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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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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풍’ 맞설 박근혜의 선택은?

‘문재인 바람’ 잠재우겠다는 새누리당 손수조 예비후보… “이제 와서 ‘필패 카드’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등록 2012-03-02 14:09 수정 2020-05-03 04:26

‘문재인 바람’에 맞설 새누리당의 후보는 누가 될까. 단연 화제를 부르고 있는 것은 27살의 손수조 예비후보다. 주례여고 총학생회장을 한 사상구의 토박이로, ‘연봉 3천만원으로 선거 뽀개기’ 등의 캠페인을 통해 입소문을 탄 주인공이다. 정홍원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이 면접을 마친 뒤 “굉장한 감명을 받았다”고 평가해 단숨에 유력 후보로 발돋움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2월24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좋은 후보라고 얘기하면서 공천위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손수조 “검증 안 된 분 대선주자 위험”

27살의 나이로 ‘문재인 대항마’를 자임하고 있는 새누리당 손수조 예비후보. 그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설마설마하다가 문재인 거품도 꺼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겨레21> 정용일

27살의 나이로 ‘문재인 대항마’를 자임하고 있는 새누리당 손수조 예비후보. 그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설마설마하다가 문재인 거품도 꺼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겨레21> 정용일

재래시장 화재 피해자를 위해 지난 2월21일 사상구 감전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일일찻집에서 손수조 예비후보를 만났다. 주민들 앞에선 일단 허리부터 굽히는 모습이었다. ‘어린아(애)가 철없이 설친다’는 식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했다. 유권자의 지적이나 발언은 수첩에 적었다. 그는 “박근혜 위원장의 수첩을 벤치마킹했다”며 “좋은 건 배워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손 후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사상구 출신 정치인이 당선된 적이 없다”며 “나 같은 지역 밀착형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현재의 ‘문재인 바람’을 ‘거품’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 후보에 대해서도 “젠틀하고 편안하긴 하지만 아무런 검증을 받지 않은 분인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크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이 새누리당 비판으로 이어지는 부분도 있고, 돈봉투 사건으로 민심이 돌아선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저를 공천하는 게 혁신’이라고 말해요. 그렇게 되면 문재인 거품도 꺼질 거라고 봐요.”

‘패배를 의식한 카드’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동안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로 거물급 인사 공천을 검토해왔다. 그러다 결국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의 당선 의미를 축소하기 위한 ‘김빼기 카드’로 손수조 후보를 거론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젊음을 앞세운 패기 외에는 특별히 내세울 콘텐츠가 없다는 우려는 여당 내에서도 나온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감명을 받았다는 것은 정홍원 위원장 개인의 생각”이라며 “이벤트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27살 먹은 사람이든, 여성이든 실제 경쟁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원래 정치가 꿈이었고, 부모님도 언젠가는 내가 정치를 하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는 손 후보는 “어릴 때부터 보수를 지향했다”며 “나라의 미래를 볼 때 보수가 맞다고 생각한다. 이쪽(진보)이 아닌 건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돈은 잘 벌지만 자식은 못 챙겼던 아버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돈은 잘 못 벌었지만 자식은 잘 챙겼던 아버지”로 각각 규정했다. 그러면서 “한 명의 아버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이번에 세계경제가 휘청거렸는데 그것을 잘 안정시켜준 부분이 듬직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런 인식이 손 후보가 내세우는 ‘변화·소통·화합’이라는 구호에 어울리는지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김대식 “MB 새끼들은 다 어디서 뭘 하냐”

손 후보가 선거법 위반으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과 구두 경고 조처를 받은 사실이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밝혀졌다. 선관위에 따르면, 손 후보는 2월6일 대보름을 맞아 열린 달집태우기 행사장에서 자원봉사자 10여 명과 함께 “손수조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유세를 했다. 후보자 본인을 포함해 10명 이상과 함께 행진하거나 인사하는 행위, 구호를 외치는 예비후보자의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105조 위반이다. 선관위는 손 후보한테서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받았다고 한다.

손수조 후보가 언론의 주목을 받자 새누리당의 다른 예비후보들 쪽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항마’를 찾으려고 온갖 정치인들의 이름을 거론하다가 이제 와서 지역구를 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필패 카드’를 만지작거리냐는 불만이다. ‘MB맨’임을 강조하는 김대식 예비후보는 “새누리당이 패배주의에 빠져 있다”며 “당이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오히려 문재인을 띄워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대식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사상 지역구의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도 “이길 수 있는데 패배의식에 빠져 사상구를 버리는 공천을 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전화가 빗발친다”며 “공천위가 심각하게 ‘손수조 카드’를 검토한다면 지역 정서와도 맞지 않고 당을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24년 동안 사상에 위치한 동서대 교수를 지냈고, 세 자녀를 모두 지역에서 키웠다는 김대식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한 일도 있지만, 잘한 점이 더 많다”며 “그것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비겁하지 않게 뛰겠다. MB맨으로서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욕이 아니라 자식들이라는 의미로, 노무현의 새끼들을 보세요. 폐족 이야기까지 나왔다가 몇 년 만에 이렇게 열심히들 하지 않습디까. DJ 새끼들도 그렇고…. 그런데 MB 새끼들은 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느냐는 말이오.” 감전동 새벽시장을 돌며 그는 “단디(제대로) 하겠습니다” “심부름 한번 시켜주이소”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일부 상인들은 “아이고마 1번이네, 여기는 걱정하지 마이소” “단디 하겠다는데 됐네 뭐”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문풍은 찻잔 속의 태풍이고, 문재인은 눈사람”이라며 “눈사람은 따뜻한 3월이 되면 모두 녹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낙동강 벨트’ 전략에 맞서 지역 공약 위주의 ‘사상 전투’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김대식 후보 쪽 관계자는 “여의도나 언론에서 보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지역 유권자들은 낙동강 벨트보다 지역의 이야기를 하는 정치인을 더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수조 후보가 언론의 주목을 받자 새누리당의 다른 예비후보들 쪽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항마’를 찾으려고 온갖 정치인들의 이름을 거론하다가 이제 와서 지역구를 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필패 카드’를 만지작거리냐는 불만이다.

깊어지는 새누리당의 고민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냉랭해진 민심 앞에서 ‘문재인 바람’을 잠재울 뾰족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 문제나 신공항 논란도 악재다. 박근혜 위원장이 이번 총선 국면에서 사실상 첫 지원유세 지역으로 부산을 선택한 것도 이를 의식한 행보다. 2월24일 부산을 찾은 박 위원장은 문재인 후보가 출마한 사상은 물론 문성근·김정길 후보가 각각 출마한 ‘낙동강 벨트’ 지역을 방문하지 않았다. 외곽 봉쇄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는 부산 선거의 쟁점인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강압에 의한 주식 증여는 인정되나, 무효화할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며 고 김지태씨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법원 판결 직후 부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정수장학회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기존 태도를 재확인했다.

부산=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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