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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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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되돌아온 ‘청개구리 장관’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고환율·감세 등 엉뚱한 대응 정책 펴다 물러났으나 7개월 만에 화려한 귀환
등록 2009-09-17 16:49 수정 2020-05-03 04:25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힘들 때 친구가 오래가는 법이다. 시장은 그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신뢰했다. 회전문으로 그는 다시 돌아왔다. ‘8·31 청와대 개편’에서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으로 컴백했다. 앞으로 강 특보는 수시로 대통령에게 경제 사안을 직보할 수 있고, 주요 회의에도 참석하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옷을 벗은 강 특보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소망교회에서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747’이란 대선 공약의 청사진도 함께 그렸다.

“리먼 사태 긍정적” 엉뚱한 대처

강 특보는 ‘금융위기 1년을 돌아보는 기사에 왜 내 얘기가 들어가야 하느냐’며 기분이 살짝 나빠질 수도 있겠다. 사실 위기는 미국에서 불거졌고 강 특보는 한-미 통화 스와프를 통해 제2의 외환위기 상황을 벗어나게 한, 신념이 강한 공무원 아니던가. 물론 한-미 통화 스와프를 주장한 건 ‘미네르바’였지만, 그는 ‘선동적 예언’으로 감방에 들어가지 않았나.

그러나 금융위기 1년에 대해 강 특보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일단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 마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의 관료 모습 그대로였다. 리먼 사태가 터진 직후인 9월17일 국회에서 그는 “리먼 문제가 해결된 것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라며 엉뚱한 얘기를 했다.

정책 타이밍의 실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위기라는 불이 미국에서 전세계로 번졌다. ‘정부는 시장의 손끝 하나 건드리면 안 된다’는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자들이 고개를 숙였고, ‘위기 땐 정부 곳간을 열어 유효수요를 일으켜야 한다’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다시 살아났다. 많은 나라가 마치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 특보는 색다른 일에 몰두해 있었다. 강 특보의 우선순위는 감세였다. 차별화를 보여준 셈이다. 종합부동산세를 도마 위에 올려놓은 뒤 갈기갈기 난도질해버렸다. 소득세와 법인세 등도 화끈하게 줄여줬다. 물론 그가 백수 시절에 종부세의 피해자였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우선순위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강 특보는 고환율(원화 약세)에도 집착하며 시장과 멀어졌다. 그는 원화 약세로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 나가 돈을 펑펑 써대는 것을 도저히 볼 수 없었다. 대신 강 특보는 원화 가치를 내려 삼성·현대차·LG 등 대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을 혼내주는 것을 좋아했다. 서민은 치솟은 환율로 해외여행을 접었고, 기러기 아빠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다 환율마저 뛰어올라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급등했다. 석유와 밀가루 값이 오르자 휘발유와 자장면, 김밥, 과자, 아이스크림, 이·미용료도 덩달아 뛰어올랐다. 이명박 정권 출범 때 900원대 초반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500원대를 오르내렸다. 결국 강만수 경제팀은 오르는 환율을 막기 위해 시장에 직접 개입하며 외환보유고를 물 쓰듯 퍼부었다. 시장은 그의 해임을 원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끝까지 버티다 지난 1월19일 마지못해 경제팀을 교체했다.

일관된 고소득층 감세 정책…소비 되레 줄어

강 특보의 ‘부자 감세’로 부자들의 지갑은 두둑해졌는데, 소비 진작은 ‘감감무소식’이다. 오히려 소비를 줄였다. 통계청의 상반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감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상위 20% 계층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362만1647원에서 351만5371원으로 2.9%(10만6276원) 줄었다. 하지만 강 특보는 자신의 감세정책을 비판해온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주장을 ‘교과서 이론’으로 일축해버렸다. 역시 그는 라만차의 돈키호테와 같은 신념과 고집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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