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2일 새벽, 4대강 사업이 한창인 경기도 여주 한강 제3공구 이포보 공사 현장에 3개의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같은 시각, 경남 창녕군 길곡면 4대강 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공사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림자들은 두 공사 현장에서 가장 높은 곳을 향했다.
마침내 환경운동가들이 ‘4대강 사수 육탄전’에 나섰다.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20m 높이의 이포보에 올랐다. 이환문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30m 높이인 함안보 공사 현장 타워크레인에 올랐다. “4대강을 그대로 두라”는 펼침막을 내걸고 농성을 시작했다. 30도를 육박하는 기온에 습도까지 높았던 하루, 그늘 한 점 없는 곳에서 고공농성 12시간을 넘긴 염형철 사무처장은 오후 5시께 과의 전화 통화에서 “소통이 되지 않아 행동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공농성에 나선 까닭은 무엇인가.
국민의 뜻과 관계없이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홍수기에 무리하게 공사를 하다가 지난 7월17일엔 함안보와 합천보 건설 현장이 물바다가 됐다. 공사가 진행될수록 되돌리기가 힘들어지는데,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행동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특별히 이포보 위에 오른 이유가 있나.이포보 공사 현장은 서울 시민의 식수원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가장 많은 인구가 이용하는 식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는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이포보의 용도라고 밝힌 물 확보, 소수력발전 등은 구실에 불과하다. 이포보 인근은 생활용수나 농업용수에 부족함이 없는데다 소수력발전으로 얻는 전력도 미미하다. 결국 아무런 용도도 없는 이포보를 짓겠다는 것은 4대강 사업이 얼마나 허황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이 위에는 그늘이 전혀 없다. 찌는 무더위에 힘은 들지만 모두 잘 견디고 있다. 함안보 쪽은 타워크레인 위인 만큼 공간이 좁아 더 힘들 텐데 잘 견디고 있단다. 공사 현장 직원들이 아래쪽에 그물망을 설치한 것 외에 아직까진 특별한 진압 움직임이 없다. 우리는 불필요한 충돌이나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
이포보 위에서 강을 내려다보니 어떤가.애처롭다. 이포보 부근 남한강변은 양쪽으로 모래밭이 발달했던 곳이다. 그걸 공사로 다 들어내고 콘크리트 축대를 쌓아놨다. 그래도 아직까지 자갈밭으로 남아 있는 강여울에는 백로와 가마우지가 날아들고 있다. 그곳도 공사가 진행되면 머지않아 새들이 찾기 힘들게 될 것이다.
그동안 4대강 사업을 지켜보면서 심정이 어땠나.정부는 계속 말로는 안 한다고 하면서 사업을 강행해왔다. 환경운동가이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좌절감과 허탈감, 모멸감을 느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난 국민의 뜻을 더 이상 정부가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요구 사항은 무엇인가.요구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수세적으로 부탁하는 상황이다. 제발 좀 4대강 사업에 대해 진지한 논의와 합리적인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 보를 무슨 용도로 왜 쌓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사 강행은 안 된다.
언제까지 고공농성을 이어갈 텐가.오래 있을 각오로 올라왔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이 자리를 지킬 테니 환경운동을 대표하는 이들과 정치인들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안 마련의 물꼬를 터주기 바란다. 시민 여러분에게도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과 행동을 부탁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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