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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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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년, 나는 여전히 촛불이다

대통령이 반성하라던 지식인 6명 대정부 성토…
<조선일보> 2주년 왜곡 기사는 ‘개별 반론’ 제일 많은 기사로 기록될지도
등록 2010-05-28 14:37 수정 2020-05-03 04:26
지난 5월18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반성하는 시민들의 투표참여 페스티벌’이 열렸다. 대학생·시민 등이 모처럼 서울 복판에서 촛불을 밝히고 ‘촛불’을 왜곡한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을 성토했다.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지난 5월18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반성하는 시민들의 투표참여 페스티벌’이 열렸다. 대학생·시민 등이 모처럼 서울 복판에서 촛불을 밝히고 ‘촛불’을 왜곡한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을 성토했다.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미국산 쇠고기 굴욕 협상으로 초래된 ‘시민 촛불’이 2주기를 맞았다. 1주기를 되새기는 언론 기사는 많았다. 참여, 소통, 풀뿌리 민주주의 등의 가치가 돋을새김되었다. 지방선거에서 촛불 후보가 등장했고, 4대강 사업·미디어법 등 일방적 정부 정책을 견제했다. 언론은 통상 한 사안의 2주기 기사를 크게 쓰지 않는다. 정작 1주기는 외면하던 가 틀을 깼다. 3회에 걸친 기획의 첫 기사 머리 제목은 이렇다. “그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광우병 위험이 과장됐다는 걸”. 2회 머리기사 제목은 “인터넷 루머에 속았다는 느낌… 그땐 눈에 뭔가 씌었던 것 같아”다. 의 표제 그대로 ‘광우병 촛불’ 그 뒤 2년,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본다. _편집자

이명박 대통령이 반성하라던 지식인 6명이 지난 5월19일 모였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면역학), 박상표 국민건강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조능희 전 문화방송 〈PD수첩〉 책임PD,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다.

대만은 최근까지 개방폭 잇따라 축소

촛불 국면에서 광우병의 위험성,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등을 주되게 외치던 무리에 포함된다. 그런데 반성할 기미가 아직은 없는 듯 보인다. 이들이 토론자로 참석해 지난 5월19일 참여연대(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촛불 2주년 왜곡으로는 감출 수 없는 촛불운동의 진실’이란 토론회는 대정부·보수 언론 성토장이었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100만 명 이상이 거리에 모여 정부에 항의한 대중적 사회운동을 ‘거짓 선동에 의한 대중의 광기’로 해석하는 건 여전히 대중의 기억이 이 정부에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토론자들은 그리고 임박한 ‘지방선거’를 가리킨다.

실제 진원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는 지난 5월11일 “촛불시위 2년이 지났다.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 ‘반성’을 아끼지 않아왔다. ‘촛불’이 꼭짓점으로 가던 2008년 5월2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국정 초기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이다”라고 말했다. 이듬달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선 “뼈저리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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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놓고 두 해석이 오간다. 당시 사과가 진심이라면 기사 안에서 촛불집회 참석을 후회하는 것으로 보이는 인터뷰이(인터뷰 대상)들처럼 대통령 또한 당시 “눈에 뭔가 씌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진심이 아니라면 위기 모면용 거짓말이었단 얘기다. 실제 정부 부처에 촛불시위 재평가 보고서를 만들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지식인 몇몇을 탓하는 듯하지만 ‘촛불’ 자체를 부정한다.

토론자들은 두 번째 해석에 더 주목한다. 무엇보다 당시 내놓았던 다른 약속들도 정부가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차례 “주변국과 미국이 한국과 동일 조건으로 쇠고기 수입 협상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재협상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의 국회 발언이 뒷받침한다. 한나라당은 그해 8월 “일본·대만 등 우리 주변국 간 쇠고기 협상 결과가 한-미 협상 결과에 비해 개방의 폭이 축소될 경우 (그 조건과 동일하게) 재협상하도록 한다”고 야당과 합의했다.

대만은 대미 관계나 산업구조가 한국과 비슷해 특히 견줄 만하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를 월령·부위 제한 없이 수입하기로 했다가 촛불시위를 맞았다. 자국 내 수입업자들이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자율 결의한다. ‘광우병 논란’이 지속됐다. 지난 1월 국내법을 개정해 내장, 뇌, 척수, 머리뼈 등 6개 위험부위 수입을 금지했다. 우려가 줄지 않자 소의 혀, 횡격막 등도 추가 금지했다. 바로 지난 4월의 조처다. 내장부터 횡격막까지 한국은 모두 수입하고 있다.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한다. 박상표 정책국장은 “수입규제 조치를 완화하라는 미국의 압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일본은 완강하다”고 말한다. 지난 4월 미-일 농림장관 회담을 앞두고 일본 쪽은 “미국이 수입위생조건의 재검토를 요구한다 해도 내각 산하의 식품안전위 개최를 요청할 계획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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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주변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현황

한국과 주변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현황

사과·입장 표명 없이 ‘광우병 괴담’만 시비

캐나다·네덜란드처럼 모든 부위를 수입하는 국가도 있지만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처럼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금지하는 곳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지난 3월 수입을 약속했다가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백지화했다. 이해영 교수는 “(우리 정부가 강조한 것처럼) 수입조건 강화로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소를 받거나 통상 마찰이 생긴 경우가 없다”며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국익에 심각한 위해를 준 당사자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에 대한 정부의 사과나 입장 표명은 없다. 보수 언론의 관심사도 아니다. 인터넷에서 확산된 ‘광우병 괴담’ 하나만 붙들고 시비한다. 특히 의 경우 △광우병의 위험성이 좌파 지식인에 의해 과장됐다 △2007년 이후 광우병 미국소가 발생한 사례가 없다 등의 논리만 되새김한다. 우희종 교수가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 같은 나라 모두 광란의 선동을 하는 좌파 정권이냐”고 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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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실제 유통되는 자국 쇠고기의 90% 남짓은 20개월 이하 월령(광우병의 98%는 30개월 월령 이상에서 발병한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 금지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불투명하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초빙강연 중인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동물성 사료를 금지키로 한 때는 지난해부터”라며 “최근 애리조나주의 한 목장주를 만나 물어보니 자기는 (동물성 사료를) 안 쓰지만 특별한 검사도 없어서 남들은 (쓰는지 안 쓰는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증언한다.

‘촛불’이 없었다면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위험부위까지 그대로 들어올 판이었다. 정태인 교수는 “인간(건강)과 관련한 문제에선 사전 예방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데, 미국의 통상협상 원칙은 사전 증명이다. (협상 대상국이) 생명 위협 여부를 먼저 증명해보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와 일부 보수 언론이 미국의 통상 전략을 선봉에서 외치는 꼴이다. 그를 위해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엄밀성만 반대자들에게 요구한다. 눈대목이 검찰의 〈PD수첩〉 수사다. 조능희 전 책임PD는 “몇 가지 오류에 이어 양심선언이 나오면서, 이상한 기사가 보수 언론에 많았다”며 “가장 화가 난 건 이들 언론과 검찰의 대국민 여론조작이었다”고 말한다.

우희종 교수는 “촛불은 과학적 논란이 아닌 정부 실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부 쪽(학자)이야말로 관련 논문 하나 없는 날조 전문가였고, 이를 보수 언론이 대대적으로 선전했다”고 지적한다. ‘과학’을 참칭한 ‘정치’라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칭찬까지 한 의 촛불 2주기 기획기사도 달리 보지 않는다. 김서중 교수는 “지방선거, 방송 진출 문제 등을 놓고 보수 지배체제의 구축을 위해 이런 보도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무리수가 적지 않다. 단일 기사로는 역대 가장 많은 ‘개별 반론’이 제기된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 물론 특정 기사에 대한 종교계 등의 집단적 반발은 제외한다.

촛불 2주년의 의미를 되짚는 토론회도 지난 5월19일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 왜곡 발언이 없었다면 열리지 않았을 행사다.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촛불 2주년의 의미를 되짚는 토론회도 지난 5월19일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 왜곡 발언이 없었다면 열리지 않았을 행사다.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소송’

해당 기획의 인터뷰이는 외국 식당 주인들, 경찰 관계자, 분석 기사에 등장한 취재원 등을 빼면 30명이 조금 안 된다. 촛불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시민과 지식인 수다. 이 가운데 10명이 “사실과 다르다” “취지가 왜곡됐다” “인터뷰를 싣지 말라고 했는데 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그런 취지로 언론 인터뷰를 하는 등 확인된 이만 그렇다.

가령 유모차 부대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고 언급된 울산의 한아무개(32·주부)씨 쪽은 아예 ‘날조 인용’을 주장한다. 그의 남편이 온라인에 글을 올려 “현장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다시 (아이를) 데리고 (촛불집회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단다. 기자의 질문은 “다시 촛불집회가 열린다면, 시위 현장에 싸움도 많이 나고 위험할 텐데 그래도 아기를 데리고 참여할 것이냐”였다고 한다. 지면엔 “이제 자녀를 데리고 촛불시위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온다. “인터넷에 오가던 정보가 모두 틀리진 않았을 것”이란 말은 “과학적 사실은 아닌 것 같다”로 바뀌었다. 한씨 남편은 “기자가 전화를 엄청나게 많이 했다. 자꾸 위에서 다시 물어보라고 지시를 한다고 했다”며 “라면 아예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게 상책이란 말이 진리”라고 하소연했다.

여전히 광우병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우희종 교수를 인터뷰한 기사 제목은 “언제 ‘광우병 괴담’ 맞다고 했나”다. ‘촛불 여고생’으로 언급된 한채민·정유진양도 모두 “취지가 왜곡되었다”고 주장한다. 토론회 자리를 빌려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에 최아무개 특별취재팀장은 “한채민양의 경우 나눔문화 쪽 대본을 읽은 사실을 부인하진 않는다. 당시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던 한씨를 선동·선전의 도구로 삼은 나눔문화는 비판하지 않고 우리가 짜깁기를 했다고 비판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기사 제목은 “무대에서 읽은 편지는 모두 시민단체가 써준 것”이다. 하지만 한채민양은 “나눔문화와 인연이 닿기 전, 이미 자유발언을 했었다”며 “생각과 의견이 맞았기 때문이지 별생각 없이 (나눔문화 쪽 글을) 읽은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기사 속 ‘촛불 유모차와 함께하는 촛불가족’ 대표 정아무개(37)씨는 “인터뷰 내용이 왜곡된 건 없지만, 애초 인터뷰 내용을 싣지 말라는 전제로 대화를 했다”고 말한다. 그는 “(여전히 강경하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나한테도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창원·대구 등 각지에서 집회에 참여했다 ‘이젠 아니다’ 하는 유모차 주부들이 (기사에) 등장한다”며 “모두 존재하는지 솔직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회원들 90%가 서울·경기도 분이었다”고 말한다.

최 팀장은 취재 내용의 날조·왜곡 여부, 기획 배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전자우편 인터뷰 요청에 답을 주지 않았다. 토론회에선 “어떤 정정 보도, 소송이 들어와도 당당히 맞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어쨌건 법정에서 맞서야 할 모양이다. 김성훈 전 장관이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 역시 미국 여행길에서 이른바 ‘청정 햄버거’(초식 쇠고기로만 만듦)를 먹은 사례가 보도‘당했다’. 는 “65만명 광우병 사망 외치던 그가… ‘올해 햄버거 먹으며 미 여행’”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그는 “내가 이중인격자로 바뀌었다”며 “왜곡 기사를 가보로 보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는 “(기획기사에 대해) 언론의 ABC도 안 지킨 보도”라며 “왜곡 보도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법적 판단 잣대로 제목과 기사 본문의 일치성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되레 깨어나는 시민들

‘촛불’들의 상처는 깊어 보였다. ‘과학자’의 정치적 발언이 거센 이유다. “90이 안전하고 10이 위험하다 해도 사전주의 원칙에 따라 안전책을 세워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병이 발생하면 주변의 건강한 동물까지 모두 살처분해 질병 확산을 방지한다. 그게 원칙이다. 촛불 국면 당시 미국은 다우너 소도 도축하지 않았나. 날조 의학계·언론인부터 광화문에 일렬로 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우희종 교수)

하지만 ‘상처’의 각성 효과도 있다. 지난 5월18일 밤 9시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반성하는 시민들의 투표참여 페스티벌’이 열렸다. 빗방울이 굵었다. 한 남자는 홀로 1시간 이상 페스티벌을 지켜보며 서 있었다. LG전자에 근무한다는 남아무개(36)씨에게 한마디를 들었다. “이 행사를 경찰이 못하게 한다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 투표해야죠.” 날조 아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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