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아이들 하비, 아미둘라, 헌, 알리, 핫산, 자웨드, 나지불라, 자먼, 파즐….
2007년 그곳에서 나올 때는 이렇게 오랫동안 못 볼지 생각도 못했어. 너희가 커가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래도록 같이 있을 거라던 약속을 했었지. 지키지 못한 약속에 너무 미안하고 그립다.
2003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처음 들어갔을 때 생전 보지 못한 황토색뿐인 세상이, 전쟁으로 황폐해진 그곳이 삭막하고 두렵게만 느껴졌어. 그 안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단다. 10시간 정도 비포장으로 달려 난민촌에 도착한 그날, 외국인이 왔다는 소문에 마을 사람 모두가 모여 있었지. 난 어찌할 바를 몰라 억지로 미소만을 짓고 있었어. 얼굴, 옷차림, 언어 어떤 것도 익숙한 게 없는데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게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왔단다. 그런데 눈이 마주친 순간 수줍게 웃는 너희들을 보자 마음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거야. 이상하기도 하지…. 아마 너희와 난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아니었을까.
난 정말 하나하나 기억이 나. 처음 수업을 함께했을 때 말이야. 머리에 수건을 쓰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던 나는 연방 흘러내린 스카프를 다시 쓰며 소개를 했고, 그런 나에게 너희는 “앗살람 말레이쿰!”(당신에게 평화를!) 하며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인사했지. 폭력에 길들어 있던 너희에게 어떻게 평화를 교육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잠을 설치던 순간도. 서로 기싸움을 하던 순간, 우물에서 물을 긷는 게 너무 힘들어 숨을 헐떡이고 있으면 어느새 다가와 도와주던 너희들, 아침에 일어나 동산 위에 앉아 있으면 한 명씩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나타나 내 옆에서 함께 해를 보던 일…. 말 없이도 교감할 수 있는 그 시간이 너무나 평화롭고 좋았단다. 한 주에 한 번 장을 보러 가는 날 아침이면 하루에 한 대, 오는 시간도 알 수 없었던 그 버스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있는 우리를 대신해 버스가 오나 망을 봐주던 너희는 나에게 친구이며 가족이며 보호자였단다.
2007년 그날, 한국인 납치 사건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체가 웅성거렸지. 그때 난 카불에 있었어. 한국인들이 무사히 풀려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나 사망자가 나왔고 아픈 소식이 들려왔어. 절망적 생각만이 가득했단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풀려났어. 하지만 이 사건으로 모든 것이 끝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단다. 마을로 돌아가려는 순간, 외국인들이 카불 밖으로 나가는 게 금지됐어. 그 어디도 갈 수 없게 된 거야. 너희에게도 말이야.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전화도 인터넷도 없는 그곳에는 연락할 방법이 없었고, 온갖 방법을 써도 갈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단다. 안타까웠지만 다시 너희를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품고 한국에 돌아왔어.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갈 수 없게 될 줄은 몰랐단다. 그때 어떻게 해서든 너희를 보고 오는 건데, 작별 인사를 못했다는 생각에, 가장 힘들고 아픈 시기에 너희와 함께 있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떠나서는 안 됐는데라는 생각에 꿈에서도 너희가 보이곤 했단다.
잘 지내고 있지? 뉴스에서 나쁜 일들을 들을 때마다 걱정스러워서 너희가 무사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단다. 어린 시절 잠깐 함께 있었던 나를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잘 이겨내고 긍정적이고 멋진 청년들이 되기를 바란다. 너희에게 갈 수 있는 그날이 오면 꼭 찾아가마. 그게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를 바라며…. 투바라 미비눔 아울러더에마!(또 보자 나의 아이들아!)
한국에서 나지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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