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딱지치기를 좋아했는데 1학년 때부터 싫어졌어요. 같이 할 애들도 없고 유치하게 느껴졌어요.”
“2학년 때부터 소꼽놀이가 재미없어졌어요. 유치해졌어요.”
“아이패드가 갖고 싶어요. 프로그램 실행하는 광고를 보니 엄청 좋아 보이더라고요.”
“한 화면에서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휴대전화 광고를 봤는데, 그게 갖고 싶어요.”
<font size="3"><font color="#006699">, 6학년이 보는 프로그램 </font></font>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간증’이 이어졌다. 유아 때 좋아하던 것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1~2학년쯤 되자 유치하게 느껴졌다는 내용이었다. 현재의 관심사는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 초등학생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갖고 싶어할까? 학년이 올라가면 어떻게 바뀔까? 은 초등학생의 구체적인 취향을 들여다보려고 같은 초등학교의 2학년(22명), 4학년(27명), 6학년(26명) 한 반씩을 골라 똑같은 문항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 문항은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 △좋아하는 인물이나 캐릭터 △갖고 싶은 물건 △갖고 있는 물건 중 가장 즐겨 쓰는 물건 등에 관한 질문이었고 복수응답이 허용됐다.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학년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2학년 학생들은 SBS <tv>(16표)과 한국방송 (11표)를 손에 꼽았다. 좋아하는 인물로는 아이유(13표)가 대세였다. 4학년 반에서는 SBS (15표)이 1위였다. 그 뒤를 한국방송 (5표)이 이었다. 6학년은 문화방송 (11표)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높았다. ‘런닝맨’(9표), ‘1박2일’(8표)도 만만치 않았다. 과 ‘런닝맨’의 인기에서 볼 수 있듯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는 유재석(10표)이 단연 돋보였다. <tv>에서 ‘런닝맨’, 으로 이어지는 연령별 선호 프로그램은 이들이 좋아하는 대상과 유머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잘 보여준다.
갖고 싶은 물건과 갖고 있는 물건 중 즐겨 쓰는 물건에 대한 질문에는 휴대전화와 게임기, 컴퓨터에 관한 답변이 연령을 불문하고 대다수를 차지했다. 2학년 아이들은 갖고 싶은 물건 1위로 휴대전화(5표)를 선택했다. 닌텐도 위(3표)와 곰인형(3표)은 그다음이었다. 즐겨 쓰는 물건에 대한 답변은 곰인형(6표), 닌텐도(4표), 휴대전화(3위), 닌텐도 위(2표) 등의 순이었다. 그래도 동심이 남아 있는 2학년에게 곰인형은 여전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타 답변으로는 딱지, 연필, 지우개, 마술도구 등 문구류가 눈에 띄었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카멜레온 소비자’들</font></font>
4학년에 올라가면 곰인형이나 문구류 등에 대한 관심이 대폭 줄어든다. 4학년 반에서 가장 갖고 싶은 물건은 노트북 등 컴퓨터와 닌텐도 위가 5표를 얻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2표)이 그다음이었다. 즐겨 사용하는 물건은 닌텐도(5표), 컴퓨터(4표), 휴대전화·인형(3표) 순이었다. 6학년이 되면 갖고 싶은 물건이나 디지털 기기가 구체화된다. 노트북(4표), 아이폰·아이패드(3표), 기타(2표), 아이팟·폴라로이드 카메라(1표) 등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즐겨 사용하는 물건에 관한 질문에도 컴퓨터(6표), 휴대전화(3표)를 비롯해 레고(3표), 아이패드(2표), 아이폰·갤럭시S·아이팟(1표) 등 특정 브랜드나 상품을 콕 집어 거론한다.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마다 대형마트가 실시하는 설문조사 ‘받고 싶은 선물’에서 항상 상위권을 지키는 닌텐도는 여전히 초등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과 4학년 아이들은 닌텐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들의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닌텐도 위 등 같은 브랜드의 상품으로 옮아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에 6학년 아이들은 닌텐도에 대한 관심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대신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노트북 등 성인들의 관심사와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기타나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 취향이나 취미, 목적이 분명한 물건에 대한 관심도 6학년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다.
설문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초등학생은 1학년에서 6학년까지 학년이 올라갈수록 취향이 급격하게 변한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들을 ‘카멜레온 소비자’라고 분석한다. 어린이의 속성과 어른의 속성이 공존하고, 부모에 대한 의존도와 독립적인 모습이 함께 있어서 하나로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나이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기호를 예측하기 어려운 대상이기도 하다. 싫증을 자주 느껴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특징이다.
학년을 통틀어 초등학생의 기호나 선호에서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친밀감이다. 트렌드 정보제공업체인 에이다임이 지난해 8월 내놓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보고서는 초등학생에 해당하는 8~12살을 ‘디지잇셀프’(Digi-itself) 소비층으로 정의했다. 아이 때부터 인터넷으로 수많은 정보를 접해 디지털 세상에 발빠른 적응력을 가졌고 자기들만의 디지털 언어와 사고를 갖고 있어, 어른 이상의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사회적 이슈에까지 관심을 넓힌다는 설명이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초등학생의 취향은 돈</font></font>
통계청 자료를 보면, 유소년(0~14살) 인구 비율은 2005년 19.1%에서 지난해 16.2%로 2.8%포인트 감소했다. 어린이 인구는 매년 줄어도 국내 어린이 산업은 매년 20%씩 성장세를 보인다. 어린이 산업은 어린이가 직접 소비하는 시장과 가정에서 소비할 때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치는 간접 영향력 시장으로 나뉘는데, 직간접 시장 모두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부모를 통한 간접 시장은 한 가구 한 자녀가 보편화되고 자녀에 대한 지출이 늘며 꾸준히 커지고 있다. 직접 소비 시장 역시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09년 조사한 인터넷 이용 실태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을 통한 월평균 구매액은 대학생 3만4천원, 고등학생 2만4천원, 중학생 2만5천원, 초등학생 2만원이었다. 초등학생의 온라인 구매력은 중·고등학생 못지않다.
초등학생의 취향은 돈이다. 취향은 2학년을 지나면 100원짜리 딱지나 1만원짜리 곰인형에서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디지털 기기로 옮아간다. 어른을 닮아가는 취향을 감당하는 건, 부모의 몫이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참고 문헌: (LG경제연구원·2005)
</tv></tv>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김건희, 명리학자에 ‘저 감옥 가요?’…첫 만남에 자택서 사주풀이”
이재명 ‘선거법 판결’, 내년 중 확정될 수도…대법 ‘기한 준수’ 강조
이재명 산 넘어 산…‘의원직 상실형’ 이어 재판 3개 더 남았다
낙선한 이재명 ‘민의 왜곡’ 유죄…“그 논리면 당선한 윤석열도 처벌”
‘입틀막’ 경호처, 윤 골프 취재하던 기자 폰 강제로 뺏어…경찰 입건도
11월 18일 한겨레 그림판
화염 속 52명 구한 베테랑 소방관…참사 막은 한마디 “창문 다 깨”
[단독] 용산-김영선 엇갈리는 주장…김 “윤·이준석에 명태균 내가 소개”
곰인형 옷 입고 ‘2억 보험금’ 자작극…수상한 곰 연기, 최후는
한국 부유해도 한국 노인은 가난…78%가 생계비 때문에 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