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실패율’을 따져봐야 한다. 피임 실패는 곧 준비 안 된 임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 쌍의 남녀가 1년 내 피임을 하지 않았을 때 임신할 확률은 대개 85%로 본다. 흔히 사용하는 살정제, 월경주기법, 체외사정, 남성·여성의 콘돔도 피임 실패율은 15~29%로 높다. 피임약, 임플라논, 루프 등은 실패할 확률이 1% 미만으로 낮다. 그러나 먹는 피임약도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8%의 실패율을 보인다. 따라서 여성과 남성이 모두 피임을 실천하더라도 완전하게 피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구나 피임법이 적용되지 않는 질환이 있거나 부작용으로 피임을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유니더스의 동물 시리즈 콘돔. 제품마다 두께와 겉모양이 다르다.
다음으로는 ‘안전성’이다. “몸에 해가 되지 않죠?” 진료실에서 흔히 듣는 질문이다. 그나마 가장 안전한 피임법은 남성용 콘돔과 여성용 페미돔이다. 에이즈 등 성병의 접촉과 전파를 막아주니 금상첨화다. 모든 피임법에는 장점과 단점이 따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모든 약이나 시술은 ‘좋은 점이 나쁜 점을 상회하기 때문에 선택한다’는 것이다. 원치 않는 임신을 감수할지, 피임의 위험성과 부작용을 감수할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적응증’도 봐야 한다. 이는 어떤 사람에게 어떤 조건에서 어떤 피임법을 써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의사와 일반인 사이에서 의학 정보의 불균등이 나타난다. 이를 극복하려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의사를 만날 상황이 안 된다면 설명서에 있는 부작용과 인체 영향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혈전증, 심혈관 질환, 고콜레스테롤증, 간질환 등이 있거나 흡연을 하는 여성이라면 먹는 피임약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피임의 주체를 정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는 성행위의 주도권과 피임을 요구하는 권리, 또는 피임을 실천하는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가를 결정하는 ‘성별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개 한국 남성은 성행위를 시작하고 주도하지만, 피임의 의무는 여성에게 전가하는 문제가 있다. 피임에 실패하면 정신적·육체적 책임과 피해는 거의 전적으로 여성의 몫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한국에선 임신중절이 불법이다.
결론적으로 어떻게 피임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체외사정이나 살정제, 배란주기법 같은 피임법은 피임했다는 잘못된 신념만 키워줄 뿐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예 잊어버리시라. 남성은 약국이나 마트 등에서 콘돔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항상 애용하기를 권한다. 콘돔은 고무 알레르기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안전하고 남성 자신과 여성에게 부작용이 없다. 여성은 피임약과 임플라논, 자궁 내 장치(루프)를 선택할 때 적응증과 부작용, 주의사항에 대한 정보를 얻고 선택하길 권한다. 그리고 이 피임법이 맞지 않고 부작용이 생긴다면 중단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맞춤 피임법을 찾으시라. 그리고 그 피임법의 사용법에 맞게 실천하면 된다. 그러고도 피임에 실패할 수 있다. 100% 완벽하고 안전한 피임법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기에 ‘원치 않는 임신을 지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이 아직까지 합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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