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사회현상이다.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대신 범죄 발생을 최소화하거나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하는 치안 대책이 필요하다. 대책을 마련하려면 ‘범죄 현상’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그런데 ‘외국인 범죄’에서는 그게 참 어렵다.
형법 위반 혐의자 비율 내·외국인 99% 대 1%
“범죄의 위험성과 공포는 쉽게 과장된다.” 신동일 한경대 법학부 교수는 이를 상어와 코끼리의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2005~2006년 전세계적으로 상어가 인간을 공격한 횟수는 68건, 이 가운데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는 4건에 불과했다. 반면 해마다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친근하게’ 생각되는 코끼리에게 희생된다. 신 교수는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자주 나오는 식인 상어의 공격은 사람들이 바다를 두려워하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코끼리보다는 상어를 무서워한다”고 했다(논문 ‘외국인, 외국인 범죄, 그리고 합리적 형사정책’).
외국인 범죄는 발생 빈도 이상으로 언론에서 자주, 크게 다뤄지는 소재다. 재중동포가 저지른 경기 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은 우리에게 ‘상어’일까, ‘코끼리’일까. 과장하지도, 애써 축소하지도 말고, 딱 있는 그대로만 보자. 대검찰청이 지난해 발간한 자료를 보면 이렇다. 2010년 한 해 동안 외국인 1만9069명이 형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다. 6669명(35%)이 기소됐고, 9752명(51.1%)이 기소유예나 무혐의 등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기소중지는 2531명(13.3%)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인 형법 위반 혐의자는 193만5262명이었다. 내·외국인 비율로 따지면 1% 대 99%가 된다. 5대 강력 범죄 혐의자의 내·외국인 비율도 대략 비슷하다(표 참조).
특별법 위반의 경우 외국인 혐의자는 7854명(불기소 3458명)이었다. 무면허 운전 1142명, 음주운전 974명 등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가 가장 많았고, 마약류관리법 위반(대마 472명, 마약 32명, 향정 320명)이 뒤를 이었다.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는 303명, 뺑소니는 94명이었다. 특별법 위반 내국인 혐의자는 100만1624명으로, 내·외국인 비율은 0.8% 대 99.2%였다. 한국 인구(5천만여 명)와 전체 외국인 체류자 수(126만여 명)를 적용해 내·외국인 범죄율을 따지면, 내국인의 범죄율이 2배 이상 높게 나온다. 반면 살인의 경우에는 외국인 쪽이 내국인보다 높다.
사람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은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이주노동자, 그중에서도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외국인 증가, 불법체류, 범죄율 사이의 상관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통계 수치와는 다른 ‘불안 체감’
이번 사건은 워낙 사회적 충격이 컸기에 상어-코끼리 비교가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외국인 밀집 지역의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 체감’은 통계 수치로 희석되기 전의 그것과 다를 수 있다. 경기 안산 원곡동에서 사는 한 여중생(16)은 “밤에는 사실 조금 겁이 난다. 엄마도 저녁 7시 이후로는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위험까지 곧바로 치안 정책에 반영하자거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상시적인 ‘예비검속’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재까지 외국인 범죄는 내국인 범죄보다 훨씬 적으며, 강력 범죄는 주로 자국민들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인 경우가 많으며, 착실하게 돈 벌려는 이주노동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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