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긴 말 필요 없었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였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정부 뜻대로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킨다면 1980년대 수신료 거부운동과 같은 범국민운동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한국방송은 ‘땡전뉴스’로 불릴 만큼 노골적이었다. 지금의 한국방송은 80년대만큼 노골적이지 않지만, 정권에 불리한 뉴스를 축소·외면하거나 정부를 적극 홍보하는 방식으로 정권을 돕는다.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지만 더 교묘하다. 이명박 정부 이전 10년 동안 한국방송은 우리 사회에 많은 의제를 던지고 선점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결과였다. 그런데 지난 6·2 지방선거를 봐라. ‘4대강’과 ‘무상급식’이라는 국민적 관심사가 선거 쟁점이 됐지만, 한국방송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공영방송으로서 의제 설정 기능을 잃어버린 것이다.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는 필요하다. 공영방송의 재정 안정을 위해서다. 그런데 재정 안정은 ‘공영방송의 독립’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공영방송의 재원을 안정화한다는 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재원을 안정화해서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독립성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따라서 수신료 인상에는 전제가 있다. 한국방송이 공영방송다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최근 한국방송에서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이런 상태에서의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것이다. 정권에 장악돼 나팔수 역할을 하는 한국방송을 정상적인 공영방송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무너진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게 우선이다.
입장이 왜 바뀌었느냐’는 질문은 현재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쪽에 먼저 물어봐야 한다. 과거 수신료 인상에 끝까지 반대했던 것이 한나라당이다. 수신료를 높이는 대신 그만큼의 광고 수익을 종합편성채널에 돌리겠다는 의도가 과연 온당한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수신료는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공영방송의 역할을 잘하라고 주는 돈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인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종편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못하는데 수신료를 인상하라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방송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해 (조·중·동에) 나눠주려는 의도가 현재 수신료 인상 추진에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수신료 인상에 우리는 반대하는 것이다.
10월 한국방송 이사회나 방통위에서 야당 쪽 구성원들이 역할을 해줄길 기대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는 의원은 소수다. 최근 민언련이 수신료 인상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국회에 보냈는데, 응답한 의원 110여명 가운데 “찬성한다”고 대놓고 밝힌 의원이 10명이 채 안됐다. 나머지는 모두 반대다. 국회의원들조차 수신료 인상에 손을 들면 국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수신료 납부 거부는 네티즌들이 이미 시작했다. 수신료 인상이 문제가 아니라, 현재 내고 있는 돈도 아깝다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 시민단체들은 수신료 거부 운동을 공식 선언한 단계가 아니다. 수신료 인상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6월, 야당과 500여 사회단체가 모여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저지 범국민행동’을 만들었다. 이후 시민들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토요일마다 거리에 나가는데, 자발적으로 서명하는 시민들이 대단히 많다. 서울만 해도 지난 두 달 동안 거리에서 1만2천명 정도가 서명에 참여했다. 만일 이 문제를 국회에서 강행처리한다면, 시민들의 뜻을 모아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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