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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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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만 하면 이긴다는데…”

울산 북구 민심, 진보 진영 후보에 관심 속 한나라당 홍보전에도 솔깃
등록 2009-04-21 14:56 수정 2020-05-03 04:25

‘영남 진보 벨트’의 핵심인 울산 북구 주민들은 다시 진보 정치인을 국회로 보내줄까, 아니면 한나라당 전략공천을 받은 ‘경제 전문가’의 손을 들어줄까?
4월15일 만난 북구 주민들은 누구를 지지하든 “김창현 민주노동당·조승수 진보신당 후보가 단일화만 되면 이길 것”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만큼 진보 정당 후보 단일화 문제에 관심이 컸다. 울산 북구엔 후보 등록 마감일까지 단일화를 못 이룬 두 후보를 비롯해 박대동 한나라당·김태선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김수현·이광우 후보 등 모두 6명이 출마했다.

한나라당 전략공천을 받은 박대동 후보(맨 왼쪽 사진 오른쪽)가 4월16일 울산 현대자동차 4공장 정문 앞에서 정몽준 최고위원과 함께 선거유세 장소를 논의하고 있다.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가운데 사진)와 김창현 민주노동당 후보(오른쪽 사진)가 선거운동 첫날인 4월16일 울산 호계시장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울산 북구 주민들은 “두 사람이 단일화만 되면 이긴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연합 임기창

한나라당 전략공천을 받은 박대동 후보(맨 왼쪽 사진 오른쪽)가 4월16일 울산 현대자동차 4공장 정문 앞에서 정몽준 최고위원과 함께 선거유세 장소를 논의하고 있다.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가운데 사진)와 김창현 민주노동당 후보(오른쪽 사진)가 선거운동 첫날인 4월16일 울산 호계시장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울산 북구 주민들은 “두 사람이 단일화만 되면 이긴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연합 임기창

현대차 지부 “조합원 총투표 불가” 통보

주민들은 북구청장을 지낸 뒤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바 있는 조승수 후보가 ‘북구 출신’이며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효문동에 26년째 살고 있다는 50대 초반의 한 여성 유권자는 “당연히 조승수 찍어야지. 구청장 때도 잘했고, 우리 이웃이잖아. 조승수로 단일화 안 할 거면 뭐하러 하노?”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는 서민하고 부유층으로 갈라져 있는데 한나라당은 서민을 위한 당이 아니잖아. 울산이라고 무조건 한나라당을 찍는 시대는 지났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현대자동차 지부 조합원 김홍규(47)씨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찍어야 하지 않느냐”며 “여론조사에서 조승수가 (김창현 후보보다) 앞선다. 게다가 북구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한번 해 본 경험이 있으니까 더 잘하지 않겠냐”고 했다.

김창현 후보의 ‘조직력’이 본선 경쟁력에서 앞설 것으로 점치는 주민도 있었다. 신천동에서 만난 40대 중반의 열쇠가게 주인은 “여기는 현대자동차 입김이 세니까 아무래도 김창현이 나오는 게 조금 더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노조 단결력을 무시 못하는 거잖아요”라고 했다. 현대자동차 지부 조합원 윤한섭(42)씨도 “김창현 후보가 동구 출신이긴 해도, 지지자 조직은 조승수 후보보다 더 탄탄합니다. 본선은 결국 조직력 싸움인데, 한나라당 공격을 막아내려면 김창현 후보가 낫죠”라고 했다.

물론 ‘경제 살리기’ 기대감이 울산이라고 비켜갈 수는 없었다. 농소동 주민 박아무개(49)씨는 “박대동이 서울대 경제학과 나왔던데 학벌도 좋고, 머리도 좋고. 또 경제를 했다고 하니까 당선되면 우리 사는 기 좀 나아지지 않겠나. 중앙당에서 온 거니까 힘도 안 실리겠소”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승수가 노동계 후보라고 나와서 구청장을 했어도 나아진 게 하나도 없어. 게다가 (민주노동당에) 같이 있어도 힘든데, 따로 나오면 되기 어렵지”라고 덧붙였다. 한 화봉동 주민은 “민주노동당이 서민을 위한 당이라고 해서 17대 때 조승수 찍었는데, 북구 발전이 없더라”며 “의원 생활을 제대로 못해보고 직을 잃긴 했지만, 북구는 동구나 남구보다 너무 처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 민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울산문화방송과 가 북구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4월13~14일 조사한 결과,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43.0%나 됐다. 박대동 후보와 조승수 후보는 각각 19.0%와 17.8%, 김창현 후보는 11.8%의 지지를 얻었다. 부동층이 세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람을 모두 합친 수와 맞먹는다는 얘기다.

화봉동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유아무개(39)씨는 “현대자동차가 남들보다 월급 덜 받는 것도 아닌데 맨날 파업하고 비정규직 차별하니까 거부감이 들어요. 데모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불편이 많죠”라고 했다. 노동계와 관련이 깊은 김창현·조승수 후보는 선뜻 지지하기가 어렵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도 “박대동은 당은 그렇지만, 누군지 모르잖아요. 투표를 하긴 해야 할 텐데, 아직 (누구를 찍을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덧붙였다.

각 당은 이런 부동층의 마음을 뒤흔들 관건이 김창현·조승수 후보의 단일화와 박대동 후보의 인지도 상승 여부라고 본다. 특히 의석 1석이 아쉬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두 후보가 끝내 본선 대결을 벌이게 되는 상황을 “재앙”이라고 인식한다. 이 때문에 두 당은 지지부진한 논의 끝에 투표일을 일주일 앞둔 4월21일까지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를 놓고, 북구 조합원(1만2천 명)의 80%(9500명)가 소속된 현대자동차 지부는 4월17일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고 두 당에 최종 통보했다. 장규호 공보부장은 “두 후보가 모두 등록한 상황에서 투표를 진행하면, 현장은 (정파별로) 분열돼 네거티브 선거가 벌어지고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젠 두 후보가 서로 양보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 쪽은 “합의가 늦어진 것은 현대차 지부에 송구스럽다”며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단일화하면 이길 수 있다. 21일까지 반드시 후보 단일화를 이뤄 울산 북구를 ‘반이명박 전선’의 토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나라, 인지도 높이기 총력전

한나라당은 박대동 후보의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태세다. 슬로건으로 ‘일자리 먼저! 경제 먼저!’를 내세우며 표심을 파고드는 한편, 울산 동구에서 내리 5번 당선했던 정몽준 최고위원이 후원회장을 맡았다. 정 최고위원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4월16일부터 울산에서 살다시피 하며 박 후보 지원유세를 펴고 있다. 정 최고위원 쪽은 “박대동 후보가 후보 자체는 괜찮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데, 정 최고위원이 같이 다녀주면 다들 한나라당 후보라는 걸 인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대동 후보 쪽도 “전략공천이 됐지만, 이미 기존 당 조직을 다 흡수했다. 저쪽(김창현·조승수 후보)이 단일화를 선거 전략으로 생각하는지, 진짜 할 건지는 모르지만 당 조직이 가동되고, 정 최고위원 등이 지원해주면 인지도는 금세 오른다. 본선에선 분명히 이긴다”고 자신했다.

울산=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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