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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탄압에 심각한 우려


유엔 사회권위원회 ‘최종 견해’ 발표… 용산 참사·이주민 인권 등 조목조목 해결책 제시
등록 2009-12-02 14:40 수정 2020-05-03 04:25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이하 사회권위원회)는 11월24일 한국의 사회권 상황에 대해 ‘최종 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발표했다. 지난 2001년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이번 심의에서는 용산 참사,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 노동권 탄압, 이주민 인권 등 급속히 후퇴하는 한국의 인권 상황 전반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참여연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56개 인권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1월24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후문 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 권고사항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이종찬 기자

참여연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56개 인권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1월24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후문 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 권고사항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이종찬 기자

재개발 때 임시 이주시설 보장은 필수적

사회권위원회는 최종 견해를 통해 용산 참사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강제 철거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하며, 개발사업이나 도시 재개발에서 사전 고지와 임시 이주시설이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권고했다. 또한 사회권위원회는 개발사업 시행에 앞서 주민과 사전적 협의를 진행하고 철거민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이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건 발생 300일이 넘도록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에 대한 유감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사회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 축소와 독립성 침해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 다른 부처들의 인력이 최대 2%밖에 줄지 않았음에도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을 21%나 축소한 것을 지적하고, 최근 인권위의 독립성에 드리워진 심각한 위협을 우려했다. 이명박 정부는 인권위 조직을 축소하고 인권 분야에 문외한인 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사회권위원회의 이번 권고는 이명박 정부의 인권위 축소가 국가인권기구에 관한 국제적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인권침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회권위원회는 또한 한국의 노동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에 우려를 표하고,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지급 △적절한 사회보험 보장 △퇴직금·휴가수당·초과근로수당 등에 대한 법적 보호 △부당해고로부터의 보호 등의 조처를 촉구했다. 또한 최저임금제도를 확대 적용하고, 공무원의 노조 가입권과 파업권에 가해진 제한을 철회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같은 권고는 비정규직을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노조 활동의 자유를 억제하는 최근의 정부 정책이 국제적 기준에 명백히 반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사회보장, 교육 등 국민의 삶의 질과 연관된 문제 또한 구체적으로 지적됐다. 사회권위원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 의무자 및 재산 기준의 개선을 신속히 검토하고 노숙인, 비닐하우스 거주자, 보호시설 수용자 등 최소한의 안정적인 삶조차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을 제도 내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민의 인권과 관련해서도 많은 언급이 있었는데, △헌법상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 △한국인 배우자에 의존하는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문제 △착취와 차별, 임금 미지급, 사업장 이동의 제한 등으로 고통받는 이주노동자 문제 등이 지적되었다. 이주노조의 적법성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도 있다. 다문화의 탈을 쓰고 국가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변명 그만하고 권고 이행 나서야

이번 사회권위원회의 권고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급속히 후퇴하는 한국의 인권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법무부는 최종 권고가 발표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권위원회가 많은 부분 사실을 왜곡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보도자료 어디에도 권고의 이행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사회권위원회의 심의 당시 변명과 해명을 위해 억대의 돈을 들여가며 약 40명의 대표단을 제네바로 파견했던 정부. 이제는 진지함을 가지고 권고 내용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황필규 공익변호사모임 ‘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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