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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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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계절, 난장의 가을, 소풍 떠나라

양양송이축제·진주남강유등축제·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등 <한겨레21>이 모은 풍성한 10월 가을 축제… 너나 없이 하나 되어 먹고 노는 잔치들
등록 2012-10-09 18:28 수정 2020-05-03 04:26
놀기 좋은 계절을 맞아 전국에서 깨알 같은 놀이판이 벌어진다. <한겨레21>은 지난 10월3일 양양송이축제를 찾아 소풍을 떠났다. 탁기형

놀기 좋은 계절을 맞아 전국에서 깨알 같은 놀이판이 벌어진다. <한겨레21>은 지난 10월3일 양양송이축제를 찾아 소풍을 떠났다. 탁기형

참으로 길었던 여름을 보내고 우리는 다시 참으로 긴 겨울을 기다리는 참이다. 그 사이에 찾아드는 꿀 같은 가을볕을 그냥 보낼쏘냐. 무르익음은 곧 허물어짐의 다른 말이다. 10월 잠깐, 무르익은 가을은 절정을 보이고는 곧이어 찬바람을 내뿜기 시작할 것이다. 나가 놀기 좋은 철도 이달로 끝이란 얘기다. 짧아서 아쉽고, 반짝여서 아름다운 이 계절을 방구석에서 논할 참인가. 소풍의 계절이다. 신을 꿰어 신고 길을 나서야 한다. 놀 줄 모르는 어른들을 위해 각 지역에서는 가을 축제로 놀이판을 벌였다. 에서 10월 가을 축제를 정리해봤다. 이제 당신이 할 일은 형광펜을 꺼내 가고 싶은 축제에 줄을 치고 날짜를 맞춰 떠나는 것이다._편집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2년 전국 시도별 지역 축제 개최 계획에 따르면 올해 총 758개의 축제가 전국에서 열린다. 곳따라 일따라 깨알 같은 축제들이 많다. 흥도 좋고(충남 천안흥타령축제 10월2~7일, 충북 영동난계국악축제 10월4~7일), 볼거리(경남 진주남강유등축제 10월1~14일)도 좋다. 바람에 음악이 실려온다면 더 좋겠고(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10월12~14일, 그랜드민트페스티벌 10월20~21일), 탄탄한 작품들로 채워진 스크린이 눈앞에 펼쳐져도 좋겠다(부산국제영화제 10월4~13일). 그러나 모든 걸 제쳐두고, 노는 데 먹는 게 빠져서야 되겠나. 제철 재료가 가장 풍성한 계절인 만큼 가을 축제는 먹거리로 넘쳐난다. 한우(강원도 횡성한우축제 10월17~21일), 떡과 술(경북 경주 떡과 술잔치 10월13~17일) 등 배부른 축제들이 그득하다. 김장철을 앞둔 탓인지 새우젓 축제는 무려 세 지역(서울 마포, 인천 강화도, 충남 홍성)에서 열린다.

산속 뒤져 송이 찾는 ‘송이 보물찾기’ 인기

10월3일 강원도 양양에서 송이축제가 시작됐다. “10시까지 운영본부로 오시오.” 떠나기 전날 송이축제 담당자 양양군청 문화관광과 김상철 주무관에게 취재를 가겠노라고 전화했더니 무뚝뚝한 강원도 남자는 거두절미 오전 10시까지 양양에 당도하라 일렀다. 새벽같이 길을 나섰다. 추석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았지만, 서울에서 양양까지 산의 영물인 송이를 찾아 떠나는 긴 길에서는 눈을 붙이기 어렵다. 서울과 강원도 사이를 오가는 길은 축제 장소보다 더 축제 길 같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산은 등성이마다 안개를 걸치고 있었다. 어슴푸레 안개를 어깨에 걸치고 있던 산들은 쨍한 햇볕 아래 접어들자 화사했다. 여름의 짙은 초록을 벗고 울긋불긋 물든 모양새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좀더 높고 깊은 산으로 진입할수록 풍경은 더 아름다웠다. 한계령을 지나 설악산 대청봉을 멀리 보며 서울에서 197km. 어느새 양양이다.

양양송이축제는 올해로 16번째를 맞았다. 송이는 인공 재배가 어렵다. 살아 있는 소나무 아래 자라고 서늘한 기온을 좋아하는 이 버섯을 얻으려면 눈썰미 좋은 사람이 가을 산을 부지런히 뒤져야 한단다. 송이는 습한 기운을 좋아하는 덕에 태풍이 잦았던 올해는 송이 풍년이란다. 풍년이라고 해도 몸값 높은 송이를 우후죽순 쉽게 거두기는 어렵다. 서민들에게는 송이 가격이 예년보다 조금 떨어지는 정도라 귀한 송이를 찾아 축제로 굳이 발걸음하겠다고 예약한 사람이 2천 명을 넘겼다.

관광객한테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송이 보물찾기’ 행사란다. 산속을 뒤져 송이를 찾는 이벤트다. 학창 시절 소풍 때 선생님들이 선물이 적힌 쪽지를 여기저기 흩어놓듯 행사 관계자들이 산속 정해진 구역에 송이를 숨겨놓았다. 송이 캐기는 아니고 말 그대로 송이 찾기 ‘체험’인 셈이다. 산에 뿌리내린 송이를 직접 찾아나서는 줄 알고 심마니가 된 심정으로 결기에 가득 차서 올 일은 아니다. 일부러 숨겨놓은 송이를 찾는 게 무엇이 어렵겠나. 향도 모양도 치밀해 보이는 송이를 부리나케 캐고 내려와 관광객을 위해 마련했다는 송이주와 송이요리나 실컷 맛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심봤다!” 누가 외쳤다. 수풀 속에 숨겨놓은 송이는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다. 산비탈에 서서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라, 나무 막대기를 이용해 수풀 사이를 관찰하라는 매뉴얼을 모범생처럼 따랐지만 송이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외치는 심마니들의 탄성을 들으며 그들의 지난밤 꿈자리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나이 들어 산에 들어와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부러 숨겨놓은 먹거리도 못 찾는데…. 포기하는 마음으로 잡생각이나 흘리고 있는데, 옆에서 함께 헤매고 있던 유진북(65·서울 강서구 우장산동) 할아버지가 “심봤다”를 외쳤다. 괜스런 배신감이 들었다. 송이를 찾은 것이 죄가 돼버린 할아버지를 원망하며 수풀을 다시 뒤적이는데, 바로 뒤에서 묵묵히 송이를 찾던 정보성(8·서울 광진구 광장동) 어린이도 송이를 치켜들었다. 송이를 찾은 사람들은 송이주로 하산주를 하기 위해 줄줄이 산을 내려갔다. 행사 관계자들은 뒤처진 이들에게 ‘나머지 공부’하시는 분들 힘내시라며 격려했지만 이미 낭패감은 커졌다. 지역의 큰 축제라 그런지 지상파 3사 지역 방송이 모두 출동했는데, 이러다간 못 찾는 사람 대표로 인터뷰를 당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행사 관계자에게 힌트를 얻어 겨우 한 송이 ‘득템’하고 산을 내려왔다.



양양송이축제는 올해로 16번째를 맞았다. 송이는 인공 재배가 어렵다. 살아 있는 소나무 아래 자라고 서늘한 기온을 좋아하는 이 버섯을 얻으려면 눈썰미 좋은 사람이 가을 산을 부지런히 뒤져야 한단다. 올해는 송이 풍년이란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각광받는 전통문화 축제로 손꼽힌다. 진주남강유등축제 제전위원회 제공

진주남강유등축제는 각광받는 전통문화 축제로 손꼽힌다. 진주남강유등축제 제전위원회 제공

10만 개의 소원이 강물타고 흐르다

다시 돌아온 행사장은 양양에 막 도착했을 때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저런 체험 행사장과 공연 무대를 사이에 두고 장이 섰다. 양양 지역 송이축제장은 커다란 놀이터인 동시에 대목을 맞은 장터다. 송이축제장에 선 장에서는 짙은 송이향과 함께 장사꾼과 소비자들의 흥정이 너울댔다. 전통적 축제가 지역 주민 중심의 제의적 성격이 강했다면 현대적 축제는 관광상품화한 경향이 강하다. 김창수 경기대 교수는 에서 “지역 축제란 한 사회의 정신적·물질적·감정적·지적인 것의 복합물로서 예술과 문화를 포함한 생활공동체 구성원들과 방문객들의 잔치”라고 말했다.

지역 축제에 지역의 삶과 문화적 요소가 잘 녹아 있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현재 국내 지역 축제, 특히 특산물을 내세운 축제는 ‘물질적’이라는 단어에 많은 부분을 기대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축제는 소비하고 즐기려고 지역을 찾은 외지인과 장사에 나서거나 혹은 축제와 상관없이 일상을 보내는 지역 주민들로 구분된다.

물산 축제나 먹거리 축제처럼 소비하기 위한 축제가 아니라면 어떨까? 지난 10월1일 경남 진주 남강에 축제의 작은 불이 조롱조롱 켜졌다. 축제는 초혼점등식으로 시작한다. 매년 10월이 되면 촉석루와 진주 남강 주변의 다리는 알록달록 고운 전등이 켜지고 강물에 비추어 제 빛을 두 배로 키우기로 유명하지만 강물에 띄워보내는 등들은 작고 애달프기만 하다. 400년 전 임진왜란 당시 남강과 대사지에 둘러싸인 물속의 성, 진주성에서 왜병들에게 포위됐던 병사들이 강물에 유등을 띄웠다. 그러나 가족에게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리려 했던 절박한 3500명의 군사와 7만 명의 백성은 왜군에게 몰살당했다. 남강을 가로지르는 진주교의 길이만 272m. 그날 진주 남강은 피로 벌겋게 물들었다고 한다. 남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제로 손꼽히는 남강유등축제가 원혼을 달래려는 슬픈 사연으로 시작한다는 점은 기이하면서도 애틋하다. 서영수 진주남강유등축제 예술총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레이저나 불꽃이 내는 직설적인 빛보다는 한 꺼풀 덮인 어스름한 불빛이 우리 축제의 본령이다. 올해는 시집가는 모습, 장례식, 군사교대식 등 당시 모습을 등으로 만들어 진주성 안을 400년 전의 조선시대 모습으로 꾸미고 공연에서도 배를 띄운다. 축제 마지막 날 불을 끄면 이 모든 애틋한 사연은 덮이겠지만 화려한 축제가 아니라 빛에 소원을 담는 축제로 거듭나겠다는 소망이다.” 지난 10월1일에는 유등을 띄워보내려고 남강변에 10만 명이 모였다. 10만 개의 소원이 강물을 타고 흘렀다.

같은 날 경북 안동은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로 들썩였다. 10월7일까지 열린 국제탈춤페스티벌은 요즘 각광받는 전통문화 축제로 손꼽힌다. 이 지역 축제는 지역 문화활동가와 예술인들이 주축이 되어 연출자만 40여 명이 나섰다. 안동 축제라지만 경남 진주, 전남 목포에서 건너온 마당극팀들과 외국에서 온 거리공연팀이 안동을 커다란 마당으로 만들었다. 점잖은 도시에 탈춤 기간에는 흥분이 넘친다. 서울에서 온 백성자(45)씨는 “처음에는 아이들 체험 삼아 왔는데 막상 탈을 쓰고 보니 어른들도 딴사람이 된 듯 축제에 끼어들었다”며 “생각해보니 축제는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축제 조직위원회 권두현 사무처장은 “우리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거리 퍼레이드다. 해가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걸으며 춤출 때가 가장 좋다. 점점 더 길거리 춤판을 벌이는데 주력한다”고 했다. 외지 사람들에게 영 무뚝뚝하던 안동 사람들도, 15개 참여 극단 중 어느 배우인지도 모를 사람들도 탈을 쓰고 춤을 추며 거리를 걸었다. 매일 밤 사이렌 소리가 퍼지면 모두 일제히 거리무대로 뛰쳐나와 대동 난장을 벌이기도 했다. 축제는 너와 내가 구별 없는 난장이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요즘 각광받는 전통문화 축제로 손꼽힌다. 안동 축제라지만 경남 진주, 전남 목포에서 건너온 마당극팀들과 외국에서 온 거리공연팀이 안동을 커다란 마당으로 만들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탈을 쓰고 거리무대를 행진하는 사람들. '잘 놀자'는 축제의 본기능과 가까울수록 축제는 더 탄탄하게 명맥을 이어가는 듯하다. 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 제공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탈을 쓰고 거리무대를 행진하는 사람들. '잘 놀자'는 축제의 본기능과 가까울수록 축제는 더 탄탄하게 명맥을 이어가는 듯하다. 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 제공

과거와 현재의 축제가 가진 의미

그래서 이제 어떤 놀거리를 찾아 떠날 것인가. 가을볕에 늘어선 전국의 놀이판들은 대동놀이형 지역 축제라면서도 동시에 저비용·고부가 상품쯤으로 여겨진다. 지난해에는 열렸으나 올해는 문 닫은 10월 축제도 여럿이다. ‘잘 놀자’는 축제의 본기능과 멀어질수록 축제의 생명은 짧았다. 축제는 그 본성이 나누고 하나되는 동시에 먹고 마시며 소비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오래 이름값을 유지해온 지역 축제 프로그래머들은 그 갈피에서 고민이 깊다고 했다. 올해 양양송이축제를 준비한 양양군청 김상철 주무관은 축제를 거듭하며 과거와 현재의 축제가 가진 의미의 경계를 허물려고 애쓴다고 밝혔다. “송이는 조선 때 임금에게 바치던 진상품이었고, 왕조시대가 끝나고 2차 대전 후에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전량 일본에 수출되다시피 했다. 워낙에 내국인들의 소비가 적었던 터라 그동안은 양양송이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관람객을 유치하고 각 지역 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현장을 만들 것이다.”



이름난 10월 지역 축제들
안면도 대하 먹고, 정읍 구절초 향기 맡고
오곡백과를 여물게 하느라 분주했던 가을은 수다한 축제로도 바쁘다. 이름난 10월 지역 축제들을 꼽아보았다.

진주남강유등축제 10월1~14일 1592년 왜군의 침투로 벌어진 진주대첩에서 진주성 내에 있는 병사들은 멀리 두고 온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수단으로 혹은 도하하는 적군을 막으려고 강에 등불을 띄워보냈다. 애잔한 유래는 아름다운 빛으로 승화했다. 밤이 더 좋은 축제다. (문의 055-761-9111)

태안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 10월1~20일 안면도 백사장항은 대하·꽃게 집산지로 유명하다. 제철 새우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이 없다. 현지 주민들은 안면도에 풍성한 꽃게와 우럭 또한 자매품으로 권한다. (문의 041-672-7644)

부산국제영화제 10월4~13일 명불허전이다. 17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멀리서 오는 관객을 배려해 두 번의 주말을 끼고 일정을 짰다. 낮이 바쁜 당신을 위해 3편의 영화를 심야에 연이어 보는 미드나잇패션은 올해도 여전하다. 특별 기획해 소개하는 아프가니스탄, 북한 영화들도 눈에 띈다. (문의 www.biff.kr)

정읍구절초축제 10월6~14일 새하얀 구절초의 진한 향이 마을 전체에 넘실댄다. 전북 정읍은 전국에서 가장 큰 구절초 군락지다. (문의 063-539-6171~3)

영주풍기인삼축제 10월6~14일 풍기인삼축제에서는 인삼요리, 인삼피부마사지, 인삼사우나 등 인삼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체험이 가능하다. 온몸이 호강하는 축제다. (문의 054-635-0020)

광주7080축제 10월9~14일 지역 축제도 추억팔이에 나섰다. 추억의 거리를 꾸미고 포크송 페스티벌 등 그때 그 시절을 함께 나누고 싶은 이들을 불러모은다. (문의 062-608-2230)

김제지평선축제 10월10~14일 전북 김제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고대 저수지인 벽골제가 있다. 벽골제에는 축조 당시 용에게 목숨을 바쳐 제방을 지켰다는 단야낭자의 전설이 전하는데, 김제지평선축제는 그를 기리는 데서 유래한다. 논에서 펼쳐지는 각종 체험 행사 등이 마련됐다. (문의 063-540-3031~6)

부산자갈치축제 10월11~14일 용신제, 물고기 위령제, 수산물 경매 등 다른 축제 현장에서 보기 힘든 바다 마을만의 볼거리가 펼쳐진다. 시장에서 열리는 축제인 만큼 신선한 먹거리도 풍성하다. (문의 051-243-9363)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10월12~14일 비가 오면 물에 잠기던 별 볼일 없던 섬,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은 재즈와 만나 우아하게 다시 태어났다. 잔디밭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등 아래에서 리듬과 선율이 전해진다. (문의 031-581-2813)

하동토지문학제 10월12~14일 대하소설 의 고장, 같은 이름의 드라마 세트장이 조성된 마을 최 참판댁 일원에서 행사가 열린다. 먹거리와 놀거리가 많은 시끌벅적한 축제는 아니지만 산 아래 넓게 펼쳐진 누런 들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문의 055-880-2363)

대구팔공산승시축제 10월12~15일 불교용품의 생산과 유통이 이뤄진 시장을 옛말로 ‘승시’라 일컬었다. 산중 전통 장터를 재현하고 민속 행사와 사찰 음식 체험 등 행사가 마련됐다. (문의 053-986-9575)

경주 떡과 술잔치 10월13~17일 떡명장 선발대회, 전통주 박람회, 꽃떡 만들기 체험, 다도 체험, 역사탐험 연극, 막걸리 칵테일쇼 등 먹고 마실거리로 채운 이벤트를 촘촘하게 내세웠다. (문의 054-748-7721)

횡성한우축제 10월17~21일 4대 우시장의 하나인 횡성우시장이 자리한 강원도 횡성은 예부터 한우 거래와 소비가 왕성했던 지역이다. 장터의 오랜 역사만큼 판매되는 고기의 품질도 보장된다. 근처 횡성온천 등 더불어 즐길거리가 많다. (문의 033-342-1731~2)

강경발효젓갈축제 10월17~21일 강경발효젓갈축제는 여러 젓갈 축제 중 가장 탄탄히 자리잡았다. 강경포구와 젓갈시장 일대에서 열리며 김치 담그기, 젓갈 맛보기, 양념젓갈 담그기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었다. (문의 041-730-3349)

김해분청도자기축제 10월18~23일 분청사기 도예촌이 발달한 경남 김해에서는 가을이면 도자기 축제를 연다. 도예작품과 생활자기가 저렴한 가격으로 전시·판매되고 초벌한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직접 그릇을 만들어보는 행사 등이 열린다. 인근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열리는 국내 현대 도자 거장 7인의 기획전 ‘프리즘’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55-330-3241)

청도반시축제 10월19~21일 납작하고 둥근 모양의 감인 반시는 익기 전에는 맛이 떫지만 무르게 익을수록 다른 감보다 단맛이 진해진다. 청도반시축제에서는 감말랭이, 반건시, 감식초 등 가을볕에 단풍처럼 붉게 익어가는 반시를 활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문의 054-370-2471)

강릉커피축제 10월19~28일 강원도 강릉에 가면 해풍에 커피향이 실려온다. 전국을 점령한 프랜차이즈 커피점 대신 강릉에는 크고 작은 로스터리 커피 전문점이 많다. 커피 마니아들의 성지가 된 곳에서 잔치가 벌어진다. (문의 033-647-6802)

그랜드민트페스티벌 10월20~21일 에피톤프로젝트! 버벌진트!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너마저! 윤상! 윈디시티! 검정치마! 넬! 불독맨션! 라인업을 대는 것 말고 더 말해 무엇하리. (문의 www.grandmintfestival.com)

이천쌀문화축제 10월25~28일 경기도 이천은 1999년부터 10년 넘게 쌀로 축제를 빚어왔다. 무지개가래떡 만들기 등 체험 행사와 가족인형극, 민속무용 공연 등 어린이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행사가 많이 열린다. (문의 031-644-4125)

서울 와글와글 활력운동회 10월26~28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과 당인동 인근 마을 주민과 상인들이 힘을 합쳐 만든 ‘지친 일상 활력 되찾기 프로젝트’다. 주민, 상인,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디 레이블팀, 축제 관람객이 짝을 이뤄 골목을 달리고 폐현수막으로 줄다리기를 한다. (문의 02-3142-1430)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지역 축제 예술감독들의 고민
더 많은 축제를, 더 많은 소통을

10월, 대한민국은 축제 중이다. 어떤 문화 캘린더를 세어보니 10월에 열리는 축제만 50가지를 훨씬 넘는다. 이들은 대부분 생긴 지 10년도 안 되는 어린 축제들이다. 2000년대 들어 민선 지자체장들이 경쟁적으로 축제를 만들어온데다 문화상품이 돈이 된다는 생각에 급조한 축제도 여럿이다. 장삿속과 예술성, 되는 축제와 안 되는 축제 속에서 어디서 어떻게 잘 놀 수 있을까. 지난 10월4일 ‘문화이끔이 꼴’이 기획한 포럼 ‘거리예술 맛있게 먹기’에 모인 여러 지역 축제의 예술감독들을 만나보았다.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 손재오 예술감독은 “예전엔 공동체의 마당과 절기마다 축제였던 것을 기억하면 오히려 축제는 더 많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돋웠다. “대신 똑같은 메뉴와 백반식 공연이 지배하는 축제들이 어떻게 질적으로 발전할 것인가”는 여전히 과제다. 그 답은 해마다 늘어가는 축제 덕에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대표적 거리예술축제인 춘천마임축제의 유진규 감독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고급스럽고 정교한 극장 공연만으로는 축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축제의 핵심은 거리다. 지금 축제들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거리공연에 주력한다”고 했다. 춘천마임축제는 강원도 춘천시 도심 한복판이나 학교, 병원, 심지어 교도소나 정신병원으로 축제 장소를 넓혀가고 있단다. 과천축제 임수택 예술감독은 “거리예술이든 축제든 자폐적이고 낭만적인 성향에 갇혀 있던 예술가들이 사회와 소통하게 하는 방식”이라며 축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에게 “제발 예술은 잊고, 사회에 눈을 돌리자”고 호소했다.
사회적 소통은 지금 축제에 참여하는 거리예술의 화두다. 손재오 감독이 전하는 전남 목포는 인구 25만 명의 가난하고 작은 도시다. 목포마당극축제는 작은 문화운동으로 시작해 4대강, 구럼비 문제를 전파하는 시민동행프로젝트로 발을 넓히고 있는 참이다. 비아페스티벌 이화원 집행위원장도 ‘경계 없는 예술프로젝트’가 서울 문래동에서 벌인 난장을 소개하며 “2006년 황량한 거리에서 열렸던 한 재미있는 예술반상회가 철공소 거리를 새로운 문화중심지로 변화시켰다”고 했다. 축제가 예술과 적극적으로 손잡아야 하는 이유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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