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끝난 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이룬 가장 큰 성취를 물었다. 설문에 응한 외국 학자 7명 모두 이구동성으로 ‘민주화’를 꼽았다. 또 5명은 앞으로 한국에 닥칠 가장 큰 도전으로 남북통일 혹은 양극화를 들었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 사회가 이룬 가장 큰 성취는?(복수 응답)
① 한반도 평화 정착(1) ② 민주화(7) ③ 경제성장(3) ④ 세계화 ⑤ 정보화 ⑥ 기타
① 한반도 평화 정착 + ② 민주화
서승: 해방 직후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정치적 과제는 탈식민지, 분단 극복, 그다음에는 탈냉전이었다. 거기서 필연적으로 민주화·평화·통일의 정치적 과제가 주어진다. 곡절이 있었고 많은 희생을 치러왔지만, 이들 과제와 과거 청산에서 한국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왔다.
② 민주화
브루스 커밍스: 한국은 군부의 혹독한 탄압에도 수십 년에 걸친 민주화 투쟁으로 승리를 쟁취하고, 군부정권 통치자들을 법정에 세우고, 군부를 다시 병영으로 돌려보낸 뒤 미래를 보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진실로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박노자: 성장보다 민주화가 사실상 더 어렵고, 성장을 달성해도 민주화를 달성하지 못한 사회가 많다. 싱가포르 등이 그 예다.
존 덩컨: 외부의 뚜렷한 지원이 없었음에도 한국인은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화를 일구었다.
② 민주화 + ③ 경제성장
기미야 다다시: 이것으로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이 남한과의 통일을 피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김경일: 한국이 정치적 혼란기에 또한 독재정권하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그 자체가 세계적으로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에드 베이커: 정보화도 민주화·경제성장과 연결된다. 세계화는 이제 시작됐다. 평화는 다른 모든 성취의 전제조건이다.
앞으로 60년 동안 한국 사회에 놓인 가장 큰 도전은?① 저출산·고령화 ② 통일비용과 갈등(3) ③ 양극화(2) ④ 성장 둔화(1) ⑤ 남한 내부 이념 갈등 ⑥ 기타(1)
② 통일비용과 갈등
기미야: 다른 것은 일본을 비롯해 다른 나라도 안고 있는 문제여서 한국이 후발성 이익을 거둬낼 수 있겠지만, 이 문제만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 남북·남남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우리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적어도 갈등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관용과 자유, 대대적인 교류와 대화가 필요하다. 또 동북아에 형성돼온 일본과 미국의 ‘지배 레짐’을 극복해, 우리 자신이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김: 통일비용은 단순한 경제적 비용만이 아니다. 한국이 치러야 할 모든 대가가 포함된 것이다. 통일은 한국을 세계적 강국으로 도약하게 할 수 있지만 한국을 크게 후퇴시킬 수도 있다. 통일은 궁극적으로 남과 북의 문제다. 무엇보다 남북 문제를 국제 문제로 인식하지 말아야 한다. 통일과 북한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냉담이 짙을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③ 양극화박: 국민 통합 기반이 잠식되고 내수 기반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적극적 재분배 정책 이외에 대책은 없을 것이다.
덩컨: 양극화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도전이다.
④ 성장 둔화
베이커: 남한 내부 이념 갈등을 제외하고 모두 중요한 문제들이다(이념 갈등이 정말로 커지나?). 성장 둔화는 큰 문제다. 이것이 해결되면 통일비용과 고령화 문제도 다룰 수 있다. 이념적 갈등은 협상이 유일한 방책이라는 점에 사회적 동의가 이뤄진다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권 지지자들이 이명박식 대북정책이 햇볕정책보다 우월하다고 정말로 생각한다면, 그건 걱정스런 일이다.
⑥ 기타커밍스: 한국의 21세기 전망은 매우 밝다고 본다. 그러길 바란다. 한국에서 지식산업의 역할이 크고, 한국인은 교육의 가치를 높게 두기 때문이다. 또 젊은 세대의 교육에 성공적이어서 한국은 미래 시장 경쟁에 준비가 잘돼 있다. 앞으로 20~30년이면 한국은 일본을 추월할 것이다. 일본은 저출산과 이민자 혐오라는 문제를 함께 안고 있다. 한국은 이주민 문제,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일본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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