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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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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독소조항 수두룩

김제동 수사받게 한 선거법 254조1항, ‘정보통신’ 금지 포함한 254조2항, 정동영 고발 근거 230조…93조1항 위헌 결정 뒤에도 반쪽뿐인 유권자 표현의 자유, 선거법 개정 통해 바꿔야
등록 2012-01-04 17:02 수정 2020-05-03 04:26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상 선거운동을 헌법재판소(헌재)가 인정했다고 해서 ‘이젠 마음껏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여전히 공직선거법은 유권자의 입을 막는 재갈이다.
우선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선거법 제93조 1항부터 다시 살펴보자.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보궐선거 등에서는 그 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창당준비위원회와 정당의 정강·정책을 포함)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첨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헌재가 한정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이 조항의 맨 마지막 부분인 ‘이와 유사한 것’에 인터넷을 포함시켜 해석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여전히 ‘선거일 전 180일’부터는 인터넷을 제외한 다른 방법으로는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없다는 얘기다.

»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이 인터넷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한정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2011년 12월29일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등을 요구하는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 등의 시민단체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이 인터넷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한정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2011년 12월29일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등을 요구하는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 등의 시민단체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2012년에도 침묵 강요하는 선거법

선거일 전 6개월부터 정치적 의사표현을 막는 이 조항을 존중하자면, 총선과 대선이 한꺼번에 치러지는 2012년은 사실상 1년 내내 끽소리도 낼 수 없다. 개인의 일상과 삶에 직접적이고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양대 선거를 치르는데도, 정작 선택권을 가진 유권자는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거나 민주적인 토론을 할 수 없는 셈이다.

대표적인 게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가 벌인 무상급식 운동이다. 이 단체의 배옥병 상임운영위원장은 ‘여당의 선별급식 반대, 친환경 무상급식 찬성’이라는 펼침막을 붙이는 등 무상급식 운동을 벌였다가 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배 위원장에게 적용된 선거법 조항이 바로 제93조 1항이다. “무상급식 정책이 정당과 후보자 간 쟁점인 상황에서 (단체활동으로) 특정 정당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특정인의 낙선 또는 당선을 도모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원심의 판단과 달리 공직선거법에 의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는 인터넷 규제를 풀더라도,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다른 문제 조항은 제254조다. 1항은 투표일 당일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2011년 10월26일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인증샷’을 올렸다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은 바로 이 조항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하는 투표 독려를, 투표일 당일의 선거운동으로 해석한 것이다.

제254조 2항은 더 큰 문제다. “선거운동 기간 전에 선전시설물·용구 또는 각종 인쇄물, 방송·신문·뉴스통신·잡지, 그 밖의 간행물, 정견발표회·좌담회·토론회·향우회·동창회·반상회, 그 밖의 집회, 정보통신, 선거운동기구나 사조직의 설치, 호별방문, 그 밖의 방법”으로 하는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선거법이 정한 선거운동 기간은 총선 땐 13일, 대선 땐 22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 말고는 정치적 의사표현은 ‘사전선거운동죄’로 걸려들기 맞춤하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의 ‘죄’엔 이 조항도 함께 적용됐다. 트위터 계정 ‘2MB18nomA’의 접속을 차단당한 회사원 송진용씨도 총선 11개월 전인 2011년 5월 자신의 트위터에 한나라당 의원 19명을 낙선운동 리스트로 올렸다가 이 조항 때문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선거법이 정한 선거운동 기간은 총선 땐 13일, 대선 땐 22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 말고는 정치적 의사표현은 ‘사전선거운동죄’로 걸려들기 맞춤하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의 ‘죄’엔 이 조항도 함께 적용됐다. 트위터 계정 ‘2MB18nomA’의 접속을 차단당한 회사원 송진용씨도 이 조항 때문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투표인증샷 과태료 내주면 매수죄?

더구나 이 조항이 금지하는 선거운동 방법엔 버젓이 ‘정보통신’이 포함돼 있다. 한정위헌 결정을 받은 제93조 1항과 충돌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직 인터넷상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는 ‘반쪽짜리’일 뿐이다. ‘FTA 낙선송’ 사건을 검찰이 어떻게 처리할지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이런 이유다. ‘FTA 낙선송’은 “그러나 미국에 나라를 파는 자유무역협정을, 국민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외통위의 의원들 (중략) 이대로는 안 돼요, 국민투표 부쳐요, 찬성하는 의원들 낙선시켜요”라는 가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날치기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름과 지역구를 호명하며 낙선을 주장하는 노래다. 선관위는 2011년 11월 이 노래를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 4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혐의는 선거법 제93조 1항 위반이다. 헌재 결정으로 보면, 이들을 ‘처벌’하는 데 이 조항은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제254조 2항이 ‘정보통신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어서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기소할 수도 있다.

‘불편한’ 선거법 조항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투표인증샷 때문에 과태료가 나오면 대신 내주겠다’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정 최고위원은 선거법 제93조 1항뿐만 아니라 제230조 ‘매수 및 이해유도죄’ 혐의를 받고 있다.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려 했다는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 땐 임옥상 화백이 제230조 위반으로 걸렸다. 트위터에 ‘투표인증샷’을 올린 20대에게 자신의 판화를 선물하겠다며 투표 독려운동을 한 것이 유권자 매수라는 선관위의 해석 때문이었다.

‘후보자 비방죄’를 규정한 제251조도 ‘엿장수 마음대로’다.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를 처벌한다는 조항이다. 그런데 ‘비방’이 무엇인지, 비판이나 비난과는 어떻게 다른지 분명하지 않다. 심지어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도 비판해선 안 된다. 누가 후보가 되고 싶어 하는지 판단하는 특별한 능력을 선관위나 검찰이 갖고 있는 것일까?

“제93조 1항 폐지해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인 조성대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여전히 현행 선거법으로는 선거일 180일 이전부터 선거운동 당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후보자나 정당의 이름·정책을 거론하면서 지지·반대를 할 수 없다. 이는 유권자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제93조 1항을 폐지하고, 문제가 있는 다른 조항들도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국민이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의견을 자유로이 발표·교환함으로써 비로소 그 기능을 다하게 된다.” 인터넷 선거운동 금지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헌재 결정문의 한 대목이다. 여론을 반영하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책과 법률을 만드는 국회가 한자 한자 곱씹어봐야 하는 문장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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