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한양석) 심리로 열린 용산 참사 사건 피고인 9명에 대한 공판 현장.
김형태 변호사: 진입하지 않는 것 이외에는 화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합니까?
김아무개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화재분석실장: 진입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모르겠습니다.
김 변호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의) 윤 교수는 산소를 빼내는 방법 이외에는 불이 안 날 수 없다는데,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김 실장: 매우 위험한 것은 사실입니다. 진입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결정이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량의 인화성 물질과 화염병이 있는 상황에서 망루 안의 산소를 제거하는 것만이 화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살수를 했던 것도 물 위에 뜬 인화성 물질 때문에 화재를 확산시킬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방청도 마음대로 못하나?’ 지난 9월1일 오후 용산 참사 사건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입구에 방청 인원수를 제한한다는 표지판이 서 있다. 사진 한겨레 이종근 기자
국과수 화재분석실장은 지난 1월20일 서울 용산 재개발 4구역 남일당 건물 망루에서 벌어진 경찰특공대의 진압 작전이 매우 위험한 것이었음을 법정에서 증언했다. 당시 현장에 투입된 용산소방서 소속 한 소방관도 “개인적 판단으로는 진입 작전 자체가 매우 위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진입 작전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본다”고도 했다. 피고인을 위해 특별히 유리한 증언을 할 까닭이 없는, 되레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공무원인 현장 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런 증언들이 공무 수행 중인 현직 경찰관을 죽거나 다치게 했다는 용산 피고인들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그러나 경찰의 작전 자체가 무리였다는 점에서 경찰의 공무 집행이 적절했는지, 그에 따른 책임은 없는지 등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용산 피고인에 대한 기소는 당시의 전격적인 공권력 집행이 그 목적과 수단에서 정당했다는 토대 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또 이번에 나온 증언들은 검찰이 계속 공개를 거부하는 수사기록 3천여 쪽의 내용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지난 5월 검찰이 마지못해 추가로 공개한 일부 내용과도 내용이 상당히 겹친다. 경찰특공대원과 소방대원 등이 작전 투입 당시 망루 위 인화 물질의 양을 정확히 알지 못했으며 여러모로 작전이 무리하게 진행됐다고 진술한 내용이 공개된 바 있다.
그러나 변호인단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이기 전에는 관련 기록을 검찰이 스스로 공개하지 않을 전망이다. 신임 김준규 검찰총장도 9월12일 서울중앙지검에서 받아본 미공개 수사기록을 직접 훑어본 뒤 공개하지 않기로 한 지검의 손을 들어줬다. “기록을 다 봤는데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추가 제출이 필요한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검 대변인을 거쳐 발표된 김 총장의 판단이다.
이에 앞서 권영국 변호사 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용산 변호인단 14명은 9월1일 사임계를 냈다. 더 이상의 변호권 행사는 의미 없을뿐더러 부당한 재판을 거들어주기만 할 뿐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당시 변호인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적극적인 변론을 통해 피고인들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 사임 뒤 국선변호인이 지정돼 재판이 두 차례 진행됐다. 결국 후자 쪽 의견을 가진 변호사들이 다시 용산 피고인 9명에 대한 변호사 선임계를 냈다. 김형태 변호사 등과 함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덕수의 신동미 변호사는 “(새 변호인단도) 검찰의 수사기록 미공개 등 재판 과정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전 변호인들과 생각이 같다”며 “피고인 가운데 한 명이 4층에서 3층으로 화염병을 던져 불이 났다는 공소사실을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점과 경찰의 공무 집행이 정당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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