 조업했다. 이 사건으로 지난해 위원회는 인성실업의 선박을 ‘불법조업선’(IUU) 명단에 올려야 한다고 건의했다. IUU란 불법·비보고·비규제 조업이란 뜻으로 정말 먹고살기 힘든 후진국에서 자행하는 해적 조업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만장일치제를 선택하고 있는 위원회의 의사결정 체제를 이용해 끝까지 인성실업 선박의 IUU 등재를 반대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신문에 실린 MB 사진지난 11월1일 끝난 2012년 연례회의에서는 인성실업의 자매기업인 홍진실업이 보존 조처를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성실업이 제출한 지난 3년 동안의 ‘어획 CPUE’(일종의 어업 효율치)가 다른 나라 선박들과는 비정상적으로 달라, 앞으로 위원회의 추가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올해 회의 기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지역신문 가 지구 해양 보존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의 4개국으로 중국·러시아·일본·한국을 지목했다. 기사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도 실렸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국제사회에 부단히 외쳐온 ‘녹색성장’이라는 공들인 탑은 이 사진 한 장으로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농식품부 국제기구과 권현욱 서기관은 한국 정부가 인성실업을 비호했다는 지적에 대해 “IUU 등재 대신 경제적인 처벌을 하겠다고 약속해, 지난해 인성실업 어선 세 척이 남극해에서 조업을 못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인성실업 쪽의 해명을 들으려고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지현 남극보호연합(ASOC) 한국 어드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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