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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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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놀라워라, 민주화!

한국이 전쟁 뒤 이룬 성과로 민주화, 도전 과제로 통일비용 꼽아
등록 2010-07-02 21:01 수정 2020-05-03 04:26

한국전쟁이 끝난 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이룬 가장 큰 성취를 물었다. 설문에 응한 외국 학자 7명 모두 이구동성으로 ‘민주화’를 꼽았다. 또 5명은 앞으로 한국에 닥칠 가장 큰 도전으로 남북통일 혹은 양극화를 들었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 사회가 이룬 가장 큰 성취는?(복수 응답)
① 한반도 평화 정착(1) ② 민주화(7) ③ 경제성장(3) ④ 세계화 ⑤ 정보화 ⑥ 기타
① 한반도 평화 정착 + ② 민주화
서승: 해방 직후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정치적 과제는 탈식민지, 분단 극복, 그다음에는 탈냉전이었다. 거기서 필연적으로 민주화·평화·통일의 정치적 과제가 주어진다. 곡절이 있었고 많은 희생을 치러왔지만, 이들 과제와 과거 청산에서 한국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왔다.






1987년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는 시민들. 한겨레 자료

1987년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는 시민들. 한겨레 자료

② 민주화

브루스 커밍스: 한국은 군부의 혹독한 탄압에도 수십 년에 걸친 민주화 투쟁으로 승리를 쟁취하고, 군부정권 통치자들을 법정에 세우고, 군부를 다시 병영으로 돌려보낸 뒤 미래를 보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진실로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박노자: 성장보다 민주화가 사실상 더 어렵고, 성장을 달성해도 민주화를 달성하지 못한 사회가 많다. 싱가포르 등이 그 예다.

존 덩컨: 외부의 뚜렷한 지원이 없었음에도 한국인은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화를 일구었다.

② 민주화 + ③ 경제성장

기미야 다다시: 이것으로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이 남한과의 통일을 피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김경일: 한국이 정치적 혼란기에 또한 독재정권하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그 자체가 세계적으로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에드 베이커: 정보화도 민주화·경제성장과 연결된다. 세계화는 이제 시작됐다. 평화는 다른 모든 성취의 전제조건이다.

앞으로 60년 동안 한국 사회에 놓인 가장 큰 도전은?

① 저출산·고령화 ② 통일비용과 갈등(3) ③ 양극화(2) ④ 성장 둔화(1) ⑤ 남한 내부 이념 갈등 ⑥ 기타(1)

② 통일비용과 갈등

기미야: 다른 것은 일본을 비롯해 다른 나라도 안고 있는 문제여서 한국이 후발성 이익을 거둬낼 수 있겠지만, 이 문제만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 남북·남남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우리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적어도 갈등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관용과 자유, 대대적인 교류와 대화가 필요하다. 또 동북아에 형성돼온 일본과 미국의 ‘지배 레짐’을 극복해, 우리 자신이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김: 통일비용은 단순한 경제적 비용만이 아니다. 한국이 치러야 할 모든 대가가 포함된 것이다. 통일은 한국을 세계적 강국으로 도약하게 할 수 있지만 한국을 크게 후퇴시킬 수도 있다. 통일은 궁극적으로 남과 북의 문제다. 무엇보다 남북 문제를 국제 문제로 인식하지 말아야 한다. 통일과 북한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냉담이 짙을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③ 양극화

박: 국민 통합 기반이 잠식되고 내수 기반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적극적 재분배 정책 이외에 대책은 없을 것이다.

덩컨: 양극화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도전이다.

④ 성장 둔화

베이커: 남한 내부 이념 갈등을 제외하고 모두 중요한 문제들이다(이념 갈등이 정말로 커지나?). 성장 둔화는 큰 문제다. 이것이 해결되면 통일비용과 고령화 문제도 다룰 수 있다. 이념적 갈등은 협상이 유일한 방책이라는 점에 사회적 동의가 이뤄진다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권 지지자들이 이명박식 대북정책이 햇볕정책보다 우월하다고 정말로 생각한다면, 그건 걱정스런 일이다.

⑥ 기타

커밍스: 한국의 21세기 전망은 매우 밝다고 본다. 그러길 바란다. 한국에서 지식산업의 역할이 크고, 한국인은 교육의 가치를 높게 두기 때문이다. 또 젊은 세대의 교육에 성공적이어서 한국은 미래 시장 경쟁에 준비가 잘돼 있다. 앞으로 20~30년이면 한국은 일본을 추월할 것이다. 일본은 저출산과 이민자 혐오라는 문제를 함께 안고 있다. 한국은 이주민 문제,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일본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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