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가 7월26일 광주에서 열린 합동 연설회에서 청중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단
기존의 야권은 쉬운 상대라고 봤다. 4·11 총선 결과가 이를 입증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는 대대적인 당의 변화를 이끌며 승리했고, 대세론을 이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급부상했고, 지지율이 역전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안 원장과의 양자 대결 구도는 물론 다자 구도에서도 밀리는 추세다. 문제는 뚜렷한 반전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안 원장은 아직 정치 참여를 선언하지 않은 장외 주자다. 공포는 공포의 대상이 미지의 영역에 머물 때 극대화된다.
안철수 부상으로 박근혜 보수성 강화돼
박 후보는 아직까지 안 원장의 움직임과 관련해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박 후보 쪽 인사들은 ‘안철수 흠집내기’에 열을 올린다. ‘안철수 현상’의 잠재적 파괴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짜깁기’ ‘기회주의자’ ‘구름 위의 손오공’ 같은 날선 표현까지 등장했다. 김종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출마) 생각이 있으면 야당 경선에 참여해 후보가 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라며 “(안철수 원장이) 자신이 없어 그 선택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폄하했다. 홍사덕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책 한 권 달랑 들고 나와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해 무례”라고 비난했다. 한 핵심 측근은 “민주당이 등 떠밀어주면 나가고 그게 아니면 안 나가겠다는 게 안철수”라며 “인기로 누군가를 영입한다면 차라리 장동건을 영입하지 그러냐”고 반문했다. 반응이 막말에 가깝다. 히스테리컬하다. 그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박 후보 쪽 관계자들이 이미 내부적으로 ‘안철수 검증’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근본적인 문제는 안철수의 등장이 박근혜 후보의 ‘확장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데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탁월한 안철수 원장이 부상하면서 박근혜 후보의 보수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30 세대’와의 소통 문제도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된다. 박 후보 캠프에서 청년특보를 맡고 있는 김상민 의원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명쾌한 오답노트가 나왔다. 복잡한 구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젊은 층과 수도권의 민심을 되돌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주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상민 의원은 청년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젊은 층과 소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당과 캠프 내부에서 얼마큼 절박하게 받아들이는지 물었다. 그는 “총선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온 것은 엄청난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공감도의 수준이 다르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속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김 의원과 함께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손수조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는 ‘빨간 파티’가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젊은 유권자들과 함께 파티를 열기도 했다. 지난 총선에서 ‘문재인 자객’을 자임했던 손수조 당협위원장이 선글라스를 쓴 채 셔플댄스를 췄다. 행사는 각 지방을 돌며 이어지고 있다. 아직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박근혜 후보의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빨간 파티를 개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밖에도 당내에선 학생위원회와 청년최고위원회 구성 등 젊은 층의 표심을 되돌리려는 기획이 쏟아진다.
박근혜의 가장 큰 약점은 박근혜 자신
이런 노력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후보가 아무리 해도 2030 세대를 주된 지지층으로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안철수로의 쏠림 현상을 최대한 약화시키고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벤트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이러한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박근혜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은 박근혜 자신이다. 편협한 역사관은 그를 더욱 오른쪽에 가둔다. 박 후보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7월26일 광주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반쪽짜리 대한민국이 아니라 100%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5·16은 최선의 선택”이라거나 “50%가 넘는 여론이 내 의견에 찬성한다”는 등의 최근 발언은 ‘100%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근본적으로 배반한다.
캠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5·16 문제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발목이 잡혔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 정치평론가는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자신과 부친의 문제에 대해 좀더 겸허하고 낮은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며 “자신의 5·16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당시 쿠데타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의 역사관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문수 후보는 자신의 홍보 동영상에서 박근혜 후보를 “무소불위의 권력 아래 평생 남의 밑에서 일해본 적 없이 혜택을 다 누렸던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쿠데타는 쿠데타고 혁명은 혁명이라고 시원하게 인정하지 못하나”(김태호 후보), “5·16이 구국의 결단이라면 민주화 투쟁에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은 테러리스트이고 반국가세력인가”(임태희 후보)라는 비난이 이어진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은 오만한 게 문제”라며 “당선이 된 것처럼 생각하는 데 국민이 많이 불편해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선거 전략상으로도 역사의식상으로도 박근혜 후보가 왜 편가르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역사의식이라면 5년 내내 민주화 대 산업화의 편가르기라는 대립이 예상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박근혜 의혹 전담팀 구성
가족 문제도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박지만·서향희 부부가 거론되는 대목은 박 후보로서도 부담이다. 7월24일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서 만사가 형(이상득 전 의원)으로 통하다가 이제는 올케(서향희 변호사)에게 다 통한다는 ‘만사올통’이라는 말을 들어봤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36세의 젊은 변호사가 26명을 거느리는 대규모 로펌 대표이며 비리로 영업 정지된 삼화저축은행 법률고문이었다가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홍콩으로 출국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후보는 “법적으로 잘못된 비리가 있었다면 벌써 문제가 되지 않았겠느냐”고 응수하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최근 박근혜 후보와 주변의 의혹과 관련해 당내 전담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의혹과 재산,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문제를 포괄해 집중적인 검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구속 만기 돼도 집에 안 갈 테니”…윤석열, 최후진술서 1시간 읍소

“비행기서 빈대에 물렸다” 따지니 승무원 “쉿”…델타·KLM에 20만불 소송

특검, 김건희에 ‘로저비비에 선물’ 김기현 부부 동시 기소

디올백·금거북이·목걸이...검찰 수사 뒤집고 김건희 ‘매관매직’ 모두 기소

청와대 복귀 이 대통령…두 달간 한남동 출퇴근 ‘교통·경호’ 과제

박주민, 김병기 논란에 “나라면 당에 부담 안 주는 방향 고민할 것”

나경원 “통일교 특검 빨리 했으면…문제 있다면 100번도 털지 않았을까”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5/53_17666328279211_20251225500964.jpg)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

전북대, ‘학폭 이력’ 지원자 18명 전원 수시모집 불합격

회사 팔리자 6억4천만원씩 보너스…“직원들께 보답해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