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미래〉
‘잘 살자!’ 대한민국 대구시 달서구 월곡로 241에 자리한 영남고등학교의 교훈이란다. 부제가 있다. ‘올바르게, 부지런하게, 튼튼하게.’ 11월27일 저녁, 야당 정치인이던 시절부터 그와 인연을 맺어 참여정부 내내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그분의 인생관은 영남고등학교 교훈과 같다”고 말했다. 노무현, 그가 또 책을 냈다. ‘자~알, 살자’가 주제다. (동녘 펴냄)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시민을 위한 교양서’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다.
“내가 좀 관념적이고 현학적인 습관이 조금은 있어요. 얘기할 때 그런 걸 좀 느낄 겁니다. 근데 처음에 소망, 행복, 성공 이런 얘길 좀 하고 싶거근요. …막상 ‘소망이란 게 뭔가?’ 생각을 해봤더니 지구의 극지를 탐험한다고 쫓아다니는 사람들, 가서 죽고 동료가 죽는 걸 보고도 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고, 폭탄을 들고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고, …도대체 사람들의 소망이 뭔가? 생각을 해보니까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행복이란 개념을 끄집어냈어요. ‘행복이란 무엇인가’ 해보니까 사람의 소망이 다 이뤄지는 게 행복이라고 얘길 해야 되겠더라고.”
지난 9월 펴낸 (학고재 펴냄·1만5천원)이 스스로 재임 기간을 되돌아보는 ‘회고록’이라면, 는 퇴임 이후 그가 살아가고자 했던 ‘희망’이다. 315쪽에 이르는 잘 장정된 두 번째 책에서 그는 여전히 진지했고, 고민했고,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싸우고 싶어했다. ‘국가란 무엇이냐’와 같은 도저한 질문의 해답을 찾고자 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메모를 하고, 글을 썼다.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 말을 건네고, 토론을 하고자 했다. 그렇게 매일을 기다렸다. ‘담배 피우는 사람 오면 얻어 피우려고….’ 임기를 마친 뒤에도 그는, 특유의 결기를 놓지 않았다. 운명이다.
손자를 본 나이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물음은 자연스럽다. 그에 대한 답 또는 물 흐르듯 거침이 없다. 살아온 삶이 그랬다. 그는 “국가의 역할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의문이 생긴다. “국가란 무엇인가?” 질문이 성기다. 다시 그가 묻는다.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5년의 경험으로 그가 말한다. “국가는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존재한다.” 다시 영남고등학교의 교훈이다.
정체가 뭐냐고? 그는 진보와 보수를 명명백백 가르기를 바랐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굳이 선택을 할까? 그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했다. ‘자유’와 ‘평등’은 서로 ‘길항관계’라고? 평등을 강조하면 자유가 희생되고, 자유를 강조하면 평등이 희생된다고? 그는 “누구의, 어떤 자유를 말하느냐에 따라서 얘기가 달라진다”고 믿었다.
“재산권을 중심으로 보고 평등을 강조하면 자유가 제약을 받는 것인데, 생존권이란 것을, 별 볼일 없는 부자 아닌 사람의 생존권을 중심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져요. 평등을 강조할수록 생존권 차원에 있는 사람들은 자유가 신장되는 것이죠. …자유와 평등의 상호 관계에 대해서 나는 그렇습니다. 불평등이 없으면 지배가 발생하지 않으니까 자유니 속박이니 하는 개념이 싸움이 될 일도 없다는 것이죠.”
물러나서도, 그래서 아파했다. 아쉬움이 왜 없었을까? 올 3월24일, 그는 참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쪽에서는 ‘너 좌파지?’ 하고 한쪽에선 ‘너 신자유주의지?’ 이렇게 말한단 말이에요. 근데 이게 기준이 뭐냐 이겁니다. 뭐가 기준이에요? 그 기준에 관한 얘기, 결국 ‘진보가 뭐고 보수가 뭐냐’라는 얘기를 한번 해보자는 겁니다.” 대답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두 번째 유고는 ‘교시’가 돼, 그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은’ 남은 자들에게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2권, 3권을 ‘교사’하고 있다.
눈 맑은 그 사내, 정 많아 여렸다. 툭하면 눈물 흘리고, 분연히 시대를 분노했다.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를 읽다보면 어설픈 웃음 흘리던 그 얼굴이 떠오른다. 음미할 수 있는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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