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조는 11월30일 선거를 치른다. 이번 선거에서 KT노조 위원장과 함께 12개 지역본부의 위원장을 선출한다. 축제가 돼야 할 노조 선거에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주된 원인은 선거 규정 개정 때문이다. KT노조는 지난 10월1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규정을 바꿨다. 주된 내용은 “선거관리위원회는 조합원 수 3%의 예비 투표용지를 확보”(선거 규정 제29조 4항)하고, “투·개표 참관인은 (중략) 지방본부 소속을 달리할 수 없다”(제30조 1항)이다.
여분의 투표용지 금한 기존 규정 바꿔
이에 대해 진보 성향의 KT민주동지회 소속 후보자들은 부정선거를 하려고 규정을 개악한 것이라고 반발한다. KT노조 위원장에 입후보한 장현일 후보는 “지난 선거에서도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하는 등 부정이 있었는데, ‘3%의 예비 투표용지’를 만든 것은 조직적 조작투표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표용지 바꿔치기’ 의혹은 2008년 노조 선거 과정에서 제기됐다. 당시 진보 성향의 조태욱 후보 쪽이 KT노조 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투표용지 1943장을 발견했다. 선거 규정은 여분의 투표용지를 금했다. ‘투표용지 수는 선거인 명부에 등재된 조합원 수와 동일해야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여분의 투표용지는 불법인 셈이다. 이런 사정과 맞물려 당시 선거 과정에서 ‘참관인이 없는 틈을 이용해 투표용지가 바꿔치기돼 결과가 뒤집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 후보 쪽은 전국 400여 개 투표소 가운데 상당수는 참관인을 보내지 못했다. 이런 의혹에도 조 후보는 42.8%를 득표했다. 김구현 당선자(48.8%)와 6% 차이였다.
참관인을 해당 지역본부 소속으로 제한한 것 또한 감시의 눈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장현일 후보는 “민주동지회 소속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도 엄청난 압박인데, 그 후보를 돕겠다고 나서는 참관인을 모집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라며 “지난 투표에서도 참관인 없이 개표가 이뤄진 곳이 상당한데 이번 개정이 현실화되면 사실상 선거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KT노조 중앙본부에 입후보한 장현일 후보를 비롯해 3명의 지방본부 후보자들은 지난 11월9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노동조합 선거관리규정 효력정지 및 공정선거방해금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KT노조 관계자는 “여벌의 투표용지의 경우 관행처럼 해왔던 것인데 그것에 대한 시비가 있어서 이번에 명문화를 한 것뿐”이라며 “참관인 문제도 전국적으로 하다 보니 일면식도 없는 참관인이 주민등록증과 얼굴을 확인하는 걸 불쾌해하는 조합원이 있어 제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선거의 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대법원까지 가서 패소한 내용인데 계속 주장하고 있다”며 “그저 그쪽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추천 싹쓸이로 진보 후보 못 나오기도
한편 기존 노조의 지역위원장 후보자가 해당 지역 조합원의 추천을 싹쓸이해 다른 후보자가 입후보하지 못한 사례도 발생했다. 민주동지회 소속 후보가 입후보하지 못한 대구·강원·제주·충북 본부가 이런 경우다. 지역위원장 후보는 해당 지역 조합원 5~10%의 추천만 받으면 되지만, 추천을 싹쓸이해 중복 추천을 막는 규정에 따라 진보 성향의 후보자가 입후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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