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잔치는 끝났다. G20 서울 정상회의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일단 계산서를 남겼다. G20 정상회의의 성과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11월11일부터 12일까지 1박2일간 치러진 ‘단군 이래 최대의 이벤트’가 남긴 사회적 비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G20, 잔치는 끝났다
당장 행사 기간에 정상적으로 장사를 하지 못한 행사장 주변 상가의 매출 손실을 생각할 수 있다. 경찰 등 행사에 투입한 공무원의 임금 및 장비 사용료 등도 따져봐야 한다. 각종 행사 진행에 쓰인 정부 예산은 별도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교통 통제로 빚어진 시민의 불편도 교통혼잡 비용 등으로 환산할 수 있다.
G20의 사회적 비용을 따질 때 가장 기초가 되는 자료는 정부가 제출하는 G20 관련 예산 내역이다. 하지만 정부는 11월12일까지 G20 예산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3급 비밀’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통령령 21214호 보안업무규정을 보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은 이를 3급 비밀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 G20 예산을 구체적으로 공개했을 때 경호 등 안전 대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G20 예산을 구경하지 못한 것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는 3급 비밀이라고 하지만 국회 각 의원실에는 2급 비밀까지 취급이 가능한 인가증이 있으므로 우리가 요구하면 G20 예산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G20 준비위원회에서는 ‘현재 예산을 사용하고 있어서 내역을 제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열람조차 못하게 하고 있다.”
정부의 비공개 방침과 달리 서울시는 지난 4월 G20 지원사업 종합추진계획을 밝히며 모두 671억원의 예산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외국인 관광택시 지원 및 테러대책 등 ‘정부 G20 개최 지원’에 104억원 △가로등 정비 등 ‘서울 도시 품격 제고’에 436억원 △문화 공연 및 서울 그린마케팅에 117억원 등이었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실제로 확보한 예산은 630억원이었다. 직접 주최하는 행사가 아닌데도 서울시가 지원 예산으로 630억원을 썼다면, 정부가 쓴 예산 규모는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올해 초 는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경호비와 행사비 등을 감안할 때 1200억~1300억원 수준을 (G20 관련 예산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G20에 얼마의 국민 세금을 썼는지 성실하게 신고한다고 해도 이는 앞서 말한 사회적 비용과는 별개다. 특히 행사 기간에 ‘자발적’(?)으로 영업을 쉬어야 했던 행사장 주변 상가와 노점상의 영업 피해액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코엑스몰 입점 업체 90% 문 닫아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이다. 코엑스몰은 서울 강남의 중심지인 삼성역과 이어진 교통 요지인데다 주변에 특급호텔과 백화점, 대기업, 고층빌딩이 밀집한 전국 최대의 상권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엑스몰은 서울 명동 상가와 함께 전국에서 점포 임대료가 가장 비싼 상권으로 꼽힌다”며 “건물 내·외부 곳곳에 설치된 옥내·외 광고의 단가만 보더라도 코엑스몰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지하 복합쇼핑몰인 코엑스몰의 면적은 코엑스가 직접 관리하는 11만5600㎡와 공항터미널몰 및 인터컨티넨탈호텔몰 등을 합쳐 29만2700㎡에 이른다. 코엑스몰에 입점한 점포는 지난 5월 현재 461개이고, 무역센터 전체를 합치면 1150여 개까지 늘어난다.
코엑스몰에 입점한 461개 점포의 경우 이틀간 치러지는 정상회의 기간에 장사를 제대로 한 곳이 거의 없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코엑스몰 상우회 관계자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11월12일에는 상가의 90%가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이지만, 출입이 허용되는 11일에는 많으면 40% 정도까지 평소처럼 영업을 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은 행사 시작과 함께 달라졌다. 유동인구 수와 그들이 점포에 들어오는 입점률이 매출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파리 날린다’는 사실을 알고 문을 열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11일 오전 코엑스몰 영업 상황을 직접 점검한 코엑스 관계자는 “(40% 정도 문을 열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전체를 다 살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이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G20 정상회의가 열린 12일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정부가 G20에 얼마의 국민 세금을 썼는지 성실하게 신고한다고 해도 이는 사회적 비용과는 별개다. 특히 행사 기간에 ‘자발적’(?)으로 영업을 쉬어야 했던 행사장 주변 상가와 노점상의 영업 피해액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코엑스몰에 입점해 있는 대형 서점 반디앤루니스 관계자는 11월10일 “평일 하루 평균 매출액을 8500만원 정도로 잡고 있는데, 방문객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해 이번 G20 행사 기간에는 이틀 모두 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틀간의 매출 손실액을 단순 합산하면 1억7천만원이다. 코엑스몰의 한 여성 의류 브랜드 업체 매니저는 “우리뿐만 아니라 브랜드 의류를 취급하는 점포라면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하루 평균 400만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도 이틀간 영업하지 못해 발생하는 매출 손실액을 750만~800만원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코엑스몰의 최대 입점 업체라 할 수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피해 규모가 껑충 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더불어 매출액 기준 국내 ‘빅3 백화점’ 가운데 하나다. 2009년 매출액은 7150억원으로, 전체 백화점 업계 3위였다. 평일 하루 평균 매출액은 15억원으로, 이틀간 문을 닫았으므로 여기서 발생하는 매출 피해액만 30억원 수준이다.
코엑스 쪽에서는 코엑스몰 전체의 연매출이나 하루 평균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지만 대형 복합쇼핑몰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을 포함할 경우 코엑스몰 461개 점포의 연매출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국내 톱3 복합쇼핑몰로 우리와 서울 영등포에 있는 경방 타임스퀘어, 그리고 코엑스몰을 꼽는다”며 “이 가운데 매출액 1위는 단연 코엑스몰로, 연매출이 1조1천억원인 타임스퀘어나 1조3천억원인 우리보다 훨씬 많은 2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비용, 이틀간 120억7천만원단순한 계산법이긴 하지만 연매출 2조원을 이틀치로 환산하고 이 가운데 다시 80%가량이 영업했다고 가정할 경우, G20으로 인해 코엑스몰에서 발생하는 전체 매출 손실액은 어림잡아 80억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는 코엑스몰 인근 업체나 점포, 일제 단속 대상이던 약 50개 노점상의 매출 손실은 포함하지 않았다. 예컨대 무역센터 단지에 입주한 기업체나 외곽 상가 관계자는 출입증을 소지한 채 검문검색을 받아야 통제구역 안쪽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런 불편 때문에 상당수 업체 종사자가 1박2일간 뜻하지 않은 휴가를 얻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용산가족공원 등 공공시설 가운데 상당수도 휴관을 하거나 출입을 제한했다. 역시 ‘피해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G20 행사를 위해 정부가 동원한 경찰 등 경호·경비 인력 규모도 사상 최대였다. 10월19일 경찰청은 ‘G20 치안대책’을 발표하며 경찰관 3만여 명과 전·의경 2만여 명 등 모두 5만 명의 경찰 인력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11월6일부터 8일까지 순차적으로 서울에 집결했다.
막대한 규모의 경찰 비용을 포함해 2박3일간의 행사에 캐나다 정부가 쓴 예산은 모두 8억9700만달러(1조1천억여원)에 이르렀다. 캐나다 정부는 이같은 예산 씀씀이로 행사가 끝난 뒤 야당과 언론, 시민사회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G20 관련 예산 가운데 경찰청 예산이 유일하게 공개됐는데, 사상 최대 규모의 경찰력을 동원하며 해당 예산으로 120억7천여만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각종 장비 유지비와 시설 임대료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여기에는 서울에 파견된 지방 경찰의 여비 항목으로 약 18억원이 포함돼 있지만, 경찰관과 전·의경의 순수 인건비는 반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는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정부가 활용한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 계산법과 조금 다르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낸 같은 이름의 보고서는 2008년 5월부터 8월15일까지 열린 촛불집회의 사회적 비용이 3조7천억원이 넘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경찰 비용’ 항목이었다. 보고서는 시위 진압에 동원된 경찰과 전·의경의 시간당 임금을 각각 1만7620원, 1만273원으로 계산해 이들의 인건비 등 815억원을 피해액에 추가했다. 당시 시민사회에서는 시위 관리에 투입된 경찰의 인건비를 ‘사회적 비용’으로 따지는 행위는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지만, 보고서는 ‘경찰 비용’은 “시위의 관리 활동으로 인해 시위 이외의 치안 및 법질서 확립 등 다른 경찰 활동을 못하거나 경찰들의 과로 및 피로로 인해 경찰 업무에 차질을 빚는 등의 기회비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이번 G20 행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5만여 명의 경찰 인력에 대한 인건비도 사회적 비용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경찰 동원 비용을 모두 G20 예산으로 간주했다.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와 연이어 열려 당시 행사는 우리보다 하루 더 긴 2박3일간 치러졌지만, 투입된 경찰 및 군인은 우리보다 적은 2만 명이었다. 동원 비용은 중앙경찰 4억3800만달러, 지방경찰 2억8500만달러, 군인 7200만달러에 달했다. 막대한 규모의 경찰 비용을 포함해 2박3일간의 행사에 캐나다 정부가 쓴 예산은 모두 8억9700만달러(1조1천억여원)에 이르렀다. G20과 G8 예산의 대부분이 우리 정부 식으로 말하면 ‘경찰 비용’이었던 셈이다. 캐나다 정부는 이같은 예산 씀씀이로 행사가 끝난 뒤 야당과 언론, 시민사회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촛불시위 때처럼 교통 불편 비용도 따지면…촛불집회 이후 정부가 활용한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 보고서를 다시 한번 인용하면, G20이 유발한 막대한 ‘교통 불편익 비용’도 사회적 비용에 추가해야 한다. 정부는 정상회의 당일인 11월12일 0시부터 밤 10시까지 지하철 2호선이 삼성역에 정차하지 않도록 했다. 행사장인 코엑스 주변 버스 정류장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아울러 봉은사로와 아셈로도 1개 차로만 빼고 전면 통제하는 등 행사장 주변 주민의 교통 통제로 인한 불편은 여간 크지 않았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G20 서울 정상회의가 애초 의도한 것처럼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의 확산을 가져온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항해 실효성 있는 ‘서울 컨센서스’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 한바탕 ‘쇼’로 끝났다는 성적표를 받을 경우 G20의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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