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사람이 한다. 피와 눈물이 범벅이 된 그 뜨거운 함성은 오롯이 사람의 몫이다. 그러니 이란의 현 상황을 ‘트위터 혁명’이라 부르지 말 일이다. 이란에서 혁명적 상황이 도래한다면, 그것은 목숨을 내걸고 테헤란의 얼어붙은 거리를 내달린 이들의 공이다. 인터넷 미니 블로그 서비스는 그저 그리로 향해 가는 데 조금 더 편안한 ‘신발’이 돼주었을 뿐이다.
지난 6월13일 이란 내무부가 전날 치러진 대선 결과를 공식 발표한 이후 불붙기 시작한 이란의 부정선거 규탄 시위는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은 면모를 선보였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각종 첨단 소통 방식이 모조리 동원된 게다. 개인과 단체의 블로그는 물론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 이미지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 그리고 무엇보다 초단문 블로그 사이트인 ‘트위터’가 적극 활용됐다. 이란 국민들은 이들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스스로를 조직하고, 세계와 소통했다.
언론 통제는 애당초 무의미했다. 아니 무모했다.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긴밀히 연계된 이란의 젊은이들은 딱히 누구랄 것도 없이 하나둘 혁명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란 정부의 통제에 막힌 세계의 주류 언론이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은 현장의 시위대가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플리커에는 무참히 진압당하는 시위대 사진이 끝없이 올라왔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채팅, 전자우편도 쉼없이 이란의 소식을 지구촌 곳곳으로 타전했다.
이 모든 소식을 가장 발빠르게, 그리고 종합적으로 전달한 것도 주류 미디어가 아니었다. 이를테면 미국의 블로그 매체 는 ‘라이브 블로깅’ 방식으로 속속 전해지는 문자와 이미지, 동영상을 하나로 묶어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이란 안팎에서 쏟아져나오는 모든 형태의 콘텐츠를 하나로 융합한,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 미디어’가 출현한 게다.
툭하면 언론사가 폐쇄되고, 잊을 만하면 언론인이 구속되는 게 이란이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왔을까? 이란의 역동적인 인터넷 문화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중동 이슬람 국가 중 처음으로 지난 1993년 인터넷 문호를 개방한 이래 이란에선 인터넷 사용 인구가 연평균 48%씩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지난해 말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00년 약 100만 명에 그쳤던 이란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지난해 말 2300만 명(전체 인구의 약 35%)에 다다랐다. 정보민주화 운동단체 ‘오픈넷 이니셔티브’는 지난 2007년 내놓은 자료에서 이란에서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이란 국민의 평균연령은 28살로 매우 젊다. 이슬람 혁명이 촉발한 질 좋은 의무교육제도는 정보 욕구가 충만한 다수의 고학력 인구를 배출했다. 여기에 국민의 70%가 도시에 거주하는 점도 인터넷 확산의 촉매가 됐다. 이미 지난 2003년 수도 테헤란에만 인터넷 카페가 1500여 곳이나 들어선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미 하버드대에 딸린 ‘버크먼 인터넷과 사회센터’(이하 버크먼센터)는 지난해 4월 펴낸 ‘이란 온라인 대중 연구: 이란 블로그 공동체의 정치와 문화’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란의 네티즌을 크게 네 부류로 나눠 분석했다. 첫째, 세속적·개혁적 성향의 블로그 운영자들이다. 둘째, 종교적·보수적 성향의 네티즌이다. 셋째, 시와 문학 등 페르시아 문화를 알리는데 집중하는 이들이다. 넷째, 특정 주제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내놓는 집단이다. 버크먼센터는 “이 네 집단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하는 블로그만 무려 6만여 개에 이른다”고 전했다.
개혁 성향 네티즌, 대부분 국내에서 블로그 운영눈길을 끄는 것은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세속적·개혁적 성향의 블로그 운영자들이다. 외국에 거주하는 이란인이 대부분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절대다수가 이란 국내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버크먼센터는 보고서에서 “블로거가 투옥되고, 걸핏하면 웹사이트가 차단되고, 인터넷 접속 속도마저 통제되는 상황임에도 이란에서 인터넷 여론이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보수파가 주류 언론을 완벽하게 통제·장악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본디 억압이 변혁의 씨를 뿌리는 법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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