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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줄이려 다른 학교와 공동급식… 지역 농산물 공동구매 정착시키면 부담 덜게 돼
등록 2010-04-22 21:56 수정 2020-05-03 04:26
4월9일 충남 아산시 송악면 송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급식을 받아가고 있다.

4월9일 충남 아산시 송악면 송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급식을 받아가고 있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송남초등학교. 시내에서 남쪽으로 5km 떨어진 시골 초등학교에서 5년 전부터 별난 일이 생겼다. 2005년 전교생 수가 고작 105명이던 학교에 학생이 갑자기 늘기 시작했다. 2006~2007년엔 한 해에 39명이나 불었다. 지난해 학생 수는 180명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서는 조금 줄어든 175명의 학생이 등교하고 있다. 학생 수가 늘어난 이유는 일단 아산의 인구가 증가한 덕이 크다. 아산시에 물어보니, 시의 초등학생 수는 지난 5년 사이 약 20% 늘었다. 교통 여건이 좋아진 것이 큰 원인이었다.

<font color="#00847C">교육청 단위로는 국내 최초 무상급식</font>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이 학교에서 실시된 무상급식이었다. 2008년 9월부터는 유기농 식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친환경급식도 시작했다. 김양일 교장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선호하는 아산 시내 학부모들이 아이를 굳이 송악면으로 전입하게 한다”고 말했다. 학교의 한 교사는 아산 시내에서 이 학교까지 등교하는 학생이 약 60명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4월5일 점심시간에 이 학교 식당을 찾았다. 메뉴는 팥밥에 동태찌개, 청포묵 무침, 깍두기, 미니 폭찹이었다. 이날 쓰인 23개 재료 가운데 당근, 고추, 생강, 파 등 11개 품목은 유기농산물이거나 무농약 농산물이었다. ㅁ식품이 제공한 김치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우수제품이고, 미니 폭찹에 쓰인 이천산 돼지고기는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제품이었다. 이 학교의 최윤희 영양교사는 “해산물이나 공산품을 제외하고는 고기는 무항생제 제품, 채소는 친환경 상품을 쓴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의 신유섭 교사는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는 아무리 신경을 써도 유기농 음식을 골라 먹기 힘들기 때문에, 학교 점심만큼은 믿고 맡길 수 있다며 학부모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5학년 규민이의 아버지인 이택규 송악면 우체국장은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급식위원회를 열어 학부모 의견을 듣고 아이들의 목소리도 설문을 통해 듣기 때문에 급식 질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무상급식 시작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청남도 교육청은 지난 2004년 11월부터 도내 면 단위 이하 농어촌 초등학교와 부설 유치원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청 단위로는 국내 최초의 무상급식이었다. 오제직 당시 교육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부에서는 무상급식을 소모적인 경비에 투자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며 “미래의 인적자원인 우리 청소년이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렇게 시행된 무상급식 첫해에는 두 달치 약 20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학생 1명마다 1500원이 지원됐다. 올해에는 143억7543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돈으로 면 지역 학생 4만6천여 명이 공짜로 점심을 먹는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읍 지역의 20학급 이하 학교까지 무상급식이 확대됐고, 하반기부터는 도내 전체 읍 단위 초등학교 1만2천 명으로 대상이 넓어진다. 32억6754만원의 예산이 추가로 책정됐다. 충청남도 교육청 관계자는 “읍·면 단위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목표가 결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충남 교육청의 지원이 1인당 1500원으로 6년째 동결돼 송남초등학교는 주위 학교와의 공동급식으로 음식의 질을 유지하려고 애쓰 있다.

충남 교육청의 지원이 1인당 1500원으로 6년째 동결돼 송남초등학교는 주위 학교와의 공동급식으로 음식의 질을 유지하려고 애쓰 있다.

<font color="#C21A8D">1500원, 6년째 얼어붙은 교육청 지원액</font>

충청남도 교육청의 ‘성취’의 이면에는 아쉬움도 남는다. 무엇보다 교육청의 1인당 급식 지원액이 1500원으로 6년째 얼어붙었다. 일선 학교에서 식단을 친환경 재료로 짜기에는 부족한 액수였다. 송남초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학생 수가 200명이 안 되는 작은 학교로서는 재료비 부담이 컸다. 친환경 재료를 조달하기는 더 어려웠다. 학교에서 생각해낸 묘안은 다른 학교와의 공동급식이었다. 같은 송악면에 있는 거산초등학교와 송남중학교가 2005년부터 함께했다. 재료는 공동구매하고, 조리는 송남초등학교가 맡는 식이다. 매일 오전 11시20분에는 송남초등학교에서 조리된 150인분과 80인분이 나머지 두 학교로 배달된다. 이렇게 비용을 줄여도, 여전히 살림은 빠듯했다. 송남초등학교는 2008년 9월부터 학부모로부터 끼니마다 200원씩을 거둬들이기로 결정했다. 최윤희 교사는 “질을 관리하기 위해 선택한 타협”이라고 설명했다.

송남초등학교의 자료를 보면, 올해 학생 한 끼 점심에 지원되는 액수는 학부모 부담금인 200원을 합해 2286원이다. 관에서 지원하는 2086원에는 충청남도 교육청이 1550원을 지원하고, 아산시가 226원을 보탠다. 교육청은 친환경 급식을 실천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50원을 추가하고 있다. 학교 운영비에서도 310원이 나간다. 최윤희 영양교사는 “쇠고기 한 번 먹을 것을 돼지고기 두 번 먹고, 시기에 따라 싼 채소를 많이 사용한다”며 “나라에서 지원액을 더 늘리면 아이들의 식단에도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충청남도 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7학급 이하의 작은 학교에는 1인당 급식비를 500원 올려 2천원을 주지만, 다른 큰 학교에 대한 지원은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1500원으로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8학급을 가진 송남초등학교의 급식 지원액이 올해도 동결된 이유다.

송남초등학교의 빠듯한 살림을 도와주는 숨은 조력자도 있다. 같은 면에 있는 친환경 영농인 집단인 송악골영농조합은 2005년 하반기부터 해마다 콩나물을 지원하고 있다. 금액으로 치면 매년 300만원꼴이다. 안복규 조합 이사는 “친환경 농사를 지어서 얻은 수익을 지역 공동체에 환원하자는 취지로 기부한다”고 말했다.

송남초등학교가 식재료를 조달하는 과정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의 학교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급식 단가를 낮춘 경남 합천군의 선례를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아산에서는 개별 학교들이 각자 유통업체와 흥정을 벌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생산 단가가 높다. 송남초등학교에 유기농 식재료를 공급하는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의 신영교 이사는 “모든 학교가 친환경 식재료를 같이 사들이면 급식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학교들이 손을 잡도록 유도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font color="#008ABD">“지역경제 선순환 이뤄지도록 해야”</font>

김지훈 ‘안전한 학교 급식을 위한 아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아산지역은 지역의 신선한 농산물이 지역의 학교에서 바로 소비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아직 만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자체와 농민, 학교가 함께 손을 잡고 친환경무상급식센터를 만들어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급식의 질도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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