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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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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념하면 상황 정리될지도…”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로 존재감 드러난 문재인 인터뷰…
“범야권 통합 가장 어려워 보이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
등록 2011-08-03 16:20 수정 2020-05-03 04:26
Moon Jae-in

Moon Jae-in

은 올 들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세 번째 만났다. 시사주간지 특성상 흔치 않은 경우다. 지난 4월 김해 보궐 선거를 둘러싸고 ‘노무현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증폭됐을 때, 그리고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때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오롯이 문재인이었다. 문 이사장은 범야권 통합운동에 전념할 계획이라며 “전국적으로 통합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내년 총선의 승부를 좌우할 부산과 경남에서 의미 있는 약진을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7월29일 서울 서교동 노무현재단에서 진행됐다.

- 출간, 북콘서트,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 참여 등 일련의 움직임을,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이 아니라 대선주자 문재인의 행보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시점에 책이 나오고 원탁회의에 참여하니 정치적 행보로 볼 수도 있겠다. 과도한 해석이다. 공교롭게도 시기가 겹쳤을 뿐이다.

-시민사회 원로들과 중견 활동가들이 원탁에 둘러앉기까지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들었다.

=내가 주관하거나 주도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부각되다 보니 그분들께 누가 되는 것 같아 민망하다. 시민사회의 원로와 시민정치운동 대표, 중견 활동가들의 모임에 나도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2013년 이후 국가 비전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2012년 (총선·대선) 승리 방안을 논의하고 모색하는 회의다. 정권 교체를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에게 미리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원탁회의에서 통합의 대의에는 공감하되 경로와 방법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다. 의견 차이를 넘어 단일한 경로와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보나.

=범야권 통합이 가장 어려워 보이지만, 난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통합에 회의적이거나 심지어 통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도 있었다. 논의 결과를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수가 소수를 밀어붙여서 될 일도 아니다. 원탁회의가 통합운동의 구심체가 되길 기대하는데, 안 될 경우엔 통합운동을 벌이는 시민정치 운동단체들과 함께 통합을 호소하는 대국민 캠페인을 하고 각 정당의 지도부를 만나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진보정당들의 통합은 범야권 통합에 도움이 되나.

=진보정당들만의 소통합보다는 대통합이 바람직하고 이왕이면 국민참여당까지 포함된다면 더 대중적인 진보정당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구도가 단순해지면 통합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진보 통합 과정에서 국민참여당의 참여 문제가 걸림돌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참여정부의 오류와 한계에 대한 성찰 문제다. 범야권 통합이 난망하지만 혹시 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참여정부 인사들에게 강도 높은 성찰을 요구하지 않겠나.

=국민참여당의 경우, 더 대중적인 진보정당을 제안하면서 진보정당을 하겠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 정체성에 맞게 과거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할 수 있다. 대통합은 다르다. 민주당이 진보정당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기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연합정당을 만들자는 것인 만큼, 누가 누구에게 사과와 성찰을 요구할 일은 아니다. 연합정당은 가치와 정책의 연대이다.

- 후반부에서 범야권, 시민사회 진영, 노동운동 진영, 진보개혁 진영 전체가 함께하는 ‘참여정부 5년에 대한 복기’를 강조했다. 행간에서 진보진영에 대한 서운함도 읽히던데.

=진보개혁 진영이 힘을 합쳐 만든 것이 참여정부였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진보개혁 정부를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민심도 잃었다. 당연히 집권에 참여했던 세력이 성찰해야 한다. 그런데 겪어보니 개혁이라는 것이 정치를 담당했던 세력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더라. 진보개혁의 역량이 다 모이더라도 제대로 하기 힘들었는데 진보개혁 세력이 분열하고 실패했다. 함께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집권을 위해서도, 또 집권을 해서 성공하려면 그런 작업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에 성찰을 일방적으로 요구할 사안은 아니다.

-통합과 연립정부를 주장하는데 참여정부 시절에도 검토만 하다가 접은 것 아닌가. 진보정당과 엇나간 데는 누구 책임이 더 크다고 보나.

=정치 연합의 경험이 없었던 탓이다. DJ-JP 연합,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정도의 경험이지 연립정부를 구성해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런 시도는 공작, 야합으로 비판받는 분위기였다. 지금은 달라졌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지난 (4·27) 재·보궐 선거를 통해 야권 정당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성과를 쌓았다. 국정 운영 차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종의 정치 연합 경험이 축적되는 중이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함께하지 못할 만큼 엄청난 차이가 있는 정당이라면 어떻게 단일화가 가능했겠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한나라당과 야당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나, 그에 비해 야당들의 차이는 결정적 차이가 아니다. 국정운영 연합도 가능하다. 이미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연정은 통상적인 모습이다.

-열린우리당이 단독으로 국회 과반을 확보하면서 진보정당과 협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서로 그런 측면이 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이 된 것이 한편으로 독이 된 측면이 있듯이 민주노동당도 크게 약진하면서 그런 측면이 있다. 또 민주정부가 10년간 이어지면서 내부에서 헤게모니 경쟁 분위기로 흘러갔다. 강고한 보수세력을 등 뒤에 두고 내부에서 서로 싸웠다.

-민주당이 야권 단일정당을 제안했지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모두 부정적이다.

=내년 총선에서 이겨야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 총선에서 지면 한나라당 대세론이 그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합운동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통합된 힘으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총선 전 통합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총선까지는 현재의 틀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더 크다.

=부산·경남은 전체 총선의 승부를 좌우하는 지역이다. 전국적으로 통합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내년 총선의 승부를 좌우할 부산과 경남에서 의미 있는 약진을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힘을 보태겠다. 영남의 지역주의가 무너져야 대선에서 역동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최대한 힘을 보탠다는 말은 직접 출마까지 염두에 둔 표현인가.

=(출마 문제는) 내 삶이 걸려 있는 중대한 문제다. 정당에 속해 있는 사람도 아니어서 출마니 선대본부장이니 하는 얘기는 너무 앞질러간 것이다.

-대선 출마 여부도 마찬가지인가.

=내가 대안으로 이야기되고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포함되는 이유는 이대로 가다가는 대선에서 이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 아닌가.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도 작용한 것 같고.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대안이 되고 기대를 받을 만한 역량이 있는지. 그런 만큼 너무 앞질러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이 시기에는 통합에 전념하려 한다. 총선 때는 총선에 전념하고. 그러다 보면 상황이 저절로 정리될지 모른다. 기대를 걸어봤더니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정리되든가. (웃음)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와 ‘결정된 바 없다’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어느 쪽인가.

=중간쯤 되겠다. 아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통합을 하자면서 직접 선수로 나설 맘을 먹는 건 옳지 않다. 통합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라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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