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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편파왜곡 방송 납셨네

공정성·다양성 주장한 종편 첫 방송 관람기… 고르지 않은 송출 화면 등 잇따른 방송사고와 적나라한 정치 편향성 드러내
등록 2011-12-07 16:21 수정 2020-05-03 04:26

12월1일 첫 방송을 시작한 4대 종합편성채널(종편)을 둘러싼 화제는 단연 크고 작은 방송사고였다. 누리꾼들은 종편사들이 선사한 뜻밖의 ‘웃음 포인트’를 퍼나르며 조롱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을 필두로 등이 고르지 않은 송출 화면, 자막 실수, 급작스러운 편성 변경 등 각종 문제점을 노출했다.

TV조선은 종합편성채널 개국 첫날인 12월1일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의 대담 도중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TV조선 화면 갈무리

TV조선은 종합편성채널 개국 첫날인 12월1일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의 대담 도중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TV조선 화면 갈무리


‘날것 그대로’의 편향성
방송사고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첫날부터 종편사들이 드러낸 ‘날것 그대로’의 편향성이다. 이들은 방송 첫날 모두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의 대담을 내보냈다. 대담에서 사회자는 “박 전 대표를 보면 빛이 나는 것 같다”는 말로 시청자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했다. 대선주자 지지도 1위로 올라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언급하며 “언제쯤 지지율이 역전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퀴즈’에서 “나라 걱정에 눈물을 흘린 것이 1년에 100일 이상인가, 아닌가”라는 문항이 등장하는가 하면,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이 지나갔다. 은 대담 말미에 “미소가 아름다운 당신, 당신의 미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게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는 김성주 아나운서를 내세우는 ‘감성 마케팅’을 선택했다. 4여 년 만에 공식 인터뷰에 응한 유력 대권주자 박근혜 의원에게 ‘아버지, 어머니의 의미’를 (또다시) 묻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의문이다. 이 밖에 의 메인 뉴스에서는 기존의 보수신문 프레임을 그대로 답습한 ‘복지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친다’는 꼭지가 특집으로 다뤄졌다. 과열경쟁 조짐마저 보인다. 는 방송인 강호동씨가 23년 전 일본 야쿠자 조직 행사에 참석하는 영상을 ‘단독 보도’라며 메인 뉴스에 내보냈다. 의 경우 ‘국민요정’ 김연아 선수가 저녁 뉴스 1일 앵커로 출연한 것처럼 홍보했다가 김연아씨 쪽이 ‘해명자료’를 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1등 방송’으로 부상하려는 미디어의 욕망이 선정적 보도로 이어진 사례들이다.

정부, SNS 규제 나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4개 종편 방송에 동시에 출연해 비슷한 얘기를 열거하고, 새롭지도 않고 맥락도 불분명한 보도를 ‘특종’이라며 서로 경쟁하고 무리한 홍보에 열 올리는 행태는 이들이 내세우는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이라는 명분과 배치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박중석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방송 첫날부터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자신들의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박근혜 전 대표와의 대담이나 뉴스에서도 자신들의 지향성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종편이 첫 방송을 시작한 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대안 미디어’로 주목받고 있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심의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계정 자체도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연일까? 여론 주도권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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