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 6월18일 〈PD수첩〉 제작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은희 작가가 쓴 3건의 전자우편 내용을 공개했다. 아울러 일간지와 방송기자 등 수천 명에게 전자우편으로 이 내용을 보냈다.
는 다음날치 사설에서 “〈PD수첩〉 제작진의 눈에 ‘열다섯 살밖에 못 살았는데 죽게 생겼다’며 울부짖던 여중생들이나, 자녀·가족의 건강을 걱정하며 거리로 나섰던 주부들은 꼭두각시였을 뿐”이라며 “〈PD수첩〉의 광우병 프로그램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적개심’ 속에 만들어졌고, 제작진은 ‘출범 100일 된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는’ 목표가 이뤄져가는 것을 즐겁게 지켜봤다는 얘기”라고 썼다. 인민재판이었다. 전자우편의 내용을 발췌해서 ‘범죄 성립의 중요한 요소’라고 발표한 것이 당시 검찰의 논리였다.
사이버수사에서는 전자우편뿐만 아니라 모든 디지털 요소들이 증거로 쓰일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이를 ‘통신사실확인자료’라고 정의한다. 여기에는 △가입자의 전기통신 일시 △전기통신 개시·종료 시간 △발·착신 통신번호 등 상대방의 가입자번호 △사용도수 △인터넷의 로그 기록 자료 △정보통신망에 접속된 정보통신 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발신 기지국의 위치추적 자료 등이 포함된다.
최근 검경이 주목하는 것이 로그(log) 기록 자료다. 로그는 접속을 뜻한다. 로그인·로그아웃의 그 로그다. 누리꾼이 인터넷을 이용하면 웹서버에는 로그파일이 만들어진다. 사용자의 인터넷주소(IP)와 열어본 웹페이지, 사용 시각 그리고 검색어 등이 담긴 쿠키값이 저장된다. 실제 로그인 여부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진다.
로그파일은 인터넷 업체의 마케팅용으로 개발됐다. PC방이나 인터넷 열람실 등 다중이 이용하는 컴퓨터 이외에 집·사무실의 컴퓨터는 사용자가 정해져 있다. 로그를 분석하면 사용자의 취향이 나온다. 어느 사이트를 즐겨 가는지, 어떤 카페에 등록돼 있는지, 어떤 검색어를 자주 넣는지. 취향을 맞출 수 있으면, 그에 따른 맞춤형 광고와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란 점에서 로그파일 분석이 시작됐다. 인터넷 업체들의 약관을 보면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전자우편, 서비스 이용 기록, 접속 로그, 쿠키값, 접속 IP 정보, 결제 기록 등을 수집한다고 돼 있다(쿠키값은 고객이 특정 홈페이지를 접속할 때 생성되는 정보를 담은 임시 파일이다. 사이트에 처음 방문하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록한 쿠키가 만들어지고 다음에 접속했을 때 별도 절차 없이 사이트에 빠르게 연결할 수 있다).
군포 여대생 실종 사건 때 포털에 요구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수사 대상자의 전자우편뿐만 아니라 로그 기록까지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며 “로그 기록에 남은 정보들은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수사에 활용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초 경기 군포 여대생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경기지방경찰청이 네이버, 다음 그리고 SK커뮤니케이션즈 등 9개 포털 업체에 ‘군포, 안산, 실종, 납치, A씨’ 등 사건 관련 5개 단어를 검색한 누리꾼들의 인적 사항과 연락처, 최근 3개월간의 로그인 기록 정보를 달라고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포털 업체 관계자는 “경찰의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요구 때문에 데이터분석팀이 열흘 이상 밤을 새웠다”며 “이는 누리꾼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한 결과로,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번 포털 대표들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났을 때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로그 기록 요구를 자제해주도록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삭제한 정보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보안업계의 한 전문가는 “웹메일의 경우는 그간 휴지통에 넣어 삭제한 전자우편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복구가 불가능했지만, 기술의 발달로 지금은 지운 전자우편으로 되살릴 수 있다”며 “검경이 마음만 먹으면 삭제한 전자우편까지 살리는 시도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와 다음 관계자들은 “삭제한 전자우편은 절대 복구할 수 없다”며 “삭제한 내용은 압수수색 때도 넘겨줄 방법이 없다”고 부인했다.
게시물의 경우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9조를 보자. 3항에 ‘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한 때부터 게시판에서 정보의 게시가 종료된 후 6개월이 경과하는 날까지 본인 확인 정보를 보관할 것’이라고 돼 있다. 특정 기사나 게시물에 대해 댓글 하나 썼다가 문제가 되기 싫어 삭제해도 이를 추적할 수 있는 정보는 6개월간 보관된다는 의미다. 삭제는 취소를 의미한다. 그러나 법은 그 취소를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법에 따른 보관·삭제, 기술적으로 쉽지 않아한 포털 업체 관계자는 “이는 누리꾼들에 대한 검경의 수사를 대비하고, 소송이 벌어질 경우 증거를 잡아놓기 위한 것”이라며 “누리꾼 전체를 잠재적 피의자 또는 피고로 간주하는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 업체로서는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은 문제”라며 “모든 게시물의 본인 확인 정보를 6개월간 보관했다가 6개월 이후에는 자동으로 삭제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6개월이 지난 뒤에 이 정보를 보관하고 있어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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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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